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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끼미 Oct 27. 2024

사랑하는 마음

나는 자주, 그가 나를 왜 이렇게까지 좋아하나 그 마음이 의심스럽다. 내 스스로 생각해도, 그가 나를 좋아할 만한 구석이 별로 없어서 그가 이렇게까지 나에게 다정 것이 의아하다. 우스운 건 이렇게 그 마음을 의심한다고 하면서도, 그의 그런 마음을 점차 당연시여기고 그에게 투정이 자꾸 느는 것이다.


어제는 그의 큰 사랑에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드는 동시에, 그 사랑에 보답하지 못하는 내가 부끄럽고 그에게 미안해져서 눈물을 찔끔거렸다. 어제 나는 그에게 특히 제멋대로 굴었. 내 계획이 제대로 흘러가지 않으니 심통이 나서, 그 짜증을 D에게 한참 풀었다. 그런 내 모습이 어른스럽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멈출 수 없더라고. 그는 그런 나에게 화 한 번 내지 않고, 나를 차분히 달래다가. 결국 밤에 조심스럽게 말하기를, 본인은 내가 하자고 하는 것 무엇이든 따라줄 수 있고 어떤 조건 없이 나를 품을 수 있는데. 가끔 본인의 마음을 홀대하, 마음이 후벼파지는 것 같다고 했다. D는 해외에 오래 살아서, 내밀한 마음을 한국어로 표현하는 것에 서툴다. 래서 평소에 기껏해야 "나는 그럼 서운해", "기분이 좋지 않았어" 정도로 본인의 불편감을 표현하던 사람이 '마음이 후벼파지는 것' 같다고 기분을 묘사하니,  말 그에게 잘못했구나 싶었다.


사랑은 받기만 하는게 아니라, 주고 받아야 하는 것임을 다시금 느낀다. 그가 우리의 관계에서 마음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그에게서 느끼는 것만큼, 그도 나에게서 따뜻함을 느끼면 좋겠다. 누군가를 이렇게 좋아하는 마음이 태어나 처음이라, 너무 서툴다. 사랑도 훈련이 필요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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