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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자서전 Nov 02. 2022

자녀를 신사로

자녀에게 쓰는 편지 ➇

 존 로크(John Locke)는 《교육론》에서 자녀를 신사로 만들기 위해 네 가지를 말합니다.      

첫째, 아이들의 명예, 희생, 규율, 인내심, 금욕, 그리고 신심(信心)을 통하여 심신(心身)의 건강과 신사의 덕성 및 지성을 갖추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 중에서 로크가 가장 중요시한 것은 신체의 건장(建壯)입니다. 그다음이 덕성의 함양이고, 지성의 함양은 마지막입니다.     


둘째, 습관의 중요성입니다. 화려하지 않은 옷을 입고 다녀야 하고, 식사는 담백하고 간소하게 하는 버릇을 길러야 하며, 사소한 병에 약을 함부로 쓰지 말라야 합니다. 쾌락을 멀리하는 금육주의를 실천하기는 어렵지만, 일리는 있는 말입니다.

 덕성(德城)의 함양에 관해서도 로크는 좋은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아이들은 어렸을 때 좋은 습성을 무조건 익히도록 하라고 말합니다. 아이들의 ’기가 꺾이지 않게 하려고‘ 그들의 좋지 못한 행동을 묵인하고, 고집을 부리고 생떼를 쓰는 것을 내버려 두는 따위의 사랑은 좋지 않습니다.     


셋째, 로크는 아이들의 학습에 관하여 논하고 있습니다. 공부에 관한 이것이 건강과 덕성에 비하면 지엽적인 중요성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지식을 중요시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천박한 지식보다는 인격과 건강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넷째, 로크의 교육론은 교육의 기초는 가정에서 닦아진다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교육은 학교에서 하는 일이고, 부모는 학비를 조달하면 된다는 것, 그리고 가정에서도 교육은 챙길 것이 아니라 모친이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상식’처럼 되어있습니다. 이 ‘상식’의 하나하나가 잘못된 교육관입니다. 부모의 교육 없이 자란 아이는 가정교육의 공백을 보충할 길이 영영 없습니다.     

 

로크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지덕체(智德體)가 아니라 체덕지(體德知)로 ‘신체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였습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말은 너무나 상식적이고 당연한 일이지만, 입시지옥, 학력차별 사회에 사는 우리 현실에서는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체육의 중요성을 잘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국 신사의 정체성은 잘 차려입은 양복과 점잖은 겉모습이 아닙니다. 눈앞의 이익이 아니라 국가나 사회의 큰 틀을 보는 혜안(慧眼), 약한 자들에게 베푸는 마음, 항상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며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의무에 충실한 모습입니다. 그런 태도는 책을 보고 학문을 익혀서 되는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어른에게 인사 잘 하고, 친구들과 우애 깊게 지내며, 불의에 용기를 내고,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지 않는 습관과 훈련에서 비롯됩니다.          


참고: 《교육론》 (존 로크, 박혜원 옮김, 비봉출판사,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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