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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신 Dec 27. 2020

전생 보다는 현생

답은 미래도 과거도 아닌 현재를 잘 살아가는 것



 “전생에 큰 죄를 지었으니 이생에서 많이 베풀며 살아야 해”


 모두가 그렇듯 늘 불행하기만 한 것도 아니고 늘 행복하기만 했던 삶도 아니고 앞으로도 불행과 행복을 반복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래도 불행의 빈도수가 더 많을 때면 그 불행이 내 행동과 상관없이 일어나 일상을 망칠 때면 어디서든 원인을 찾고 싶다.


 한이 많은 해학의 민족답게 K언니는 본인의 불행을 익살스럽 게 풀어낸다.

 K언니는 얼마 전 전생을 보고 왔다고 한다. 눈을 떠보니 중국 황실이었고 언니는 거기서 황제의 두 번째 부인 인데 아주 교활하고 잔인했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온갖 악행을 저지르다 비참하게 죽었고 전생체험에서 깨어났다.

 “어쩐지 현생이 존나게 힘든 이유가 전생에 있었어요.”


 “언니 엄마 말로는 제 전생은 사람을 많이 만나는 사람이면서 스님을 살해하거나 절을 불태우는 아주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요. 그 업보로 지금 카페에서 일을 하면서 진상에게 시달리는 거라고 하더라구요. 과거에 나 왜그랬는지.”


 “음 제 생각은요, 아주 큰 인물이 아니었을까요? 예를 들면 이순신 장군처럼 나라를 구하는 장군이었을지도 몰라요. 많은 전쟁에 나가 승리를 이끌었지만 그 속에서 죽는 사람들도 엄청 많았죠. 죽은 사람들의 가족들은 이순신 장군이 너무너무 원망스럽고 미웠을 거예요. 우리가 이토 히로부미를 두고 두고 경멸하는 것 처럼요.”

 맹한 현생과 다르게 용맹한 전생이라니.


 집으로 돌아와 전생체험으로 유명한 분의 채널로 들어갔다. 혹시 전생이 너무 혹독하거나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거나 너무 깊게 빠져 못 헤어 나오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면서 몸이 뻣뻣 해지고 손발이 차가워졌다.

 다행히 유명한분답게 긴장이 되고 겁이 많이 나는 분들은 중지 버튼을 누르고 긴장이 이완 되면 다시 시도하라고 했다.


 첫 전생체험은 두려움으로 끝이 났다.


 두려움으로 못 본 내 전생에 미련이 남아 다음 날에도 시도 했다. 진행에 따라 쉼 호흡을 하고 몸에 잔뜩 들어간 긴장을 풀고 언덕 위에 올라가 땅의 풀을 느껴보라고 하는데 그 풀이 서늘하면서 발을 벨 것만 같아 아프게 느껴졌다. 전생으로 가기 위해 동굴에 들어가라 했고 집중이 잘 안되면 안 되는 대로 느끼라고 했다. 진행자는 하나, 둘, 셋 했는데도 나는 하 얀 천장이 보이는 내 방이다. 눈을 감고 ASMR 듣듯 진행에 따랐다.

 눈을 뜨고 일어났다.

드디어 여기인가 했는데 아주 잘 자고 일어났다.


 오기가 생겨 하루 루틴 중 전생체험이 포함 되었다. 30일 동안 비슷한 시간에 누워 어떤 꿈도 꾸지 않고 잘 자고 일어났다. 전생체험 덕분에 수면의 질이 좋아져 가뿐하게 일어나 잘 안되던 요가 동작도 조금 더 수월하게 되고 밥맛도 좋고 짜증 나던 일도 무던하게 넘어가고 피곤해서 잘 안 쓰던 일기도 쓰며 마무리 하는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30일 정도 하고 나니 더 이상 전생이 궁금하지 않았다.


 만약 전생이 있었다 한들 지나간 것은 어쩔 수 없으니 현재를 잘 살아가는 수밖에. 현재를 잘 살아야 전생만큼 모를 미래에 후회보다는 지금 현재를 고맙게 여기지 않을까. 전생은 지나 간 것이라 어쩔 수 없지만 미래는 가능성이 있으니까. 그리고 혹시 모를 다음 생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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