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카리브해: 하루 3

바하마 수도 나소(Nassau), 카리브해 해적의 도시를 걷다

by Funny Sunny

일출을 보러 이른 아침 데크로 나갔다.

흐린 날씨에 일출은 보지 못했지만, 하늘과 바다, 해변 마을의 불빛이 어우러진 새벽 풍경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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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 후 크루즈에서 내려 항구로 발을 디디자 바다 냄새와 함께 따뜻한 공기가 밀려왔다.

여기가 나소(Nassau). 바하마의 수도이자 캐리비안 크루즈가 가장 많이 들르는 항구다.

도시 관광을 위해 내린 선착장에 지금은 크루즈선과 관광객들로 붐비지만 몇 세기 전 이곳은

해적들의 도시였다.


항구에서 시작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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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에는 크루즈가 여러 척 정박해 있었다.

거대한 배들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마치 바다 위의 도시 같다.

수천 명의 여행객들이 같은 시간에 항구로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이 풍경을 조금만 상상 속에서 바꾸면 전혀 다른 장면이 된다.

지금은 크루즈지만 300년 전 이 항구에는 해적선들이 정박해 있었을 것이다.

블랙비어드(Blackbeard),
찰스 베인(Charles Vane),

그리고 수많은 무명의 해적들.


Queen’s Staircase

항구를 지나 다운타운을 가로질러 올라가면

나소에서 가장 유명한 역사 유적 중 하나가 나온다.

image.png Queen’s Stairc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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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회암 절벽을 깎아 만든 계단이다.

18세기 후반 노예 노동으로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계단 양쪽에는 높은 절벽이 서 있고

위에서 내려오는 빛이 계단을 따라 떨어진다.

마치 오래된 요새로 들어가는 통로 같다.

이 계단의 이름은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을 기념하기 위해 붙여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곳에 서 있으면 왕실의 역사보다는 18세기 이곳 건설을 위해 명분 없이 스러져간 노예들 생각이 앞선다.


다시 나소 다운타운으로

계단을 내려와 다시 나소 다운타운으로 돌아왔다.

이 도시는 색이 강하다.

핑크색 건물, 연한 노란색 벽, 파스텔톤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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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해 특유의 햇빛과 이 색들이 묘하게 잘 어울린다.

관광객들은 천천히 걷고 기념품 가게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시간이 조금 느리게 흐르는 도시다.


Pirates of Nassau

다운타운 거리에서 붉은 건물이 하나 눈에 들어온다.

Pirates of Nass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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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소의 해적 역사를 전시한 박물관이다.

입구에는 해골 문양이 있고 벽에는 해적들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17~18세기, 나소는 실제로 '해적 공화국(Republic of Pirates)'이라 불렸다.

영국 해군의 통제가 약했던 시절 수많은 해적들이 이곳을 근거지로 활동했다.

그 시절의 바다는 지금처럼 평화롭지 않았을 것이다.

보물, 대포, 럼, 그리고 음모와 배신.

이 박물관을 보고 있노라면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이 완전히 허구만은 아닐 것 같다.

박물관 근처 거리를 걷노라면 어디선가 잭 스패로우 선장이 럼 병을 손에 들고 특유의 건들 걸음으로 나타날 것 같아 주위를 다시 둘러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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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바에서 맥주 한 잔

도시를 조금 더 걷다 보니 작은 2층 바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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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쉬기로 하고, 올라가 로컬 맥주 한 잔을 주문했다.

바람이 시원하다.

거리에는 관광객들이 지나가고 바 안에서, 그리고 밖 멀리서 바하마 음악이 들린다.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생각해 본다.

만약 300년 전에 이곳에 있었다면

이 자리에는 맥주 대신 럼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어쩌면 보물 지도가 펼쳐져 있었을지도 모른다.


Straw Market

바를 내려와 조금 더 가니 스트로마켓(Straw Market)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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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남대문 시장 같은, 바하마 전통 시장이다.

밀짚모자, 가방, 목걸이, 기념품 등...

상인들은 밝게 웃으며 관광객을 맞이한다.

나소는 오래된 도시로, 지금은 완전히 관광 도시가 되었다.

해적의 시대는 끝났지만, 그 이야기는 여전히 이 도시를 움직인다.


바다를 따라 다시 항구로

시장을 지나 해변을 따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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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내려앉았다면 윤슬로 반짝였을 옥빛 바다.

오늘은 햇빛이 숨었지만, 바다는 은은한 옥빛으로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멀리 크루즈선이 보인다.

잠시 발을 디뎠던 작은 도시, 나소.

배로 돌아가는 길, 항구에 가까워질수록 크루즈선은 점점 더 커진다.

다시 크루즈 데크에 올라 항구를 바라본다.
출항 후 나소가 천천히 멀어진다.

내게는 하나의 섬이 아니라,
해적의 도시가 멀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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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캡틴 잭 스패로우.


현지에서 촬영한 사진과 영상도 유튜브 플레이리스트에 올리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n53F86vWpsY7TKhg3BOVdOAWEN5rmqB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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