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의 소풍, 웃으며 흔든 깃발 하나

자뽀의 눈물, 그리고 나의 침묵

by 그리니 의 창가


연극이 끝났는데도 쉽게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웃으며 깃발을 흔들던 자뽀의 모습이 눈앞을 떠나지 않았다.
전쟁터 한복판에서 피어난 유머와 풍자,
그 속에 담긴 뼈아픈 현실과 무거운 침묵.

배우들은 울고 있었다.
그들의 진심이 눈물로 번져 관객의 마음에 닿았다.
나는 그 눈물을 통해 전쟁보다 더 깊은 전쟁,
마음 안에서 벌어지는 싸움을 마주했다.

자뽀는 총 대신 깃발을 들었다.
죽음을 말하는 총성 속에서도
끝없이 평화를 외치며, 혼잣말로 시를 읊고,
자기 마음 안의 친구와 뜨개질을 한다.

“개새끼는 결국 개새끼야.”
마음의 친구는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이 슬프게 오래 남는다.
변하지 않는 것, 부조리한 세상,
결국 누군가는 웃으며 죽고, 누군가는 살아남아 시체를 바라본다.

“그들은 왜 죽어야 했을까?”
춤추고, 웃고, 노래하던 사람들은
전쟁을 그치자고 말했을 뿐인데.
그들의 죽음을 기회 삼아
기쁘게 ‘할 일을 찾았다’는 위생병의 말은
전쟁이라는 시스템의 잔인함을 보여준다.

이 연극은 단지 2차 세계대전을 말하지 않는다.
지금도 우리는 서로에게 총을 겨눈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관계 속에서.
때로는 나 자신에게도.

우리는 서로에게 적이 되어
평화를 이야기하면 조롱받고,
침묵을 지키면 비겁하다 손가락질당하며,
탐욕과 이기심으로 뭉쳐진 전쟁의 틈바구니에 선다.

나는 생각했다.
전쟁은 누가 시작한 걸까?
진짜 적은 누구였을까?
죽은 그들이 남긴 건 무엇이었을까?

자뽀는 끝까지 깃발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나도 오늘, 조용히 깃발을 들었다.
유쾌한 척하며 살아남는 법을 배우기보다
웃으며 끝까지 ‘평화’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