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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May 10. 2024

윤 대통령의 buck이 여기서 끝나는가?

남은 3년이 암울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눈으로 보았다.

윤 대통령이 2년 만에 국민을 대상으로 address를 하고 interview를 했다. 굳이 영어를 쓴 이유는 발표하는 책상 앞에 ‘the buck stops here’라는 팻말이 놓여 있길래 나도 영어를 해본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이 문장의 기원은 포커 게임이다. 흔히 영어로 buck이라고 하면 달러를 떠올리기 쉽지만, Buck이라는 상표의 칼을 말한다. 게임을 하는 가운데 그 칼이 앞에 놓인 사람이 패를 돌릴 책임을 지게 되어 있다. 그러나 그 책임을 지기 싫으면 칼을 돌린다. 그런데 칼을 돌리지 않고 자기가 패를 돌리기로 작정한다면 그 판의 책임을 지겠다는 말이다. 전설에 따르면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에게 누군가 ‘the buck stops here’라는 문장이 새겨진 작은 명패를 선물했다고 한다.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이 특히 김여사 문제에 대해 변명하는 것을 보면서 그 팻말을 뭐 하러 내놓았는지 알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김여사 문제를 따지는 데 결국 지난 정권 비난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과연 책임지는 대통령의 자세인가? 경찰과 검찰이 먼저 수사해 보고 그것이 부실할 때만 비로소 특검을 해야 한다는 논리, 그리고 지난 정권에서 자기를 타깃으로 김여사를 수사했다는 변명이 통할 것으로 생각하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결국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말이다. 지난 문재인 정권 때 검찰을 손아귀에 쥔 윤 대통령이 과연 자기 아내를 수사하도록 놔두었겠나? 실제로 지난 정부에서 김여사에게 한 것이라고는 단 한 차례 서면 질의한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그 부하들이 검찰총장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있나?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기자들 앞에서 그 사건을 철저히 조사했다고 거짓말을 한다. 얼굴빛을 전혀 안 바꾸면서 말이다. 참으로 놀라운 멘털이다. 아니면 기억력이 부족했던지.     


채상병 문제도 똑같은 논리로 피해 가고 있다. 경찰 수사가 먼저이고 그다음에야 검찰이 그 사건을 넘겨받을 것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지지부진 이끌어 온 경찰과 검찰이 이제 갑자기 나설 용기를 낼 수 있겠나? 결국 문제는 윤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을 받을 것이냐인데 그에 대한 즉답은 피하고 수사 관행 논리만 전개한다. 이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이 아니고 무엇인가? 경찰과 검찰이 국민과 권력자 가운데 누구의 눈치를 볼지는 지나가는 개도 알 수 있는 일인데 책임 전가만 되풀이한다면 문자 그대로 buck을 남에게 넘기는 태도 아닌가? 그리 절차가 중요한 일이었으면 경찰과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해야 했던 일인데, 김여사 건이나 채상병 건이나 질질 끌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래 놓고 이제 구석에 몰리니까 수사를 시작하고 있다. 이미 너무 늦었다. 이런 식으로 시간을 질질 끌다가 3년만 채우면 된다는 선배 우병우의 전통을 따른 법꾸라지 정신이 발휘된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그래서 오늘의 기자회견은 윤석열 정권 몰락의 조종을 울리는 시점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총선에서 대패하지 않았다면 이런 기자회견도 할 생각조차 안 했을 것이 분명한데 억지로 하면서 책임을 진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더구나 MBC 기자에게는 질문의 기회도 안 주는 기자회견이 과연 진정성 있는 회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위기는 벗어나야겠고 맘에 안 드는 언론은 막아야겠으니 그런 작전을 짠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나오면 결국 자기 입맛대로 국정을 좌우해 온 기존의 관행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밖에 안 읽힌다. 전혀 반성의 기미가 안 보이는 기자회견이었다. 윤 대통령의 권위주의와 불통의 정신이 그대로 드러난 기자회견이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의 좋은 예로 남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자기를 지지하는 국민만 보고 갔다는 비난을 들어왔다. 그런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를 당하고 나서 자기를 지지하지 않는 세력에도 마음을 열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사실 별로 없다. 어차피 경상도와 강남의 30%만 들고 가도 살길은 있으니 말이다. 3년만 버티고 잘 나가면 연금도 받고 김여사 문제도 유야 무야로 넘어갈 것이니 다른 것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렇게 버티기만 하면 전임 대통령으로 죽을 때까지 세금도 제대로 안 떼는 월 1,500만 원씩이나 하는 연금을 받고 또다시 세금으로 무료 경호원도 이용하는데 뭔 걱정인가? 그저 버티면 된다.     


그러나 한국 현대사의 독재 삼총사인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의 말로만이 아니라 이명박 박근혜의 말로를 보면 인생이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다. 윤 대통령이 지난 2년 동안 실정을 거듭하면서 누적된 스트레스가 거의 임계점에 와 있다. 이제 남은 문제는 과연 폭발할 것이냐가 아니다. 언제 폭발할 것이냐만 남았다. 과연 이런 상태에서 3년을 더 버틸 수 있을까?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이미 기운 민심이 어느 한계에 이르면 천심이 동할 것이고 바로 그때가 윤 대통령의 몰락이 시작되는 때가 될 것이다.    

 

이준석이 어제 탄핵보다는 차라리 하야가 나은 방법이라는 충고를 했다. 맞는 말이다. 탄핵은 그 과정이 길고 복잡할 뿐 아니라, 탄핵 정국이 수립되면 나라 자체가 국내외의 문제에 전혀 대응할 수 없게 된다. 최고 통수권자가 물러난 것도 아니고 안 물러난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이 되어 아무런 정책 결정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승만을 쫓아내고, 박정희가 총에 맞아 죽고, 전두환이 사형 선고를 받도록 한 것은 결국 국민이다. 이번에도 윤 대통령을 쫓아내는 것은 국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 쫓아내야 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김여사를 치면서 우회 작전을 펼 수도 있다. 채상병 특검법으로 결국 윤 대통령의 불법적인 수사 관여를 밝혀내어 탄핵으로 갈 수도 있다.      


어찌 되든 이제 모든 상황이 윤 대통령의 탄핵이냐 하야냐로 수렴되는 모양새다. 0.73%p의 문자 그대로 종잇장 차이로 신승을 한 경우라면 몸조심해야 했다. 그리고 김여사에 올인하는 모습도 보여서는 안 되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형국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부터 침몰하는 배에서 내리는 쥐들이 점차 늘어날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참상을 겪고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독재자 트리오의 학정도 버텨내고 이제 좀 살만한가 보다 했는데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 되어 버렸다. 결국 나라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 국민이 견뎌내야 할 시련이 눈앞에 훤히 보이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프다. 답답한 마음에 주역 단사점을 또 쳐보았다.     


화수미제의 괘가 나왔다. 6효가 동하여 뇌수해로 바뀐다. 화수미제는 주역 64괘 가운데 마지막 괘다. 결국 끝에 왔다는 말이다. 미완성으로 마무리될 수밖에 없는 정권이라는 뜻이 되겠다. 육효가 동하여 뇌수해가 되었으니 결국 해결의 때가 도래한다는 말이다. 다만 시간이 좀 걸리겠다.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 2년 동안 대한민국이 긴 병에 시달렸는데 이제 병상을 털고 일어날 시기가 도래한다는 것이니 말이다. 정말 다시는 이런 정권이 들어서지 말도록 국민의 정신을 번쩍 차려야 할 것이다. 어떻게 2년 내내 김건희 리스크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 그저 기가 막힐 따름이다. 그저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를 부르는 국민의 염원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buck’을 남에게 돌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 책임도 안 지고 어정쩡하게 허송세월하면서 그저 김여사 커버 치기에만 올인하면서, 한반도 위기를 극한으로 몰고 가고 국내경제를 파탄 직전까지 끌고 간 윤석열 정권의 무책임과 무능의 시간이 곧 끝나기를 기원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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