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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갱갱 May 05. 2022

돈의 심리학

같은 책을 작년에 처음으로, 올해 두 번째로 읽어보았다

나는 같은 책을 두 번 읽지 않는다. 같은 영화도 두 번 보는 일이 없다. 뭐랄까... 같은 컨텐츠를 두 번 이상 소비하는 것은 약간 비효율적인 느낌이라서..?


그런데 작년에 읽었던 책이 이번 달 독서모임 책으로 선정이 되어서 6개월 만에 같은 책을 두 번 읽게 되었다. 사실 처음에는 요약본만 읽고 가거나, 작년에 책을 읽고 나서 적어둔 독서 메모만 보고 갈까, 했는데 그냥 한 번 더 읽어보기로 했다.   


두 번째 독서임에도 불구하고 절반 이상의 내용이 새로웠다. 내 기억력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1년 전도 아니라 반년 전에 읽었던 책인데도 처음 책을 읽는 것 같았다.

하지만 큰 맥락은 머리에 남아 있기 때문에 독서 속도는 빨랐다. 시험 준비할 때도 첫 1회독이 오래 걸리지 2회독과 3회독은 금방인 것과 비슷했다.

작년에 써 놓은 독서 메모와 이번에 인상 깊었던 부분들을 비교해 봤는데, 놀랍게도 겹치는 부분이 별로 없었다. 6개월 사이에 ‘나’라는 사람이 꽤 많이 변했나 보다.

결론은, 여전히 썩 내키진 않지만 좋은 책이라면 매년 읽어도 좋을 것 같다. 같은 책이어도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이 달라지기 때문에!



작년 가을에 남긴 독서노트

자존심은 줄이고 부는 늘려라
밤잠을 설치지 않을 방법을 택하라

저축이든 투자든 돈과 관련해서 마음 깊이 꼭 새겨야 하는 두 가지...


투자자의 투자성향은 지능도, 교육도 아닌 개인의 경험에 의해 좌우된다.
언제, 어디서 태어났느냐 하는 우연에 좌우될 뿐이다.

내가 취업을 한 해가 2020년도. 2020년은 코로나로 인해 주식 시장이 폭락했다가 다시 폭등한 해이다. 주식으로 돈을 잃은 사람도 많지만 야수의 심장을 가진 사람들은 봄에 영끌을 해서 자산을 증식시켰다. 노동 소득의 가치가 너무 하찮아진 한 해였다. 매일 9 to 6 회사에 출근하는 것보다 MTS를 켜고 9 to 3 주식 시장에서 활동하는 게 더 현명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월급은 곧이곧대로 저축 없이 예수금으로 흘러 들어갔다.

2021년 올해 주식 시장은 작년만큼 핫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나는 저축보다는 투자를 우선하고 있다. 작년이 이례적이었다고는 하지만 저축을 해서 경제적 자유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작년에 나는 큰돈을 벌지 못했지만 큰돈을 번 주변 지인들을 보면서 내 투자 성향도 꽤나 공격적이 된 것 같다. 큰 이변이 있지 않는 한 나는 상당히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갖고 살아가겠지?


가지고 있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은 돈을 벌기 위해서 자신이 가진 것, 필요한 것을 거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당신에게 중요하지 않은 무언가를 위해 당신에게 중요한 무언가를 건다는 것은 그냥 말도 안 되는 짓이다.

필요하지 않은 돈을 벌기 위해 필요한 것을 거는 것은 바보짓... 나는 월급 이상의 돈이 필요해서 주식 투자를 하는 것인가? 어느 정도의 재테크는 필요하다 치더라도 내 월급의 절반 이상을 주식 투자에 사용하는 것이 현명할까? 가족이 없고 아이가 없고 부모님을 부양해야 할 의무가 없어서 무리해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람들이 최고의 투자수익률을 올리려고 온갖 노력을 쏟아붓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직관적으로 보면 그게 부자가 되는 최선의 길처럼 보인다. 그러나 반드시 최고 수익률을 올리는 것만이 훌륭한 투자인 것은 아니다. 최고의 수익률은 일회성이어서 반복할 수 없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꽤 괜찮은 수익률을 계속해서 올리는 것이 더 훌륭한 투자다. 최대한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할 수 있는 투자 말이다. 여기서 힘을 발휘하는 것이 복리의 원리다.

꽤 괜찮은 수익률을 계속해서 올리는 게 더 훌륭한 투자라는 말은 투자가 아닌 삶의 모든 영역에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

잠깐 행복하자고 분에 넘치는 소비를 한다거나, 주말에 흥청망청 놀기 위해서 주중에 뼈 빠지게 일을 한다거나, 한 끼 고오급 레스토랑에서 먹자고 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것은 현명하지 않은 것 같다. 필요한 만큼,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소비하고, 매일매일 조금씩 행복하고, 매 끼를 건강하고 충분하게 먹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내 시간을 내 뜻대로 쓸 수 있다는 게 돈이 주는 가장 큰 배당금이다.

인생의 목표가 뭐냐고 물으면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고 이야기해왔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적 자유가 필수 조건이다. 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내가 돈 걱정 없이 잠들 수 있는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돈을 많이 벌어서 경제적 자유를 달성할 수도 있지만 내게 진짜 가치를 주는 것들만 소비해서 경제적 자유를 달성할 수도 있다.


The Rich vs The Wealthy

어떤 커뮤니티에서 자산이 많은 부부와 현금 흐름이 많은 부부를 비교해 놓은 글을 본 적이 있다. 현실적으로는 자산과 현금흐름은 긴밀한 양의 상관관계를 가지지만 굳이 이 둘을 나누어 본 것이다. 아무래도 현금 흐름이 많은 부부의 씀씀이가 자산이 많은 부부의 씀씀이보다 크다는 게 글의 요지였는데, 과연 나는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고 하면 무엇을 택할 것인가?


저축이라니, 이 웬 고리타분한 얘기인가.
그럼에도 당신이 돈을 모아야 하는 이유.
상황에 휘둘려 싫은 일을 억지로 하고 있을 때
내가 원할 때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자유권을 갖고 싶을 때
예고 없이 찾아온 황금 같은 투자 기회를 잡고 싶을 때
그 순간 기대 없이 잠자고 있던 저축은 당신의 인생을 구원할지도 모른다.

저축... 꼭 해야 하나... 주택청약 저축 월 3만 원이 전부인데...



올봄에 남긴 독서노트


사실 파산하지만 않는다면 결국엔 가장 큰 수익을 얻을 거라 생각한다. 복리의 원리가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 만큼 우리는 오래 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의 마음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강세장에서 현금을 보유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훌륭한 자산들을 소유하지 않음으로 인해 내가 포기하는 수익이 얼마인지 예리하게 의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강세장에서 이성을 잃지 않고 현금 비중을 유지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돈을 빌려서라도 투자하고 싶어 진다. 반대로 약세장에서는 공포에 질려 현금을 꼭 쥐고 있게 된다. 그때가 사야 할 시점인데도 말이다. 


돈 문제에 있어서 우리는 누구나 미친 짓을 한다. 그러나 실제로 미친 사람은 없다. 누구나 자신만의 경험에 근거해서 주어진 순간에 자신에게 합리적으로 보이는 의사결정을 내릴 뿐이다. 
나의 게임이 무엇인지 정의하라.
돈 문제에 있어 각자 의견은 다르다. 혼란을 존중하라. 

내가 남의 결정을 이해하거나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돈 문제뿐만 아니라 인생의 모든 부분에 있어서... 모든 사람들은 바로 그 순간, 바로 그 조건에서 본인에게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후회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시간을 되돌린다고 하더라도 그때의 나는 같은 결정을 내릴 것이기 때문에. 


전설의 투자자 피터 린치 : "이 업계에서 끝내주는 사람이라면 열 번 중에 여섯 번을 맞히겠죠."

중요한 것은 100퍼센트 이기는 것이 아니다.
이길 때 크게 이기고, 질 때 작게 지는 것이다.
크게 이기는 그 순간에 집중하라.
꼬리가 전체를 흔든다.
많은 것이 잘못되더라도 개의치 마라. 절반을 틀려도 여전히 큰돈을 벌 수 있다. 왜냐하면 소수의 작은 것들이 다수의 결과를 책임지기 때문이다. 투자나 비즈니스에서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있어도 편하게 생각해야 한다. 세상은 원래 그런 것이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 판단할 때는 개별 투자를 보지 말고, 전체 포트폴리오를 살펴야 한다. 투자의 많은 부분이 형편없더라도 몇 개만 뛰어나면 괜찮다. 보통은 이것이 최고의 시나리오다. 개별 투자에 초점을 맞추어 내가 잘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면, 잘한 것은 실제보다 더 멋있게 보이고 실패한 것은 실제보다 더 후회스러워 보인다. 

이길 때 크게 이기는 것도 어렵지만, 질 때 작게 지는 것은 정말 어렵다. 손실이 크게 나면 메꾸기가 정말 쉽지 않다. 그래서 '이기기'보다는 '지지 않기'에 더 신경을 써 왔던 것 같다. (물론 크게 졌지만...) 이 전략이 유효하지 않음이 지난 2년간 증명되었으므로 앞으로는 크게 이기는 순간에 집중해 봐야겠다. 

열 군데 투자해서 열 군데 전부에서 수익이 나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두세 군데, 혹은 서너 군데에서는 손실이 나겠지만 한두 군데의 수익이 손실을 커버하고도 남는 것이 더 바람직한 포트폴리오이다. 


우리가 많아진 부를 더 크고 더 좋은 물건을 사는 데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동시에 자신의 시간에 대한 통제권은 더 많이 포기하고 있다. 부는 많아졌지만 자유로운 시간은 줄었다. 

이직을 해서 연봉을 높이면 생활이 더 만족스러울까? 더 많이 버는 만큼, 더 바빠질 테고, 더 비싼 음식과 옷에 더 많은 돈을 쓰게 될 텐데, 그렇다면 사실상 내 손에 남는 것은 동일하지 않을까?


가장 곤란했던 점은 내가 그 일을 아주 좋아했다는 사실이다. 나는 열심히 일하고 싶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이라도 타인의 통제하에 내 뜻대로 할 수 없는 스케줄에 맞춰서 한다는 것은 마치 싫어하는 일을 하는 것과 같았다. 

좋아하는 일이라도 남이 시켜서 하면 싫어하는 일이 된다. 회사 일이 싫은 이유는 남이 시키는 일이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내가 주도적으로 일하는 환경에 있다면 좀 더 열심히 일하게 될까?


투자에서 변동성은 거의 언제나 수수료이지 벌금이 아니다. 시장수익률은 절대로 공짜가 아니며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변동성, 변동성으로 인한 혼란과 공포를 피하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벌금은 피할 수 있지만 수수료는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관주의는 기대치를 낮추고, 실제로 가능한 결과와 내가 기뻐할 수 있는 결과 사이의 거리를 좁힌다. 어쩌면 그래서 비관주의가 그토록 매혹적 인지도 모른다. 모든 게 잘 안 될 거라고 기대하는 것은 그게 사실이 아니었을 때 반갑게 놀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낙관적으로 생각할 만하다. 

'기대관리'와 맥락이 닿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기 때문에, 기대 수준을 매우 낮은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비관주의이다. 하지만 비관적인 사람은 애초에 목표를 낮게 설정하기 때문에 열심히 노력할 유인이 상대적으로 적고 심리적으로야 쉽게 기뻐하겠지만(목표가 낮으므로 달성 가능성은 높다), 실질적으로는 정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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