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어려운 여정일 거라 예상했지만

기나긴 여정은 우리를 고되게, 지루하게, 나태하게 했다.

by 갬성장인

건강증진우수사업장 심사까지 약 3~4개월 정도 남았다.

누군가는 굉장히 긴 시간이 아닌가, 여유 있지 않나 이야기할 것이다.

작은 물방울이 바위를 뚫듯, 가랑비에 메마른 땅이 촉촉이 젖어 들어가듯 꾸준히 해왔던 건강증진을 위한

여러 가지 활동의 결과를 확인하는 자리이기에 틀린 말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심사라는 것이 늘 그렇지 않은가

매일매일을 살피고, 확인하더라도 3년여란 긴 시간 동안 구멍 난, 낡아 해진 부분이 없으리라

그 누구도 이야기하지 못할 것이다.

3년여란 긴 시간 동안 구멍 난, 낡아 해진 부분을 채우고, 기우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3년여간의 성과를 기록으로 정리해 보았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부분들보다

‘우리 사업장에서 일하는 모두가 건강했으면, 아프지 않았으면 합니다.’는 취지의 활동이었기에

성과 정리에는 다소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

예전 자료들을 다시 확인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였다.

그리고 해연이가 합류하며 새롭게 시작한 활동들도 녹여냈다.

이러이러한 계획을 가지고 저러저러한 성과를 내었으며, 향후 이러저러하게 발전시키고자 한다는


처음 한 달여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하지만 마라톤과 같은 긴 여정임을 언제부터인지, 새까맣게 잊고 있었고, 자신을 뒤돌아보지 않았고,

스스로를 돌보지 못했다.

어쩌면 초보 마라토너들이 가장 많이 겪는다는 페이스 조절에 실패했던 것이었다.

해연이는 해연이 대로 지난 3년여간 진행되어 온 활동들에 대하여 이해하지 못했고,

체력적으로 한계에 부딪힌 나는 그런 해연이에게 날 선 말들을 너무 쉽게 뱉어내버렸다.


어쩌면 자신을 뒤돌아보며, 스스로를 돌보아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는데,

초보 선배로서 동생을 살피지도, 다독이지도 못한 것이었다.

녀석은 녀석대로 지쳐가고 있었고, 그러면 그럴수록 나는 나대로 답답함이 몰려왔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며, 안전부절 못하고 있는 이가 있었다.

바로 호운이었다.

훗날 호운이가 내게 말하기를

“당시 형님의 날 서있는 모습에 제가 얼마나 숨 막혀했는지 생각도 못하셨을 것 같습니다.”라 했다.

이 말이 나와 해연이의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불현듯 이대로 가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생각이 들며, 휴가는 내어 며칠 쉬었다.

이제야 머리가 맑아지는 듯하다.

해연이도 닦달하는 이가 없이 며칠을 보내어 그런지 힘이 나 보인다.

녀석에게 오늘 잠시 짬이 나는지 물었다.

녀석도 나에게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잠시 시간을 내어 차 한 잔을 했다.

"오래비가 닦달만 해서 미안하다.

내가 너를 몰아세워서는 안 되는데, 나이가 들어가며 여유가 생긴다는데

나는 아닌가 보다."라 하니 녀석이 웃는다.

"저도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부담감 때문이시겠죠.

특별한 일 없이, 이유 없이 몰아세우시지는 않잖아요."라 한다.

아! 역시 한수 위다.

몰아세우지 않았다 이야기하지 않는다.

역시 내 동생 해연이 답다.

늘 나에게 지는 듯 하지만 항상 이기는 건 녀석이다.


우리는 심사결과보다는 준비했던 과정에 집중하기로 했다.

3년여간 한 마음, 한 뜻으로 준비해 왔다면 결과정리에 힘쓰기보다는

우리의 활동과 목적에 대하여 설명하자라며,

그래 결과야 아무렴 어때,

누군가 아프지 않고, 건강할 수 있다면 그깟 건강증진우수사업장 인증 따위야 못 받음 어때 하하하

나는 또 한 번의 다름을 배워가고 있었다.

항상 나를 깨닫게 하는 이들은 나의 선배도, 친구도 아닌

항상 내 곁을 맴돌며, 위태로운 나를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지키고 있던 두 녀석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