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관리에서 배운 철학

by 삶 집착 번뇌

사람이란 참 신기하다.

거래를 반복하다 보면, 행동 양식이 비슷한 사람들은 결국 비슷한 결말로 흘러간다.

가격을 깎기 위해 다른 회사의 견적서를 들이밀거나 결정을 미루는 고객은 대개 이미 사고 싶은 제품이 정해져 있다. 다만, 그쪽 견적을 낮추기 위한 명분이 필요할 뿐이다.

또, 처음부터 돈 이야기를 많이 하는 사람은 결국 친해져도 가격을 깎으려 든다.


몇 마디의 대화만으로도 감이 온다.

가능한 고객인지, 불가능한 고객인지.

그 감각은 영업으로 생존해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본능처럼 익히는 것이다. 여기에 독서와 성찰이 더해지면, 그 본능은 직관으로 발전한다.


어느 순간부터, 돈 앞에서 작아지는 사람들을 보며 인간혐오에 가까운 감정이 일었다.

그러다 문득 연민이 찾아왔다.

“얼마나 삶이 고단했으면 저렇게까지 할까.”

그 생각이 들면 화가 사라지고, 대신 마음이 차분해진다.


운이 좋게도 나는 돈보다 더 중요한 것들을 알고 있다.

밑바닥까지 떨어져도 두렵지 않다.

통장에 30만 원만 남았던 시절, 그 돈으로 다시 사업을 시작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도 그런 나를 신기하게 보신다. 수억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여겼던 사업을, 나는 신용카드 한 장으로 시작했다. 그때의 절박함이 오늘의 토대가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금이 넉넉했던 경쟁사들이 오히려 먼저 무너졌다.

여유로운 돈은 밑바닥을 가린다.

그 밑바닥이 보이지 않으면, 리스크도 감지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독이 든 성배’라고 부른다.


나는 늘 이렇게 믿는다.

“사업을 하는 사람은 최소 세 개의 수입원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두려움을 감수하며 다른 업계로 손을 뻗었다.

지금은 다섯 개의 업계에서 수익 구조를 완성했다.

이제야 삶이 안정의 궤도에 올라섰다.


세 개의 수입원이 필요한 이유는 단순하다.

삶을 접시 위에 올려놓는다면, 그것을 지탱하는 축은 최소 세 개는 되어야 한다.

두 개면 흔들리고, 하나면 금세 무너진다.

나는 그것을 ‘삼각대 이론’이라 부른다.


돈은 사람의 눈을 가리고, 서서히 내면을 잠식한다.

그래서 나는 돈을 다루는 법보다, 돈에 물들지 않는 법을 배우려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내 삶을 지키기 위해 돈이 필요했듯 —

이제는 내 삶을 지키기 위해 돈을 놓는 연습이 필요한 시기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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