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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신 Jun 10. 2018

小少한 삶

미니멀리스트가 되기 위한 작은 실천

소비로 통해서 행복, 만족감, 자존감, 즐거움을 얻으려 했고 스트레스, 공허함, 외로움을 비우려고 했다. 소소하게 사던 것들이 어느새 조그마한 방 안을 가득 채워서 더 이상 놔둘 곳이 없게 되었다. 6월의 시작을 시험으로 시작해서 시원하게 망치고 한번 들어가면 쉽게 나올 수 없는 개미지옥 같은 교보문고로 갔다. 사고 싶은 책, 아기자기한 문구들이 눈과 마음을 들뜨게 했다. 그중에서 아르디움 수첩이 눈에 띄었는데 아르디움 다운 깔끔한 디자인에 속지는 내가 좋아하는 격자와 사용하는 시그노 볼펜과 딱일 것 같았다. 수첩에서 제일 중요한 펼침! 어느 페이지를 넘겨도 쫙쫙 잘 펼쳐져 흐트러짐 없이 잘 쓰여 질 것 같고 무게와 크기도 가방 속에 넣어 다니기 좋아 모든 것이 완벽한 듯한 수첩이었다.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계산대로 가려니 사용하고 있는 수첩이 생각나 고민이 되었다. ‘멀쩡히 잘 사용하고 있는 수첩이 있는데 굳이 사야하나? 하지만 너무 오래 되기도 하고 잘 펼쳐지지가 않아서 글을 쓸 때 조금 불편했잖아?’ ‘이것을 사면 새로운 마음으로 뭐든 다 기록하고 싶어질 것 같고 더 많은 걸 손으로 메모할 것 같은데’ 두 마음이 한 시간정도 씨름하다 사지 않고 돌아왔다.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 J에게 이런 내 마음들을 털어놓았다.

"파랑수첩을 잘 쓰고 있고 앞으로 썼던 만큼 더 많이 쓸 수 있는데 왜 항상 새로운 것에 혹하는 걸까?"

"나빴네. 

지금 있는 파랑수첩에게 사과하고 더 많이 애정 해줘. 그리고 파랑수첩을 처음 샀을 때의 마음을 떠올려봐. 그때도 오늘처럼 깊은 마음을 줬을 거잖아."


지금 쓰고 있는 수첩도 오늘 아르디움 수첩을 봤을 때처럼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고 이것 아니면 안 될 것 같아 샀는데 그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단점만 보려고 했다. 마음이 울컥했다. J에게 옆에 있었으면 수첩이랑 J에게 기대어서 미안하고 부끄러워서 펑펑 눈물 쏟았을 것이라 말하니 그 마음 잊지 말고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애정하라고 하였다. 

좋아서 산 것들인데 사기만 하고 한 번도 쓰지 않은 물건들도 많고 수납장 속에 무엇이 있는지 조차 모르는 물건들이 수두룩하다. 필요한 것들만 남겨두고 그것들을 더욱 애정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나에게는 필요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물건들은 나눠주고 나에게도 필요 없고 다른 사람에게도 필요 없을 물건은 버렸다. 방 안을 책으로 가득 채워두는 것이 좋았는데 재미없던 책, 앞으로 읽지 않을 것 같은 책, 싫어진 작가, 힘이 되려고 샀는데 오히려 화가 났던 책들을 모아서 알라딘에 팔았다. 약 50권의 책을 가져갔고 매입 되는 책은 그의 약 절반인 27권만 매입이 되었다. 매입불가인 책은 폐기해달라고 부탁하였다.



비워낼수록 상쾌했다. 여전히 정리 안 된 것들이 많다. 불필요 한건 비워내고 내 방에 진짜 필요한 것들로만 채워두고 싶다. 미니멀리스트로 살기로 마음을 먹으니 소비할 때 한번 더 고민해보고 소비하려고 한다. 아직까지는 잘 실천하고 있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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