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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5가지를 다시 경험하기까지 걸린 시간

by 박가을



7년 만에 다음 5가지 일을 다시 경험했다.


모두 2016년 6월 이후에 처음 겪었던 일이다.

1.2022년 8월 27일 : 가족들과 1박 2일 여행 간 날

2.2022년 9월 3일 : 친구를 만나 카페에서 수다 떤 날

3. 2022년 10월 6일 :

일반식사(쌀밥)를 먹기 시작한 날

4.2023년 2월 1일 : 몸무게가 40kg대로 진입한 날

5.2023년 3월 30일 : 끊겼던 생리가 나온 날


건강과 체력 문제로 일상에

여러 가지 제약이 생겼다.


누군가에게 당연하고 평범한 일들을

7년 만에 다시 맛보았다.


감격스러워서 날짜까지 정확히 기억해 두었다.

매일 잠들기 전에 머릿속으로 그렸다.


내 모습이 예전처럼 완전히 돌아와

과거에 누렸던 일상을 똑같이 누리는 장면을.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일들이

7년 만에 일어났을 때, 눈물 날 만큼 기뻤다.


태어나서 처음 세상을 마주하는 아기처럼

모든 게 낯설고 신기했다.


과거의 나는 남들보다 큰 성공, 많은 부를 가져야만

행복한 인생을 이룰 거라고 착각했다.


사람들이 성공과 부를 추구하며

열심히 노력하는 궁극적 이유는

결국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9년 동안 매일 독서했다.

책 읽는 시간을 사랑한 덕분에,

미래에 느끼고 싶던 감정들을

지금 당장 체험했다.


독서 덕분에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독서는 내면에서 솟구치는 행복감과 만족감,

성취감과 해방감을 내게 가져다주었다.


예전에는 인생의 기준을

‘성공’ 하나에만 두었다.


중요한 일이라도

곧바로 성과로 이어지지 않으면

비효율적이라고 치부하며 미루곤 했다.


한 가지 목표를 위해

인생의 다른 요소들을 희생했더니,

근본적인 행복감과 충만감은

오히려 나에게서 멀어졌다.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책<행복의 정복>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성공은 행복의 한 가지 요소에

불과하기 때문에 성공하기 위해서

나머지 요소들을 모두 희생한다면

지나치게 비싼 대가를 치른 셈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의 폭이 협소할수록,

우연한 사건이

우리 인생의 모든 의미와 목적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게 된다. ”


독서하기 전의 나는

'몇 살에 무엇이 되어야 해',

'10년 뒤에 무엇을 이룰 거야',

'저걸 꼭 소유하기 위해 달리자'라는

목표에만 몰두했다.


이제는 안다.

대단한 성취를 이루지 않아도,

훌륭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특별한 곳으로 여행 가지 않아도,

근사한 식당에서 외식하지 않아도,

예쁜 옷을 쇼핑하지 않아도,

삶의 행복감과 만족감은 오늘 이 순간에도

충분히 누릴 수 있다는 걸.


인생이 우리에게 내리는 단 하나의 명령은

‘스스로 행복하라’는 의무뿐이다.


삶의 유일한 목적은 많이 웃고

행복해지는 데 있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이 세상에 왔다.


엄마랑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

창문 너머로 하늘과 구름을 빤히

바라보았다.


지금 이 순간에 살아 있다는 단순한 기쁨과

평화로운 일상 속에 존재한다는

무한한 고요가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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