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꼰대였다

- 벌써 수 년 전, 힘들어하며 썼던 글

by 셀린

꼰대는 누구나 될 수 있다. 물론 여자 꼰대도 있다. 작년에 만났던 그 사람이 그랬다. 작년 초여름, 내 옆자리에 앉게 된 그녀는 처음부터 업무에 허덕이는 나를 부장으로서, 내가 왜 허덕이고 있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려하지 않았으며 그에 대해 실망해 내가 한 말에 무례하다면서 같이 근무하는 내내 심사가 뒤틀려 있었다.


그녀는 근무 기간 내내 여자로서 할 수 없는 말을 많이도 했다. 마케팅 부장님께 노래방 도우미 불러주겠다(당연 농담이었지만 듣고 경악했다), 전체 있는 자리에서 결혼 얘기가 나오면 나는 이미 포기했다(이 역시 농담이었지만 여자로서 하기 힘든 말이다), 무엇보다 비만에 가까운 그녀가 통통인 내 몸매를 보며 자주 하던 말-"우리같은 사람들은 블라블라"- 거기에선 정말 꼭지가 돌았다.


성격은 그렇다 쳐도, 업무에서 특히 깜짝 놀랐다. 내게 묻고 알게 되어도 기억하거나 메모하지 않았다. 책 한 권을 편집하는 일에만 매달렸을 뿐 부장의 관리 역할을 1도 하지 않아 편집부 모두 실망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직원들이 자신에게 무례하다며 점점 직원들 심리 추론하기 등 쓸데없는 일에 정신 팔려 있었다.


결국 옆자리인 내가 받은 엄청난 업무 지장과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그녀와 난 또 한 번 충돌했고, 계속 다닐 것처럼 말하던 그녀는... 어느 순간 돌연 퇴사했다. 퇴사하기 전 모인 마지막 회식에서조차 자기 가방을 사무실에 두고 와서, 다시 사무실에 들어가 갖고 나오기 이사님들 보기 챙피하다며 툴툴대던 그녀는 그렇게 퇴사했다. 퇴사 후, 내게 카톡으로 외주디자이너 입금이 언제인지를 묻던 그녀는(역시 일하는 6개월간 아무것도 숙지한 것이 없음을 의미했다) 기막혀하는 나의 대답에 예전처럼 마구 화를 카톡으로 더럽게 쏟아냈다.


나는 내가 일하는 업계에서 좀더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여자 선배를 만나고 싶었다. 그녀가 정말 그녀의 말대로 바보가 아니고, 적어도 석사 학위까지 따고 배운 사람이라면 내 말에 무례하다고 할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부끄러워했어야 했다.



여기까지가 내가 그 언젠가 울부짖듯 토해낸 이야기다. 그런데 시간이 많이 흐른 후, 약간의 사람 경험이 더 생긴 후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그녀는 정말 꼰대였을까? 그리고 나는 얼마나 그렇게 깨끗하고 반듯했을까? 문득 사십대 싱글 여자로서 여초 직장이라는 출판계라지만 홀로 일하면서 그녀가 부딪혔을 난관들이 나 모르게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은 든다. 물론 업무 처리에 있어서는 너무 했지만...


이제 그녀가 어디서든 자신의 몫을 제대로 감당하며 억울하지 않게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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