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작가가 되고 싶을까?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작가란 누구인가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
1. 작가란?
우선 ‘작가’란 무엇일까.
사람들은 흔히 작가를 소설과 시 등의 글을 쓰는 ‘문학 작가’로 생각한다.
작가의 한자 뜻을 보면 作(지을 작), 家(집 가, 문벌)로 역시 글을 짓는 사람,
즉 글 쓰는 사람이라고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작가는 생각보다 많은 예술가를 지칭한다.
우리는 미술 창작품을 만드는 사람도 작가라고 칭하며,
사진을 찍어 사진전을 여는 사람도 작가,
그 외에도 만화가, 감독 등을 작가라고 말한다.
단 작가라는 이름을 얻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존재한다.
작가는 어떠한 기술만 가지고 있는 사람을 지칭하기보단 그 기술을 통해 직접 창작하며
그것을 출판이나 전시 같은 과정을 통해 인정받는 사람을 일컫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시 나는 어떤 작가가 될 것인가?
나의 경우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려고 한다.
그렇다면 글을 쓰면 모두 작가인가?
대답은 역시 ‘아니다.’
글을 쓰는 작가에도 여러 직군이 포함되어 있다.
소설과 시 등을 쓰는 문학 작가,
에세이와 사설 등을 쓰는 작가,
시나리오와 대본 등을 쓰는 작가...
그리고 이들은 자신의 창작 작품을 통해 어떠한 보수와 대가를 얻는다.
다시 말하자면, 글을 쓰는 작가란 글작품을 쓰면서 돈을 버는 사람을 지칭한다.
물론 이건 언제나 직업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작가의 정의다.
작가의 등단을 인정하는 경우는 문예지나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경우,
투고를 통해 출판이나 영상화 등이 되어 작품으로 나온 경우,
아니면 어떠한 대가가 없더라도 꾸준히 글을 쓰는 사람을 포함하기도 한다.
사실 모든 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어느 한 가지의 능력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소설과 시도 쓰고, 시나리오와 대본도 쓰고, 에세이도 쓰고 싶은 작가가 되고자한다.
2. 작가가 되고 싶은 이유?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지 정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누군가는 말한다.
‘그냥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맞는 말이다.
또 지나가는 혹자도 말한다.
‘돈 버는 직업에 무슨 큰 이유가 필요해?’
뭐...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어떠한 ‘작가’가 되려는 사람들에게는 표현하긴 어렵지만 어떠한 이유가 반드시 존재한다.
모르겠다면 아직 감춰져 있을 뿐이다.
그걸 들춰내는 게 필요하다.
그렇다면 그런 이유를 아는 게 왜 중요할까?
그것이 바로 작가라는 예술 활동을 지탱하는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작가라는 직업은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은 일이다.
등단하여 작가로 인정받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그걸 이뤄내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예술 교육이 많이 자리 잡았지만 학위가 있다고 해서 바로 작가가 되는 것도 아니며,
생계를 위해 다른 직업을 병행하는 경우도 많다.
더구나 심화되는 경쟁 상황 속에 작가라는 꿈을 안고 길을 걷다 포기해 이탈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는 굳은 신념과 믿음이 필요하다.
그것이 작가가 되고 싶은 이유를 아는 것이다.
물론 운도 크지만 나는 운도 노력으로 어느 정도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3. 나의 경우...
정말 정답이 없는 부분이긴 하다.
그럼에도 나의 경험과 일부를, 누구보다 나를 위해서 기록하겠다.
오랫동안 방황했다.
작가가 왜 되고 싶은 지에 대해서.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도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사실 처음에는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다.
왜냐면 멋있어 보였으니까.
그러다 한국에서는 직접 대본을 쓰지 않으면 감독이 되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렇게 대본 공부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역시 그런 얕은 마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이런 마음을 살펴보지 않은 상태에서 작가가 되기 위한 길을 걸으며 수많은 좌절을 맛보았다.
누군가 무심코 던진 작은 돌에도 크게 요동치고 흔들렸으며 수도 없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왜 이러고 있을까, 나는 왜 작가가 되려고 할까’에 대한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쓰고 있던 가면을 벗고 어둠을 들춰내게 되었다.
나란 사람의 일생과 마음속에 숨겨진 욕망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먼저 나는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큰 사람이란 걸 알게 되었다.
선생님의 칭찬과 주변 친구들의 동경 어린 눈빛들.
그것이 나를 처음 이 길로 인도해 주었다.
책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나름 논리력과 문장력이 있었으며,
수험생 시절 논술 시험을 준비하며 모의고사 등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곤 했었으니까.
그리고 나름 백일장과 수기 대회에 나가서도 수상을 하기도 했으니까.
그렇다.
부끄럽지만 나에게는 어떠한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중요하게 여기는 욕망이 크게 자리 잡고 있던 것이었다.
두 번째로 나는 허영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 무언가를 보면 항상 공상에 젖었고
그로 인해 생겨나는 생각들을 글이라는 매개로 표현하는 걸 좋아했었다.
왜? 있어 보이려고.
내가 좋아하는 여자애가 나에게 관심을 갖길 바랐으니까.
싸이월드 감성글, 솔직히 지금 다시 봐도 알 수 없는 글들을 쓰면서
혼자 허영심에 부풀었고 뛰어난 무언가를 만들어낸 것처럼 자위했다.
누군가에게 있어 보이고 싶었고 진지하고 어른스러운 척을 하고 싶었다.
이런 마음들을 살펴보니 오히려 머리가 맑아지고 목표가 명확해졌다.
그리곤 내가 좋아하고 동경하는 작품들이 생각났다.
일일이 언급하기 어렵지만...
책을 읽으며 좋은 문장을 발견했을 때 책을 덮었던 그 순간,
감동적인 영화 결말에 무심코 눈물을 흘렸던 순간,
무언가에 압도되어 나도 저런 걸 만들어보고 싶단 들었던 순간들이 있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게 만들고 싶었다.
나의 창작품을 통해서...
그것이 글이든, 영상이든 말이다.
우리가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은 접하는 이들에게 어떠한 ‘감정’을 선사한다.
그리고 그런 작품들이 다루는 주제들은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나는 그게 좋았다.
알면 알수록 삶에 대한 나의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
내가 살아오면서, 앞으로도 느끼기 힘든 어떠한 감정과 가치들을 살피고 사유할 수 있다는 것.
그걸 누군가에게도 공감을 통해 공유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리고 이건 나의 인정받고 싶고 허영심 많은 욕망과도 연결되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인정받기 위해, 또 나의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기 위해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수많은 인간 군상과 삶을 상상하고, 또 살펴볼 것이며,
현자가 되려는 건 아니지만 나 자신과 내 욕망에 더 솔직해지기 위해 글을 쓸 것이다.
물론 이러한 내 신념과 이유도 나이가 들면서, 여러 경험을 통해 수정되고 보완될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제 글을 쓰지 않을 이유를 찾을 수 없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창작을 하는 게 어렵고 고되지만 적어도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지닐 수 있게 되었다.
당신은 왜 작가가 되고 싶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