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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Mar 13. 2019

회사에 퇴사를 통보했다.

왜? 딴짓 좀 제대로 해보려고

지난주, 회사에 퇴사를 통보했다. 나도 남들처럼 말 한마디를 멋지게 외치고 싶었다. “저 그만둘게요, 퇴사하겠습니다. 지긋지긋해서 더 이상 이 회사에는 발조차 붙이기 싫어요.” 이런 달콤한 말을 던지기까지 20년이 넘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 일단 덮어놓고 사고는 쳤는데 말이다. "갈 곳이 없는 게 문제네?" 지금 던진 퇴사 서류가 내 인생에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을까? 혹시 퇴사하면 이제 딴짓은 결말을 고하게 될까? 딴짓으로 먹고살 수는 있을까?


사를 통보하긴 했으나, 지금 이 순간 달라진 건 크게 없다. 나는 여전히 어느 곳에서든 finish 라인이 없는 인생이라는 프로젝트를 마쳐야 한다. 그것을 마감하려고 오늘도 내일도 쉼 없이 달려야 한다. 종료 휘슬이 가까이 들리는 건 분명한데, 아직 안개처럼 희미한 하루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다. 언제 완전한 자유 신분으로 새 삶을 살게 될지 짐작조차 불가능하다. 직장도, 내가 펼치는 온갖 딴짓의 미래도, 모두 불안정한 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스페인 - 시체스 해변 주위


그럼에도 마음은 가볍다. 불확실한 미래가 펼쳐질 거라는 기운이 가득하지만, 오직 직장뿐이라고 믿은 나의 병약함과 곧 이별을 고할 것이기에 홀가분한 마음이 더 크다. 마음은 왜 해방을 갈망했을까? 설마 직장이 가능성을 억압하던 건 아니었을까? 지나치게 한자리에만 안주하도록 방치한 건 아니었을까? "그래서 뱃살만 나왔구나……"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월급이라는 타이틀, 통장에 찍힌 숫자에 도취된 나머지 도전이라는 단어에 더 이상 설레지 않은 건 아니었을까. 그래서 본능적으로 딴짓을 찾아 헤맨 것이 아니었을까.


퇴사는 딴짓을 꿈꾸는 우리에게 희망도 제물도 되지 않는다. 퇴사는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서도, 즉흥적인 감정이 지배하는 선택이 되어서도 안된다. 퇴사 이전의 삶이 그랬듯이, 이후의 삶 역시 당신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딴짓이야말로 퇴사의 종결자,라고 정의하고 싶다. 그렇다면 새로운 모험을 떠나기 전에, 퇴사는 어떤 방식으로 감행해야 할까? 현명한 퇴사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퇴사는 아름답지 않다. 보통 그런 편이다. 더군다나 당신이 현재 딴짓에 몰두 중이라면, 직장과 상관없는 일거리를 꾸준히 벌이고 있다면, 그만큼 회사에 애정이 식었다는 반증이 아니겠는가. 물론 급여가 불만족스러워서 그러는 경우도 더러 존재한다. 어쨌든, 퇴사는 더러운 만남과의 이별을 뜻한다. 보기 싫은 인간들과 맺은 악연을 끊는 것이다. 당신은 누군가에게 오늘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라고. 나도 솔직히 속으로 그 말을 수십 번 반복했다. 그럼에도 퇴사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부른다. 우리는 뒷모습을 단정히 해야 한다. 그래야 뒤탈이 없다. 사람은 처음보다 마지막 순간이 더 오래 남지 않는가. 시간이 지나도 기억나는 건 당신의 뒤통수다. 귀찮더라도 진행하던 일을 깔끔하게 끝내자. 천 페이지가 넘는 문서 작성이라도 꼼꼼하게 인수인계 내용을 기록하자. 그 누가 내 후임으로 자리를 차지하더라도 혼란을 겪지 않도록 말이다. 이 자세가 떠나는 퇴사자가 가져야 할 마지막 미덕인 셈이다. 누가 알겠는가? 가까운 미래에 회사가 당신을 다시 부를지도 성질 더러운 김 과장이 퇴사하고 사라졌을지도. 더 나은 환경과 급여, 복지를 제안할지도, 당신의 진면목을 알아보고 말이다.


이왕이면 철저하게 딴짓에 집중해보는 거다. 습관처럼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당신, 그래 우리 모두는 시간이 모자란다. 하지만 언제까지 시간이 없다는 푸념만 늘어놓고 있을 텐가. 직장이 마음에 안 든다고 그곳이 당신의 꿈을 응원하지 않는다고 하여 절망만 하며 도망만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반성한다. 나 역시 회피론자였으니.



준비해야 한다. 스타트업을 시작하건, 가게를 창업하건, 일단 준비가 우선이다. 다만 철저해야 한다. 마음속에서 미리 성공 인터뷰를 하는 거창한 공상이나 하고 있을 게 아니라, 당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개성이 무엇인지, 좋아하는 건 대체 무엇인지, 내세울 만한 게 있는지, 그것부터 분석해보는 거다. 그리고 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돈을 투자해라. 제발 공짜로 성취감을 맛보려고 하지 마라. 일단 당신이 아끼는 피 같은 돈이 투입되어야 동기유발도 생기고 추진력도 생긴다. 다른 사람이 보유한 노하우나 능력이 부럽다면 훔쳐 갈 생각 말고 정당하게 돈을 지불하고 배우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함과 실천이다. 한 번 시작했으면 끝장을 낸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취미 삼아서 딴짓을 할 수도 있겠지만, 퇴사라는 목표가 동반하는 즉시, 딴짓이 놀이에 지나치면 안 된다. 딴짓으로 어떤 아이디어를 만들고 그것으로 수익을 어떻게 창출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나는 글쓰기를 퇴사를 위한 최고의 출구전략으로 삼았다. 물론 돈을 지불하고 배우기도 했고, 꾸준한 연습도 몇 년 동안 유지했다. 시작했다가 중간에 포기하지 않았으니 결과를 내기도 했다. 직장 생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글쓰기는 내 명함에 작가라는 신분을 추가하기도 했고, 글쓰기 선생님이라는 타이틀을 부여하기도 했다. 신기하기만 하다. 직장 외에는 그 어떠한 삶도 상상할 수 없던 내가, 엔지니어 출신인 내가 글쓰기 모임을 리드하고 있다니 꿈만 같은 일이다. 이 모든 것이 딴짓에 충실한 결과다. 힘들어도 쓰러지지 않고 버틴 대가다.


당신도 할 수 있다,라고 무책임하게 말한다. 나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사람은 평범하지 않은가? 평범한 사람도 도전하면 어떤 결과든 이뤄낼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나야말로 포장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 이 땅의 이름 없는 개발자일 뿐이었다. 하지만 힘들다고 무작정 퇴사를 외치는 것보다 계획성 있는 퇴사, 준비 있는 퇴사가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인생 2막에 치중했다. 딴짓에 집중하다 보니, 나에게 맞는 길을 찾은 것이다. 무려 20년이 넘는 여정을 넘고 넘어서야.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나처럼 난관에서 헤매지 않도록 작은 무기라도 하나 손에 쥐여주고 싶다. 당신의 틀, 한계라는 것을 깨어 부술 수 있도록 말이다. 물론 그 무기는 딴짓이 될지도 모른다.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딴짓은 퇴사 종결자가 되어 줄까?


스페인 - 시체스 해변 주위




딴짓을 사랑하는 사람 셋이 우연히 만났어요. 우리는 직장인, 창업자, 프리랜서로 각자의 삶을 살고 있었죠. 다른 삶을 서로 살았지만, 세 사람이 자신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딴짓 모의' 궁금하지 않으세요? 딴짓의 정석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한 번 보여드리도록 할게요. 딴짓이 궁금한 분들 매거진 구독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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