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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신 Jul 02. 2018

지금, 딱!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는 삶을 살고 싶다.

 지금부터 어렸을 땐 크리스마스, 명절, 생일이 다가오면 며칠 전부터 기분 좋은 긴장감으로 들뜨고 설레어 그 기분을 오히려 감추고 싶었다. 관심 없는 척, 감흥 없는 척. 사실은 그 누구보다 축하하고 기분 좋은데 그 기분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은 멋스럽지 않다 생각했다. 언제부터인가 그 기분을 숨기려고 힘들이지 않아도 그 기분이 나지 않는다. 

 좋은 순간을 좋을 때 누리지 않는 것이 몸에 베여서 사소한 순간에도 그 습관이 툭툭 튀어나왔다. 급식을 먹던 초, 중, 고대 밥, 국 그리고 세 가지 반찬이 있고 세 가지 반찬 중 하나는 특별하고 맛있는 반찬이었다. 이모님들한테 싹싹하게 인사하며 맛있는 반찬은 조금 더 얹어 달라고 하였다. 맛있는 것부터 먼저 먹으면 되는데 맛있는 것이 주인공이라 생각하고 국, 나머지 반찬들을 얼른 먹고 다 식은 맛있는 반찬을 먹었다. 좋아하는 노래를 발견했을 때 너무 소중해서 이 노래가 금방 질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어 온종일 듣고 싶지만 다른 곡들 몇 개 들은 다음 좋아하는 노래를 하이라이트로 들었다. 좋으면 한번 더 들으면 되는데 왠지 그러면 안될 것 같아서 다른 곡을 들었다. 책도 예외가 아니었다. 재밌는 책을 읽게 되면 금세 다 읽어 버릴까 봐 조금씩 아껴 읽다 시들 해저 버렸다. 또 예뻐서 필요해서 산 물건인데 '이 물건은 이렇게 막 쓰면 안 돼. 조금 더 의미 있는 곳에 쓰자'하다가 예쁜 쓰레기로 만들어 버린 물건들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올지 안 올지, 그렇게 될지 안될지 모를 미래를 준비하고 걱정하다 보니 지금 당장에 행복을 즐기지 못했다. 그렇다고 준비하고 걱정했던 미래가 괜찮거나 걱정했던 일이 걱정이 될 만큼 걱정스럽지 않았다는 것.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시간과 뒤돌아 보니 후회스러웠던 시간들을 수 없이 보내고 나니 맛있는 음식은 갓 나왔을 때 바로, 좋아하는 노래와 책은 듣고 싶고 보고 싶은 그 순간에 누리기, 예쁜 물건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당장 필요한 곳에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감정 또한 기쁜 순간에 정제하지 않고 마음껏 기뻐하자. 자랑하고 싶은 순간도 자랑하자. 축하받고 싶을 때 축하받고 싶은 일이 있다고 알리며 축하를 받자. 

기뻐하는 것, 자랑하는 것, 축하받는 것은 겸손치 못하고 멋있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라는 생각은 어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너무 많이 의식하거나 신경 쓰고 있기 때문에 드는 잘못된 생각인 것 같다.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는 필요한 만큼의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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