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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신 Jul 17. 2018

일단은 재밌게

시작은 일단 재밌게 긴장을 풀며 낙서하듯이 해야하는 것 같다.

 

 애정을 담아 바라 본 시선을 사진이 아닌 그림으로 남기고 싶었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인내심, 끈기가 부족해 중도하차는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이었다. 그림을 몇 번 배운 적이 있었다. 그림을 배울 때 첫 시작은 늘 선 긋기와 그라데이션이었다. 선을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오른쪽에서 왼쪽, 왼쪽에서 오른쪽, 사선으로 긋기. 선 하나 긋는 것에도 잘 그어야 한다는 생각에 어깨와 팔에 힘이 잔뜩 들어가 선이 내 마음 처럼 고르지 못했다. 잘 긋느가 싶더니 조금 내려오면 이리저리 흔들리고 색도 굵어졌다가 옅어졌다가. 거기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느렸다. 선생님들은 편안하게 그으라고 하는데도 그게 잘되지가 않았다. 처음 하는 것이니 못하는 것은 당연한데, 그 당연한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누가누가 잘하나 대회 하는 것도 아니고 시험을 치르는 것도 아닌데 왜 그리 처음부터 잘해야한다 생각했을까. 중도하차하고나면 늘 '나는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이야. 내가 할 수 없는 영역이야.'라고 단정 지었다. 단정 지었다면 거기서 끝을 내면 될텐데 마음 한 구석에서는 이번에도 끝까지 하지 못했다는 패배감, 죄책감을 늘 느꼈다. 
 그때는 삐뚤빼뚤한 선들이 못나보이고 마음에 들지 않아 서랍 속에서 넣어둔 그림이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니 '오, 느낌있는데?'라며 삐뚤빼뚤한 선들이 개성있어 보였다. 그 이후로 매일 조금씩 그림을 그리고 있다.  처음부터 큰 그림을 그리지 말고 작은 그림을 그려 일단 완성 시킬 것. 이상하도 느껴도 찢지 않기. 그러다보니 재미도 있고 그림이 쌓이니 뭔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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