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실행력을 가진 창업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면?

퓨처플레이 0110 게더링 프로젝트

퓨처플레이 마피아 게더링 ‘0110 (제로원텐)’ 뒷이야기

Welcome to FuturePlay Mafia Gathering

한여름의 무더운 열기가 서서히 걷혀갈 무렵의 어느 날, 창업가들에게 한 통의 알림이 도착합니다.  

    “퓨처플레이가 창업가분들을 위한 네트워킹 자리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켜켜이 쌓인 사업적인 고민을 동료 창업가들과 나누고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자리입니다. 마피아(*퓨처플레이가 피투자사를 호명하는 용어)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립니다.”  

액셀러레이터로서 어느덧 200여 개의 초기 스타트업 팀들과 함께해온 퓨처플레이는 창업가의 고통과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초기 창업가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고,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생존합니다. 이에 우리는 성취감과 고통이 동반하는 창업가의 삶 속에 작지만 강한 연대감을 심어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보고자, 이번 게더링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어쩌면 초기 창업가에게 최고의 스승은 돈이 많은 투자사도, 똑똑한 심사역도 아닌,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동료 창업가일 거라는 믿음으로 말이죠.

#네트워킹 #커뮤니티, 그리고 #지속가능성. 이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창업가들이 그 어느 때보다 솔직하게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고 각자가 꿈꾸는 비전을 실현할 원동력을 얻어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마피아 게더링 프로젝트, 0110 제로원텐의 시작을 열었습니다.

What’s 0110?

“그래서 창업가는 어떤 사람인 거야?”

위와 같은 질문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인 만큼, 이번 게더링 행사의 이름인 ‘0110 제로원텐’에는 우리가 정의한 창업가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의미를 녹여냈는데요.

하나, 전원의 기호 O/I의 모양을 형상화했습니다. 전원을 켜서 무언가를 작동시키듯, 시작하고 실행하는 창업가의 이미지를 그려냈습니다.

둘, 0과 1은 컴퓨터(테크)가 세상과 소통하는 매개체인데요. 이미 0과 1은 우리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창업가들은 테크를 통해 인류의 미래를 바꾸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녹여냈습니다.

셋, 페이팔 마피아의 대부 피터 딜은 자신의 저서 <제로 투 원>에서 성공하는 스타트업은 0에서 1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함께 모인 창업가들이 10년 내에 0에서 1을 만들어 내고, 그 1이 10이 되는 날까지 위대한 일을 수행해나가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했어요.

0110 제로원텐, 위대한 사람들이 연결되어 거대한 시너지를 만들어내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이름입니다.

네트워킹은 한 명의 창업가 혼자서는 풀기 어려운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힘을 절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사업 분야나 펀드레이징 단계에 따라 갖고 있는 고민과 어려움은 다를 겁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창업가는 세상에 존재하는 불편함을 해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사람이기에 나눌 수 있는 공통된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하죠. 밀도 높은 경험을 하고 있는 창업가들을 연결해 창업가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첫 단추를, 이번 0110 제로원텐 프로젝트로 꿰게 됐습니다. 약 60여 명의 퓨처플레이 마피아가 자리에 함께해주셨는데요. 지금부터 그 현장의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자기소개와 함께 간단한 아이스브레이킹 시간을 가진 후, 또다시 특별한 순서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통해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딥서치 김재윤 대표님의 강연 세션이었어요. 김재윤 대표님은 <기술 기업이 상장하는 법>이라는 주제로, 스타트업이 상장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련의 과정을 잘 겪어내는 법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공유했습니다. 이제 막 창업을 해 초기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도, 다음 투자 유치 전략을 세우고 있는 스타트업도, IPO를 목전에 두고 있는 스타트업도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알찬 정보로 구성되어서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김재윤 대표님의 강연이 끝나고 이어서 패널 디스커션이 진행됐습니다. 패널로는 뉴로핏 빈준길 대표님, 럭스로보 오상훈 창업자, 서울로보틱스 이한빈 대표님, 에스오에스랩 정지성 대표님, 니어스랩 최재혁 대표님, 그리고 딥서치 김재윤 대표님이 자리해주셨는데요. <성장 혹은 상장>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패널 디스커션은 창업가분들의 활발한 질의응답과 함께 이루어졌습니다. 토크의 주제는 크게 4가지(성장과 스케일업, 인재 채용과 기업문화, 펀드레이징, 위기)로 이루어졌는데요. 모두 초기 창업가들이 가장 많이 겪고 있는, 그리고 풀고 있는 문제 중심이었습니다.

성장과 스케일업.

(왼쪽부터) 퓨처플레이 권오형 대표, 뉴로핏 빈준길 대표, 럭스로보 오상훈 창업자, 서울로보틱스 이한빈 대표, SOS랩 정지성 대표

‘성장과 스케일업’은 J커브를 그려야 하는 스타트업에는 꼭 이뤄내야 할 필수 과제와도 같습니다. 건강한 스케일업을 위해서는 우선 프로덕트 마켓 핏(Product Market Fit)을 잘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데요. 이에 대해 럭스로보 오상훈 창업자는 “계속해서 변화하는 시장에 맞춰 우리의 기술을 탐험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선배 창업가, 동료들로부터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고, 우리가 가진 기술을 어떻게 시장에 잘 녹여낼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빠른 성장을 위해서는 전략적인 세일즈도 매우 필요합니다. 자율주행 드론 솔루션을 개발하는 니어스랩의 최재혁 대표님은 “보수적이고 오래된 시장에 새로운 혁신 기술을 전파하기 위해서는 기술 외적인 것도 중요하다”며 “업계 선두 기업인 지멘스와 협업하기 위해, 지멘스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기술 외적 요소들을 커스터마이제이션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했고, 그 결과 우리의 기술이 시장 내에서 점차 긍정적인 가치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

(왼쪽부터) 뷰노 김현준 전 대표, 니어스랩 최재혁 대표, 딥서치 김재윤 대표

또한, 지난해 IPO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새로운 창업의 길로 뛰어든 뷰노의 김현준 전 대표님은 “회사가 성장하면서 창업가가 계획했던 회사의 방향성과 다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사전에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며 창업가, 기술가가 아닌 경영자로서의 대표의 자세를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인재 채용과 기업문화.

좋은 인재를 채용하는 일은 사업의 성공과도 직결되는 일일 수 있습니다. 그만큼 HR에 대한 질문도 굉장히 다양했는데요.

(왼쪽부터) 서울로보틱스 이한빈 대표, SOS랩 정지성 대표, 뷰노 김현준 전 대표

핵심 인력을 설득해서 영입할 수 있는 노하우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SOS랩 정지성 대표님은 “대기업에 다니다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하려는 사람들은 기회비용을 따져보기 마련이다. 인재가 모든 기회비용을 다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사전에 정교하게 수치상으로 설득할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며 “개인의 역량에 따라 회사가 엄청나게 성장할 수 있고, 커리어적으로든 금전적으로든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왼쪽부터) 럭스로보 오상훈 창업자, 서울로보틱스 이한빈 대표, SOS랩 정지성 대표

서울로보틱스 이한빈 대표는 “홍보의 중요성을 체감했다”라며 “채용 목적으로 EO와 인터뷰 영상을 찍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기술 스타트업은 인재 싸움인 만큼, 회사 홍보도 굉장히 필요하다”고 전략적 홍보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죠.

펀드레이징.

펀드레이징과 더불어 좋은 투자사를 선정하는 기준에 대해 딥서치 김재윤 대표님은 “결국 스타트업의 문제는 창업가와 팀이 푸는 만큼, 좋은 투자사의 기준은 없다고 생각한다. 투자 심사역과 잘 맞고, 어려움이 있을 때 진심으로 고민해주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투자사면 더 좋을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솔직함.’ 패널 토크 현장은 이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매 순간 언제 위기가 닥칠지 모르는 초기 스타트업의 앞날은 늘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해 때로는 누구보다 독하게 매정한 결정을 내려야 할 일도 있을 테고, 남들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느끼는 일에 온몸을 내던져야 하는 일도 있을 겁니다. 힘겨운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어떤 결정이 올바른 결정인지 늘 어려움 속에서 헤매던 창업가들에게 동료 창업가의 솔직한 답변은 추후 꺼내 볼 수 있는 작은 교재와 같은 것이 되지 않을까요. 누구보다 솔직하고 가감 없이 이야기를 진행해준 여섯 분의 패널과 각자의 회사 상황에 맞춰 궁금한 점을 끊임없이 질문하던 창업가들의 교류가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뜻깊은 시간으로 지나갔습니다.

모든 창업가와 한 번씩 대화해보기

패널 토크의 뜨거운 열기가 미처 식기 전, 다음 세션인 네트워킹 세션이 시작됐습니다. 0110 게더링의 가장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창업가와 유대감 형성하기’인 만큼, 퓨처플레이도 이번 네트워킹 세션 기획 단계에서 정말 많은 고민을 했는데요. 결국 기획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핵심 포인트는 1. 어떻게 창업가들의 적극적인 네트워킹 참여를 유도할 것인가 2. 대화를 활발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3. 궁극적으로 창업가들이 네트워킹을 통해 얻어갈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였습니다.

이에 위와 같이 존(Zone)을 나누어서 네트워킹 세션을 구성했습니다. 주제별로, 그리고 관심사별로 궁금한 존에 가서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창업가들과의 네트워킹 시간을 가졌는데요. 퓨처플레이 내부 전문가들 또한 자리에 참석하여 창업가분들의 고민을 듣고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IP, 정부지원사업, 마케팅 등 사업 확장을 위해 고민하고 있는 여러 주제에 대해 편하고, 또 솔직하게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본 네트워킹 세션은 자유로움과 솔직함을 중심 테마로 진행됐지만, 한 가지 그라운드 룰(Ground Rule)은 정해져 있었어요.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창업가와 한 번씩은 꼭 대화해보기. 여러 섹터의 창업가와의 교류를 통해 새로운 인사이트, 불이 반짝하고 켜지는 순간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이렇게 만나게 된 인연이 새로운 사업 확장의 기회로 연결되는 끈이 될 수도 있고, 인재 채용에 큰 도움이 되는 실마리일 수 있길 바라며 네트워킹 세션을 마무리했습니다.

꿈에 눈이 멀어라, 시시한 현실 따윈 보이지 않게

전날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네트워킹은 다음 날 아침까지도 계속됐습니다. 공식적으로 마련된 네트워킹 세션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창업가들은 곳곳에서 삼삼오오 모여 서로의 고민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어서 0110 게더링 마지막 시간으로 휴이노의 길영준 대표님의 강의가 진행됐습니다.

<캐즘 (CHASM) 극복하기>를 주제로 강연을 준비해주셨는데요. 캐즘이란, 균열을 뜻하는 단어로, 혁신성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주도하는 초기 시장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이끄는 주류시장 사이에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하거나 후퇴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개발하는 휴이노는 의료 수가 등 여러 가지 정부 규제 때문에 사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던 기업입니다. 선택과 집중, 그리고 깊이를 통해 위기를 성공으로 바꾼 휴이노의 스토리는 살얼음판과도 같은 생존의 길을 걸어왔던 창업가에게 충분한 공감을 불러일으켰을 겁니다.

딸과의 일화로 발표는 마무리가 되었는데요. 이야기를 듣는 창업가분들의 마음속에 어떤 형태의 불씨를 지폈을지 궁금해지네요.

마무리: 한 번 마피아는 영원한 마피아

유대감과 솔직함. 이번 0110 게더링을 관통하는 큰 주제가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미친 듯한 실행력과 빠른 시장 판단력으로 고속 성장을 이뤄내야 하는 창업가의 삶은, 평범하지만은 않습니다. 생존의 위기가 닥칠 때도 의연하게 판단해야 하고, 누구보다 시장의 흐름을 파도타기 하듯 잘 타야 하죠. 우리는 그 과정에서 쌓이는 창업가들의 고민을 가장 잘, 그리고 깊게 고민해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동료 창업가일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그간의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서로 공유하며 유대감을 쌓는 것. 이번 0110을 기획한 태초의 목표가 잘 실행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퓨처플레이는 0에서 1, 더 나아가 1에서 10을 만드는 위대한 창업가의 여정에 함께하는 하우스로 자리매김할 겁니다. 벽을 무너뜨리면 다리가 된다는 말이 있듯, 이번 게더링이 창업가들에게는 하나의 벽을 넘어서서 또 다른 성장을 위한 다리를 만드는 자리가 되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