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음계와 7 음계

by 이길용

전 음악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음악을 제법 합니다. 게다가 음악을 꽤 깊게 공부도 합니다. 제가 탐구하는 것은 음악 그 자체보다, 인간이 음악을 ‘하게 되었고, 하고 있으며, 또 즐길 수 있는 능력’입니다. 관련 전공서적도 제법 보았고, 요즘은 뇌과학에서 바라보는 음악 관련 연구도 꾸준히 흡수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이런 공부를 정리할 겸 관련된 책 하나 써볼까 준비 중이기도 합니다. 이거야 원, 쓰고 싶은 책이 자꾸 늘어나니, 늙을 틈도 죽을 틈도 없겠습니다~


암튼 오늘은 5 음계(Pentatonic Scale, 펜타토닉 스케일)와 7 음계(Diatonic Scale, 다이어토닉 스케일) 이야기 좀 해볼까 합니다.


흔히들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토속음악은 5 음계고 서양음악은 7 음계라고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역사를 통해 보면(이런 연구를 하는 분야가 음악민속학입니다),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보이는 음악은 5 음계입니다. 우리나라의 궁상각치우도 그렇고, 아프리카 민요도 그렇고, 아일랜드나 스코틀랜드 민요도 그렇습니다. 우리 입에 쉽게 오르내리는 아리랑이나 올드랭 사인, 어메이징 그레이스 등등이 이 5 음계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왜 그러냐? 사실 5 음계는 자연상태에서 사람이 쉽게 따라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단음을 듣는 것이 아니라, 배음까지 듣습니다. 그러니까 '도'를 들으며 정배율로 늘어난 주파수의 다른 음, 예를 들어 '솔'까지 듣게 됩니다. 그걸 우리는 '배음(Overtone)'이라 부릅니다.


5 음계는 가장 자연스러운 배음관계인 완전 5도를 차곡차곡 쌓아 올릴 때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도'의 5도 위는 '솔'이고, '솔'의 5도 위는 '레'이죠. 그렇게 차곡차곡 쌓아 올려서 나온 음이 '도-레-미-솔-라'의 5 음계입니다. 그러니 5 음계는 인위적이지 않게 흘러나온 자연의 화음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사람들은 이 5 음계에서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낍니다. 그런데 이 완전 5도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불편하고 불안한 음들이 있습니다. 바로 '파'와 '시'죠. 온음 사이에 끼어있는 반음은 썩 내키지 않은 음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옛사람들은 애써 이 음의 사용을 멀리합니다. 사실 이론적으로 7 음계를 알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5 음계를 고집했습니다. 불편하고, 불안했을 뿐만 아니라 꺼려지기까지 합니다. 당연하지요, 완전하지 않은 반음을 누가 좋아하겠어요.


그러다가 바로크시대(Baroque Era, 약 1600~1750년)에 이르러 의미심장한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파와 시, 이 반음들에 새로운 해석이 내려집니다. 애초에 불편했고, 불안했던 이 음이 완전한 도로 도약하기 위한 긴장과 이완의 만능키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합니다. 이제 사람들은 '라'에서 '도'로 편안하게 도약하는 것 못지않게, '시'에도 '도'로 가는 긴장적 흐름을 즐길 수 있는 귀와 머리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제 '파'는 불안한 음이 아니라, '솔'이라는 완벽한 클라이맥스를 더 부추기는 긴장의 음으로 해석됩니다.


그 정점에서 7 음계를 본격적으로 음악의 중심에 세운 인물이 바로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입니다. 그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Das wohltemperierte Klavier)》을 보십시오. 반음까지 과감히 수용한 7 음계를 통하여 12개의 모든 조에서 풍부하고, 극적이고,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바흐의 선언은 '조성 음악(Tonal Music)'의 등장을 알리는 서곡이기도 했습니다.


달리 말하면, 바로크 시대와 바흐라는 작곡가를 만나면서, 드디어 인류는 '파'와 '시'라는 반음을 음악적 구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불안정하고, 불편했던 음들을 이제는 제대로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학습'된 것이죠.


그러니 5 음계는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것이고, 7 음계가 백인 서양의 것이라는 이분법적 도식은 어처구니없는 구분일 뿐입니다. 사람이 보편적이듯, 음악도 보편적입니다. 그렇게 인간을 문화로 자꾸 나누고 편가를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