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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동안 단 한 번도 하지 못했던 3가지

by 박가을



7년 동안 외식, 쇼핑, 여행을

단 한 번도 하지 못했다.


장이 덩어리 음식을 소화하지 못해서

먹고 싶은 음식을

자유롭게 먹을 수 없었다.


몸무게는 계속 34kg에 머물다 보니

원하는 옷을 입지 못했다.


또 밖에 1시간 이상

돌아다닐 여력이 없어서

여행은 꿈도 꾸지 않았다.


2시간 이상 앉아 있기 어려워

친구와 카페 가는 약속도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건강과 체력을 완전히 회복하기 전까지

집에서 책만 읽었다.


내 인생에서 소비가

제일 적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굳이 없어도 사는 데 지장이 없는 대상들과

작별하고 나니 도리어 인생은

더 자유롭고 홀가분해졌다.


몸이 약해 집에만 있어야 했을 때

처음에는 막막하고 답답했다.


돌이켜보니 아파서 책만 읽었던 때가

내 삶에서 가장 진짜 나로 살았던 때다.


과거의 나는 희미하고

부스러지기 쉬운 존재였다.


지금의 나는 뚜렷해지고

단단해진 느낌이다.


존재의 크기가 넓어질수록

외적인 요소에 대한 갈망은

자연스럽게 작아졌다.


내 중심이 견고해지면 그 외 나머지는

부차적 요소일 뿐이다.


카를 마르크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대의 존재가 적으면 적을수록,

그대가 그대의 삶을 덜 표출할수록,

그만큼 그대는 더 많이 소유하게 되고,

그만큼 그대의 소외된 삶은 더 커진다.”



가진 것이 적어서 불행한 게 아니라

가진 양보다 더 소유하려는 욕심 때문에

괴로워진다.


초록색 물감에 흰색을 섞으면

초록색은 옅어진다.

연한 연두색으로 바뀐다.


본연의 색에 갖가지 무언가를 자꾸 덧붙이면

원래의 색은 없어진다.


본질이 아닌 것들을 덜어내야

비로소 나다운 색깔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소유보다 존재의 크기가 커지면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즉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은’ 인생이

가능하다.


텅 비울수록 오히려 충만해지는 경험을 했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먼저 온전한 나로

살아가는지를 돌아본다.


우리가 탐색해야 할 대상은

물질이 아니라 자신이다.


이번 여름, 동생은 3개월 동안

해외에서 살아보겠다며 한국을 떠났다.


평소 한국을 벗어나고 싶어 했다.

한국보다 더 좋은 곳에 살고 싶어서.


떠난 지 두 달쯤 지났을 때,

동생이 이렇게 카톡을 보내왔다.


“우리는 한국을 뜨면, 돈만 많아지면,

은퇴만 하면 행복해질 거로 착각해.

막상 그렇게 된다고 해서 인생이

크게 달라지는 건 아니야.

물론 돈이 없어서 불행한 사람도 많아.

여기에도 길에서 구걸하는 사람이 많거든.

하지만 돈은 일정 부분까지만

중요하다고 느꼈어.

시간이나 몸 상태(건강, 컨디션)가

삶에서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해.

인생을 잘 사는 데에는

뭔가 거창한 게 필요하지 않아.

먹고살 만큼 벌고, 주변 사람과 잘 지내며,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책을 읽고 새로운 경험을 쌓으며,

좋아하는 취미를 즐기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삶은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어.

이런 요소들은 돈이 많다고 해서

채워지는 일도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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