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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여사 Aug 23. 2024

이해와 사랑 사이

완전히 이해할 수 없더라고 오롯이 사랑할 수 있기에

개봉당시 플라잉 낚시 포스터에 꽂혀서 관람했던 영화 <흐르는 강물>을 다시 보았습니다. 넷플릭스에서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된 것이 우연인 줄 알았는데 아었습니다. 아들의 도박문제가 아니었다면 무심코 지나쳤을 장면들이 눈에 들어왔던 겁니다.


목사 아버지를 닮은 모범생 형 노먼과 달리 자유분방하고 충동적인 동생 폴.


노먼의 합격운을 빌려 도박을 해보겠다며 형을 도박장에 데려가는 폴.


도박으로 도박 빚을 갚겠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하는 폴.


폴, 특히 폴이 눈에 밟혔습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아버지 맥클레인 목사의 언행을 유심히 보게 되었습니다. 도박중독에 빠진 아들을 돕지 못했다는 자책감, 영영 잃어버린 상실감이 아버지의 설교에 녹아있었습니다.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아버지의 회한 서린 고백은 아픈 상처를 건드리듯 쓰라렸습니다. 참 먹먹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사랑하는 이가 곤경에 처한 것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할 것입니다.
'주여, 저 사람을 도우려 하나 뭘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가장 가까운 이를 돕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주어야 하는지 모르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가 주려고 했던 것을 거절당하기도 합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사랑해야 합니다.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오롯이 사랑할 수는 있습니다.






깊은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을 구하다 깨어보니 꿈이었습니다. 늪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꿈은 흉몽이라고 들었습니다. 꿈이 저에게 과연 돕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위대한 힘이여!

당신이 선물로 보내주신 아이가 늪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발버둥 치다가 더 깊이 빠져들어 죽을 뻔했습니다

아이에게는
늪에 빠진 자신을 탓하며 더 깊이 빠져들지 않게 하시고
저에게는
아이가 빠져나올 때까지 버틸 수 있게 도와주소서

어떠한 도움이 진정한 것인지 알아차리게 하시고
눈앞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감당할 힘도 허락하소서


- 2023년 6월 16일,

힘들었던 날을 견디게 했던 새벽시간의 흔적입니다.




제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제게 필요한 것을 주시는 위대한 힘이여!

당신이 주신 모든 것들을 분별없이 받아들이고
기꺼이 받아들이고 감사하게 하소서

희미하고 불확실하다 불평하지 말고
발끝을 보고 한 번에 걸음씩 나아가게 하소서

드러나는 것을 눈으로만 보지 말고
숨어있는 것도 마음으로 보게 하시고

늘 내 안에 당신 계심을 기억하게 하소서


- 2023년 6월 25일,

위대한 힘께 의탁하며 두 손 모았던 또 하나의 흔적입니다.






힘도 없으면서 엄마니까 당연히 도울 수 있다는 착각을 버려야 했고, 도움을 청하기 전까지 한 발 뒤에 서서 기다려야 습니다.


혼자 힘으로 벗어날 수 없고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면 칠수록 더 빠져드는 늪이라 엄마의 불안과 두려움으로 덤다간 둘 다 죽게 될 게 뻔했습니다. 

하게 뛰어들지 말고 천히, 구조할 밧줄을 챙기고 그걸 끌어당길 에너지를  비축는 것.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 것을 억지로 이해하려고 애쓰지 말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는 것.


그것이 이해를 넘어선 '사랑'이라고 영화와 꿈이 저에게 가르쳐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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