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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신 Jul 17. 2018

스님과의 차담

오늘을 보내어야 내일이 오고, 오늘이 내일을 만든다.


 춥고 불안하고 두려웠던 17년 2월의 시작을 집에서부터 먼 곳에서 시작하고 싶었다. 생각만 하던 선암사를 가기로 하였고 선암사를 갔었다. 이튿날 아침 스님과의 차담시간에 나눴던 대화가 좋아서 잊지 않으려고 순천에서 군산으로 가는 기차에서 썼던 글이다.


 1:1이어서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걱정..차담 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할까 고민하다가 만성적으로 고민하던 미래에 대한 불안, 생각이 많은 것, 체질적 우울함 그리고 꿈이 없을 수도 있고, 세상을 긍정긍정하게 보는 것도 그렇다고 부정적으로 보는 것도 아니다. 어떤 상황에도 휘둘리지 않는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고 싶다 하였다. 천천히. 차를 마시듯 대화를 주고 받았다.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돈을 들여가며 새 해를 보러 여기저기 가며 새해 계획을 세우는데, 대부분 새 해가 뜨고 해가 지기 전에 잊어먹는다 하였다. 스님께서는 '내일이 아닌 오늘을 살아. 내일은 없어. 패배주의자인 사람들에게만 '내일'이 있는 거야.'라고 하였다. 해야할 일을 내일로 미루기 때문에, 내일이면 할 수 있을 것만 같아 오늘이 아닌 내일로 미룬다고 하셨다. '오늘'을 보내어야 내일이 오고, 오늘이 내일을 만든다고 하셨다. 약속 중에 제일 안 지키는 약속이 자기 자신과의 약속이라 하셨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자신을 뒤치닥거리다 끝난다 하셨다. 아침에 일어나면 씻기고 밥 먹이고 옷 입히고 해야 할 일을 달래가며 하고.

 정신과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하셨다. 그래야 온전한 '나'가 된다고. 건강한 생각을 하기 위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닌 몸이 좋아하는 음식과 생활 패턴을 가지라고 하셨다. 건강한 음식 먹기, 규칙적인 식생활, 에너지를 만들고 발산하기 위한 운동. 좋은 몸이 좋은 생각과 마음을 만든다고 하셨다.

 전공 공부를 하고 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고 하니, 학생이니 학생의 본분인 공부만 하면 된다고 하셨다. 쉬운 대답이지만 스님과 긴 대화를 주고 받은 다음 들은 이 대답은 복잡하고 어렵게 생각했던 마음이 정리가 되는 듯한 기분이었다. 먼 미래를 걱정하기 보다는 오늘 주어진 것에만 집중하기로.

 스님이랑 느릿한 대화를 주고 받다보니 한 시간이 훌쩍 넘었다. 선암사에서 순천역으로 가는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씩 있어 신경 쓰였는데 스님께서 선암사에서 버스정류장까지 태워 주신다 하셨다. 스님이랑 차 타러 가는 길 스님께서'재밌게 살어. 열심히..열심히 말고, 재밌게 살어. 오늘을 살고 내일은 생각하지마!' 내가 정말 듣고 싶고 확인 받고 싶었던 말. 더 많이, 더 멀리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 그래서 차 타고 3시간 가량의 기차를 타고 한 시간에 한 대있는 버스를 한 시간 정도 타고 또 내려서 선암사 까지 걸어 온 것이다.  '우와, 엄청 좋다!'라는 느낌 보다는 편안해서 또 찾고 싶은 선암사. 매화 필 무렵에 기회가 되면 다시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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