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함이 세상을 움직이는 순간
오늘 아이들 학교에서 준비한 발표회에 다녀왔다.
큰 아이는 세 번이나 나온다기에 1부 오프닝부터 2부 클로징까지 자리를 지켰다.
오전 시간이 모두 흘러갔지만, 피곤함보다는 따뜻함이 느껴졌다.
화려한 학예회는 아니었지만,
그동안 배운 것들을 선보인 아이들의 모습은 신선한 설렘이었다.
내 아이가 무대에 섰을 때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선 모든 아이가 그저 반갑고 귀여웠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친 박수는 실력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아이들의 그 모든 찬란한 순간에 대한 응원이라는 것을.
아이들은 무대에 오르며 작은 떨림을 달고 있었다.
그럼에도 엄마를 찾아 고개를 두리번거리기도 하고
곧 엄마를 발견해 내고는 빛나는 눈빛으로 힘차게 손을 흔들었다.
실수가 보이기도 하고 부족한 면도 보였지만
그 모든 순간은 "나는 해낼 거야"라는 다짐이 밑바탕에 있었다.
어린 마음이었기에 더욱 용감하게 느껴졌다.
실수를 두려워하면서도, 실수할지 몰라 긴장하면서도 그래도 해보는 것.
그 작은 한 걸음을 내딛는 찬란한 순간에 나는 열렬히 박수로써 그들을 응원했다.
어른이 된 우리는, 이런 장면을 볼 때 유독 찡해지곤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도 그 시절, 같은 용기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어른이 된 우리는 종종 결과를 기준으로 사람을 칭찬하곤 한다.
잘해서, 정확해서, 남들보다 돋보여서 등등..
하지만 오늘의 박수는 달랐다.
아이들이 무대에 서기까지 그 모든 시간에 대한 존중이자 인정이었다.
연습하는 시간, 틀리면 다시 한번 시도하던 시간,
친구들과 맞추며 반복하던 시간...
그 모든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순간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박수뿐이었다.
어쩌면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받고 싶은 것도 이런 박수가 아닐까.
결과가 아니라, "그 시간을 견딘 너를 보았어"라고 말해주는 박수.
아이들은 무대에서 계산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차례에 성실하게 해냈을 뿐이다.
나는 그 순수함이 오래도록 이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른이 되면 우리는 종종 순수함을 잃는다고 하지만,
사실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삶의 먼지들 사이에 잠시 가려진 것에 가깝지 않을까.
오늘 아이들은 그 먼지를 털어내 주었다.
그들의 모습이 내 안의 순수함에 쌓인 먼지를 한 겹 털어내 주는 듯했다.
아이들에게 박수를 보내던 순간,
마음 한구석이 조용히 흔들렸다.
"나는 언제 이렇게 당당히 서 본 적이 있었지?"
그렇게 아이들을 향해 보낸 박수는 이내 나에게 닿고 있었다.
과거의 나, 지금의 나,
그리고 한 번 더 용기 내길 바라는 내일의 나에게.
오늘 내가 보낸 박수는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려는 그 마음에 대한 응답이었다.
아이들이 박수를 받으며 자라듯 우리도 박수를 받으며 용기를 얻는다.
그렇다. 박수는 조용한 힘이 되어주는 것이 분명하다.
삶은 완벽한 순간이 아니라
불완전한 순간에 다시 이어나갈 때 비로소 단단해진다.
오늘 내가 아이들에게 보낸 박수는 나에게 보낸 박수와도 같았다.
두려움을 넘어 순수함의 힘으로 나아가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