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타치는 사진가 Mar 05. 2018

끼니를 해결해 주는 메시아

오사카 난바에서 만난 메시야

호텔 인근의 규동집에서 아침을 해결한 후 근처 동네 구경을 나섰다. 온 나라 사람들이 다 모여서 흥청망청 먹고 마셔대던 난바의 골목들은 새로운 하루를 차분하게 맞이하고 있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가게가 대부분이고, 오늘의 영업을 준비하기 위해 입구에 재료들을 쌓아 놓고 있는 집도 있다. 24시간 하는 가게들은 여전히 간판에 화려하게 조명을 켜 놓고 있지만 아침 햇살에 밀려 어젯밤의 위용은 보여주지는 못한다. 거리에는 간단히 아침 거리를 사러 나온 사람들도 보이고 우동집이나 규동집은 끼니를 해결하려는 여행객들로 붐빈다.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니 저 집은 맛집으로 소문이 난 모양이다. 근데 간판이 재미나다. 'ザ めしや'라니. '쟈 메시야'라고 읽는데 '쟈'는 영어의 'the'를 일본어로 옮겨 온 것이고, '메시'는 밥이라는 뜻이다. '야'는 ~~ 하는 집이라는 뜻. 결국 '그 밥집'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식당 이름이다. '메시야'라고만 했으면 그냥저냥 한 밥집이었을 텐데 '쟈'라는 영어의 정관사를 가타가나로 붙임으로써 '더 메시아'가 되었다. 


배고픈 이들의 끼니를 해결해 주니 고마운 존재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인류를 구원하는 메시아라니... 아니 어쩌면 오병이어의 기적으로 사람들을 배불리 먹인 예수를 생각한다면 진정한 메시아라고 볼 수도 있겠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니 더 이상 이름 가지고 시비를 걸진 못하겠다. 게다가 곱배기 밥도 무료(大盛り無料)!


마지막 아침을 이미 해결해버렸으니 이번 여행에서 메시아를 영접할 기회를 놓쳐버렸다. 검색해 보니 오사카 지역에서 시작한 식당 체인인 모양. 아직 도쿄나 후쿠오카에는 점포가 없다. 혹시라도 다음에 만날 기회가 있다면 꼭 구원을 받아 보리라. 

매거진의 이전글 [문화] 히나 마쯔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