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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여사 Sep 10. 2024

epilogue 다시 원점

마음껏 소리치며 울어라!

잘 먹지 못하는 술을 마시고 잠들었다 일어났는데, 꿈만 같습니다. 간밤에 벌어진 일이.



"엄마, 내일 월급날인데 보낼 돈이 없어요. 그동안 가불해서 도박했는데 말하지 못했어요."



다 거짓말이었다고? 속인 거라고?






아주 구체적이고 그럴듯해서 거짓말인 줄 몰랐습니다. 제발, 재발再發하지 말기바라지만 도박병은 늘 재발再發을 달고 있어 각오는 하고 있었죠.

뭔가 찜찜하긴 했지만 본인입으로 불기전까지는......  또. 빚이 불어나 턱밑까지 차 오르자 실토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겁니다.


재발하면 곧장 알려달라고 그래야 조금이라도 타격이 덜하다고 말해 왔는데...... 한참을 숨겨왔다고 하니, 참.







제가 쓰려고 했던 글 이랬습니다. 쓰다 말고 저장해 두었던 글을 다.


무슨 자랑도 아니고 자식이 도박중독자라고 대놓고 말하는 엄마가 어디 있을까요. 다른 것이 아니라 오로지 괴로워서 썼고 쓰다 보니 괴로웠고 괴로움이 사라진 자리에 차곡차곡 쌓인 글을 추린 것뿐입니다. 병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글에 고정시키는 일이라서, 지나온 시간을 거슬러야 하는 거라서 내키지 않았지만.


잘 모르던 중독의 세계로 진입했더니 기승전 도박이었고 그게 일상을 압도해 버렸습니다. 한없이 낯설었던 단어들이 제 인생사전에 끼어들어 자리를 잡았죠. 아예 박혀버리고 말았죠. 지난 10년이 허송세월은 아니었습니다. 빠르게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시도들 먹히지 않았기에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살아남는 방법'을 알 수 있었고 조금 견딜만해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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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려고 했던 그 시점, 그 마음도 존중해주고 싶습니다. 상황은 완전히 뒤집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지만.







마음껏 슬퍼하라
진정 슬픈 일에서 벗어날 유일한 길이니
두려워 말고, 큰 소리로 울부짖고 눈물 흘려라
눈물이 그대를 약하게 만들지 않을 것이다
눈물을 쏟고, 소리쳐 울어라
눈물이 빗물이 되어
상처를 깨끗이 씻어줄 테니
상실한 모든 것에 가슴 아파하라
마음껏 슬퍼하라
온 세상이 그대에게 등을 돌린 것처럼

상처가 사라지면
눈물로 얼룩진 옛 시간을 되돌아보며
아픔을 이기게 해 준
눈물의 힘에 감사할 것이다

두려워 말고, 마음껏 소리치며 울어라


메리 캐서린 디바인의 말대로 마음껏 소리치며 울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어쩔 수 없는 것을 흘려 보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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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중독자의 엄마가  회복자의 엄마이고 싶었던 욕심이었나 봅니다. 이렇게 괴로운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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