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에 답이 있다.” 학교 다닐 때 많이 듣던 말이다. 정답이 될만한 힌트가 문제 그 자체 속에도 있으니 문제를 자세히 읽어보라는 얘기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면 문제의 답을 찾아가는 것이 의외로 쉽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문제에 답이 있다.” 최근 국가미래전략을 기획하면서 필자의 머리 속에서 이 말이 자주 맴돈다. 생각할수록 맞는 말이다. 고령화 문제를 한번 예로 들어보자.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누가 쥐고 있을까? 정부일까? 기업일까? 아니다. 고령화 문제를 푸는 진정한 답은 고령자에 있다. 고령화 문제의 정체와 문제의 본질은 문제의 당사자인 고령자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고령화의 진정한 해결책도 마찬가지다.
필자가 속해 있는 국회미래연구원은 2019년에 특별한 경험을 했다.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국가미래상을 국가의 구성원인 국민이 직접 찾도록 해보았다. 전국에 거주하는 502명의 시민들을 국민참여단으로 초청해서 미래가치, 미래이슈에 대해 사전학습을 거친 후 국민이 선호하는 미래에 대해 숙의토론을 했다. 그 결과 우리가 지향해야 할 국가미래상으로 도전분배사회가 선정되었다. 도전과 변화를 지향하면서도 분배와 협력을 추구하는 사회다.
놀라운 것은 이와는 별도로 사회분야별 전문가 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선호미래 조사에서도 동일하게 도전분배사회가 1순위 선호미래로 선택되었다. 선호미래와 국가미래상에 대한 일반국민의 선택과 전문가들의 선택결과가 동일하다는 얘기다.
한 명 한 명의 국민은 어떨지 모르지만, 다수의 국민이 이렇게 함께 만들어내는 집단지성은 놀랄만큼 정확한 해답과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만큼 국민공감도도 높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유럽과 싱가포르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국가와 사회의 미래비전을 수립하는 데 국민이 직접 참여해오고 있다. 유럽연합은 2014년부터 유럽연합에 속한 모든 나라들이 의무적으로 시민들과 미래에 대한 대화에 나서도록 요청했다. 그 결과 2015년부터 시민과의 미래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2019년에는 1200개의 시민대화가 시행되었다. 지금까지 유럽시민 26만명이 미래비전을 수립하는 대화에 참여했다.
싱가포르는 2012년부터 시민과의 직접 인터뷰 방식으로 시민들이 어떤 미래사회를 원하는지 묻는 ‘우리 싱가포르 대화(Our Singapore Conversation)’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싱가포르의 시민참여 미래예측 활동은 진화를 거듭해 현재는 SGFuture(싱가포르 미래)라는 브랜드로 추진되고 있다. 시민들은 누구든 싱가포르의 선호미래를 구현하는데 기여할 프로젝트를 제시할 수 있고 공적인 자금도 지원받을 수 있다.
우리도 이제부터는 똑똑하고 스마트한 국민이 직접 참여해서 우리 모두가 지향할 국가미래상을 정립하고 바람직한 미래를 함께 만들도록 해야 한다. 필자는 그 첫 프로젝트로 ‘고령자가 직접 참여하는 고령화 대응 국가전략 수립’을 제안하고 싶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5년 단위의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만들고 추진해왔다. 정부, 공공기관, 관련전문가들이 참여해서 2021-2025년간에 걸친 제4차 기본계획도 만들어졌다. 물론 이런 계획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와 병행해서 당사자인 고령자가 직접 참여해서 20년, 30년 앞을 내다보고 만드는 국민참여기반의 고령화 대응 국가전략도 절실히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고령화 대응정책은 고령자 지원정책 중심이었다. 고령자 부양사회를 전제로 한 국가전략이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고령화는 고령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 모두의 수명이 길어졌고 국민 누구나가 중장년을 거쳐 고령자로 가게 되어있다. 이제 고령자 자립사회를 전제로 한 새로운 국가전략이 필요하다. 고령화 대응정책은 노인지원정책을 넘어서 국민전체의 인생설계와 인생관리 지원정책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 모두가 숙명적으로 맞이하게 될 고령화에 대해 전혀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문제에 답이 있다.” 고령화의 답도 고령자에 있다. 고령자가 함께 모여 직접 고령화 국가전략을 만드는 장을 만들어 보자.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하나 제안해본다: 50세 이상 전국의 국민 1천명을 대표로 뽑는다. 고령화의 정체, 본질, 해답을 찾기 위한 숙의과정을 6개월간 진행한다. 예를 들어, 고령화 대응에 가장 우선적인 해결이슈로서 건강증진, 생애교육, 인생다모작의 세 가지로 정하고 해결책을 함께 토론하고 제안하게 한다. 1인당 참여수당을 월 50만원씩 지급하면 50만원x6개월x1천명으로 30억 정도의 예산이 소요되지만, 결과적으로 얻는 사회적 가치는 수조원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회혁신 프로젝트의 하나로도 추진가능하다. 고령화전략 국민참여단의 숙의토론 결과에 기초해서 전문가들이 추가적으로 전략을 다듬는다. 그 결과, 국민이 직접 참여하고 당사자인 고령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고령화 대응 국가전략이 완성된다.”
시대가 변했는데 수단이 과거와 똑같으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시대 흐름에 맞고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는 전혀 새로운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 고령화 대응을 그 첫 사례로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