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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갬성장인 Oct 14. 2024

27. 눈치 없는 녀석과 망해버린
‘깜짝 이벤트'

내가 이런 녀석과 무엇을 하리오, 웃음밖에는 허허허

건강증진우수사업장 인증수여와 소방의 날 표창이 끝나고 

호운, 해연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3일 정도 남았었다. 

호운은 소방의 날 표창 때도 무덤덤했다. 

사내 녀석이라 그런지 저도 무뚝뚝하다고 나무라면서 무뚝뚝하고 업무 지향적인 나를 닮아가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반면에 해연은 달랐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가감 없이 표현하는 녀석이 해연이다. 

해연이가 건강증진우수사업장 인증수여 전날 퇴근 후 SNS 메시지를 보내왔다. 

“퇴근 후는 온전한 제 시간이었으면 좋겠어요”라며 언뜻 이야기한 적이 있었던 해연이기에 

퇴근 후에 좀처럼 메시지나 연락하지 않던 나였고, 저도 그러했다. 


'무슨 일이지?'

녀석의 메시지를 확인하니, 웃음이 나왔다. 

긴장되어 잠이 오지 않는다 한다. 

예쁘게 하고 가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한다. 

참 내가 유별난 동생을 둔 죄인이니 뭐 딱히 할 말은 없다.

잠시 통화할까?라는 메시지를 보내니 “옙”한다. 


"해연아! 잠이 안 와? 긴장되니? 괜찮아" 

녀석의 대답이 걸작이다. 

"감사합니다." 

"야! 무슨 말이야 뜬금없이" 

"그냥 감사하다 하고 싶어서요." 

녀석은 가끔씩 뜬금없다. 

때로는 엉뚱하기도, 때로는 자신의 감정에 너무 충실하기도, 때로는 너무 덜렁거리기도 

너무나 다양한 녀석의 모습에 입이 쩍 벌어졌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저 예쁘게 하고 가고 싶은데" 웃음밖에 안 나온다. 

"오래비는 세상에서 내 동생이 제일 예쁘다. 내 동생이 너무 예뻐서 내 동생밖에 안 보이면 어떡할까 

 걱정이다"라 하니 거짓말이라며 녀석은 웃는다. 

저 예쁘다는 말은 싫지 않은 모양이다. 

"너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한다며, 혼자 가는 것도 아니고 선배들 기다리게 하지 말고 얼른 자라!" 

혼자 뭐라고 뭐라고 하며 궁시렁거리더니 조심히 다녀오겠다며 녀석이 전화를 끊는다.

나름의 성과가 기분이 좋기도 신나기도 하여 잠이 오지 않는 모양이다. 


녀석에게 작은 이벤트를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누군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호운이 있는데 해연을 너무 편애하는 것은 아니냐며, 

해연은 나에게 아픈 손가락이다. 

처음 왔을 때 참 걱정이 많았던 녀석이었다. 

상처받지 않으려고 잔뜩 움츠리고 있었던 녀석을 털고 일어나게 해주고 싶었다. 


아마 항상 기운 넘치는 호운과 함께여서 더욱 움츠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너무 윽박지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작은 것에도 상처받는 녀석에게 내가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녀석은 잘 이겨내 주었고, 지금은 언제, 어느 곳에서도 자신의 몫 이상을 해내는 든든한 녀석이다.


호운에게 이벤트 계획을 설명하니 녀석이 뾰로통하다. 

저는 뭐 없냐고 한다. 

"야, 임마! 너는 목조르기나 받아라!" 

목을 잔뜩 조여주니 녀석이 항복입니다라며, 저는 뭘 준비하면 될는지 묻는다.


나는 감사패를 녀석은 케이크와 쿠키를 준비하는 것으로 정리하였고, 당일이 되었다. 

나름 준비를 하고 케이크와 쿠키를 가지고 오라며 호운에게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 눈치 없는 녀석이 케이크와 쿠키를 들고 해연과 같이 온 것이다.      


와! 눈치도 낭만도 없는 녀석, 

"호운이 너 뭐냐" 했더니 

해연이 "뭐 하시는 거예요?"라 묻는다. 

해연에게 설명을 했더니 배를 잡고 웃는다. 

"호운님 뭐라고 하지 마세요. 설명을 잘 안 해주신 거네요." 

"야! 눈치라는 게 있지 그걸 말로 설명해야 하냐?" 

"형님, 케이크 맛있을 것 같지 않습니까?" 호운이 내 눈치를 보며 피식 웃는다. 

그래 ‘깜짝 이벤트’야 산으로 간 거고 뭐 어찌 되었던 축하는 축하니까

폭죽도 터뜨리고 케이크도 쿠키고 먹고 이야기도 하며 잠시 시간을 보냈다. 

"고생하셨고, 감사합니다."라는 해연의 말에 잠시 울컥했다. 

해연이 나지막이 귀엣말을 한다. 

"호운님도 있는데요. 호호호" 

"내 동생 머리 한번 쓰다듬어보자, 고생했다."라 하니 녀석이 고새를 숙이며, 웃는다.

신이 나에게 큰 시련을 주셨고, 그 시련을 혼자 이겨낼 수 없으리라 생각하셔 너희를 내게 보내주셨나 보다. 

고맙다, 호운아, 해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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