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알지만 이해는 못하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수식

아인슈타인이 남긴 그 짧은 수식, E=mc².

by 기타치는 사진가

E=mc²


한 번쯤 본 적 있을 거예요. 티셔츠에도 있고, 머그컵에도 있고, 영화에도 나오죠. 그런데 이게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오늘은 수식 하나 없이, 이 짧은 문장이 세상을 어떻게 바꿨는지, 그리고 어떻게 시간까지 구부러뜨렸는지 이야기해 볼게요.


먼저, 상식을 하나 의심해 봅시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이런 걸 당연하게 배웠어요. “물질은 물질이고, 에너지는 에너지다.” 돌멩이는 돌멩이지요. 불꽃은 불꽃이고요. 그런데 아인슈타인은 1905년에 조용히 이렇게 말했어요. “아니, 사실 물질과 에너지는 같은 거야.”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되고, 물이 끓으면 수증기가 되죠. 형태는 달라졌지만 본질은 같은 H₂O예요. 아인슈타인이 발견한 것도 이와 비슷해요. 물질과 에너지는 서로 다른 형태의 같은 것이고, 조건이 맞으면 하나가 다른 하나로 바뀔 수 있어요. 그 변환 비율을 알려주는 게 E=mc²예요.


수식에서 c는 빛의 속도예요. 1초에 약 30만 킬로미터. 지구를 7바퀴 반 도는 속도죠. 그런데 E=mc² 에서는 그 c를 제곱해요. 이미 상상하기 어려운 숫자를 또 제곱하는 거예요. 그 뜻은 하나예요. 아주 작은 질량도 에너지로 바꾸면 어마어마한 양이된다는 것.


이건 이론으로 끝나지 않았어요. 원자폭탄이 작동한 원리가 바로 이거예요. 우라늄 원자핵이 쪼개지면서 아주 조금의 질량이 사라졌고, 그 작은 질량이 도시를 날려버릴 에너지로 바뀌었어요. 태양이 빛을 내뿜는 원리도 마찬가지예요. 태양은 매 순간 수소를 헬륨으로 바꾸면서 줄어든 질량을 빛과 열로 방출하고 있어요. 지구의 모든 생명이 그 에너지로 살아가고 있는 거죠.


E=mc²의 진짜 출발점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생겨요. 왜 하필 빛의 속도일까요? 왜 c가 이 수식에 들어와 있는 걸까요? 그건 E=mc²가 그냥 뚝 떨어진 수식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이 수식은 아인슈타인이 먼저 받아들인 한 가지 전제로부터 유도된 결과예요.


빛의 속도는 누가 측정해도,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같다.


이게 특수상대성이론 전체의 출발점이에요. E=mc²는 이 전제 위에서 나온 결론 중 하나예요. 그리고 시간 팽창도 마찬가지로, 같은 전제에서 나온 또 다른 결론이에요. 둘은 형제예요. 그런데 빛의 속도가 항상 같다면, 뭔가 이상해집니다. 기차가 시속 100km로 달리고 있어요. 그 안에서 진행 방향으로 시속 10km로 걸으면, 바깥에서 보면 시속 110km로 움직이는 거죠. 이건 당연한 얘기예요. 속도는 더해지니까요.


그럼 빛도 마찬가지여야 하지 않을까요? 빠르게 달리는 우주선 안에서 손전등을 켜면, 그 빛은 더 빠르게 날아가야 하는 거 아닐까요? 아인슈타인의 대답은 “아니요”예요. 빛은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같은 속도로 달려요. 그런데 이게 왜 문제냐면, 속도의 정의 때문이에요.


속도 = 거리 ÷ 시간


빛의 속도가 항상 일정하려면, 거리와 시간이 상황에 따라 달라져야 해요. 그래야 나눗셈 결과가 항상 같게 나오니까요.


우주가 선택한 해결책


우주가 이 모순을 해결하는 방법은 놀라워요.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에서는 시간이 느려지고, 길이가 줄어들어요. 그래야 빛의 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거든요. 이게 바로 시간 팽창이에요.


쌍둥이가 있어요. 한 명은 지구에 남고, 한 명은 빛의 속도에 가깝게 달리는 우주선을 타고 떠났어요. 우주선 안의 쌍둥이에게는 1년이 흘렀어요. 그런데 지구로 돌아와 보니, 지구에 남은 쌍둥이는 수십 년을 늙어 있어요. 우주선 안에서 시간이 더 천천히 흘렀기 때문이에요.


이건 공상과학이 아니에요. GPS 위성이 실제로 이 현상을 겪고 있어요. 위성은 지구 위 높은 곳에서 엄청난 속도로 돌기 때문에, 위성 안의 시계는 지구의 시계보다 약간 느리게 가요. 이걸 보정하지 않으면 GPS는 하루에 수 킬로미터씩 오차가 생겨요. 우리가 매일 쓰는 내비게이션이 아인슈타인의 이론 덕분에 작동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빛의 속도는 왜 불변인 걸까요?


여기까지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 질문이 떠올라요. 빛의 속도가 항상 일정하다는 건 알겠어. 근데 왜 그런 거야? 솔직하게 말할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없어요. 광속 불변은 이론이 설명해 주는 결론이 아니에요. 오히려 이론의 출발점, 즉 자연이 원래 그렇게 작동한다는 실험적 사실이에요. 마치 “왜 사과는 아래로 떨어져요?”에 “중력 때문이요”라고 답할 수 있지만, “왜 중력이 존재해요?”엔 끝내 답이 없는 것처럼요.


1887년, 마이컬슨과 몰리라는 두 물리학자가 실험을 했어요. 빛의 속도가 방향에 따라 다를 거라고 예상했는데, 측정해 보니 어느 방향으로 재도 똑같았어요. 당시 물리학자들은 이 결과를 믿지 못해서 실험이 잘못됐나 의심했을 정도예요. 아인슈타인은 달랐어요. 그는 “왜 빛의 속도가 일정하지?”라고 묻는 대신 이렇게 물었어요.


“빛의 속도가 정말 일정하다면, 나머지 물리학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지?”


그 질문의 답이 특수상대성이론이에요. E=mc²도, 시간 팽창도 모두 거기서 나왔어요.


어떤 의미에서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은 답을 찾은 게 아니라, 올바른 질문을 찾은 것이었는지도 몰라요. 우주가 왜 그렇게 생겼는지는 몰라도, 그렇게 생겼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끝까지 밀어붙였을 때 — 시간이 구부러지고, 질량이 에너지가 되는 세계가 펼쳐졌으니까요.




저 역시 문과생이지만 수학과 과학에 관심이 많습니다. 독자 여러분과 함께 이과의 세계를 훔쳐보고 싶습니다. 궁금하신 내용이 있으면 언제든 댓글을 달아 주세요. 함께 이과생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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