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자격이 없다고 느낄까?

허준이 교수님에게서 배운 '근거 없는 자신감'의 힘

by 감격

내가 나에게 건네는 의심의 말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게 될 때마다, 나는 항상 멈칫했다.

누군가 나를 믿어주었지만, 정작 나는 스스로를 믿지 못했다.


"내가 이걸 맡아도 되나?"

"나는 전문적인 자격도 없고 잘하는 사람도 많을 텐데"


그렇게 기회를 넘기게 되기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준비가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내 안에서 계속해서 반복되는

'내가 자격이 있을까?'라는 질문 때문이었다.


이 감정은 단순한 불안이나 긴장을 넘어서는 뿌리 깊은 감정이었다.

어떤 일을 시작하려고 할 때마다,마음속에서 항상 들려왔다.


"네가 감히 이걸 한다고?"



이 감정의 정체에 대해


이런 감정은 살면서 한 두 번 쯤 누구나 겪는 감정이 아닐까 싶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가면 증후군(Impostor Syndrome)'으로 설명한다.


이는,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운이 좋았기 때문이고

진짜 실력이 없다는 게 곧 들통날 것 같다."는 느낌이다.


성공하거나 인정받아도,

정작 본인은 이를 속임수나 우연으로 해석하고,

자신의 실력은 부족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타인의 기대에 지나치게 민감하거나

작은 실수에도 쉽게 자책한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파고들다 보니, 조금 달랐다.

나는 성과를 낸 이후에 스스로를 깎아내린 경험도 있지만,

반대로 뭔가를 시도조차 하지 못하게 만드는 마비감이었다.


그러니까 나의 고민은

이미 이룬 것에 대한 의심과

"나는 아직 자격이 없다"는 전제에서 시작되는

'행동 이전의 위축감"이 동시에 존재했던 셈이다.

이 감정들은 뒤섞여 나를 점점 더 작게 만들었다.


‘자격불안(qualification anxiety)’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최근 조직심리학과 진로상담 분야에서

사회적 자격 기준에 대한 내면화된 불안을 설명할 때 사용된다.


실제 연구에서는

자신이 지닌 자격이 공식적 인증이나 외부기준과 다를 때,

개인은 스스로를 제한하고 새로운 도전을 유보한다고 보고되었다.


여기에 뇌과학적 설명을 덧붙이면 더욱 이해하기 쉬워진다.

인간의 뇌는 사회적 배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내가 자격이 없다'는 인식은

무리에서 벗어날 위협으로 받아들여져 뇌는 경고를 보낸다.

발표, 지원, 제안, 글쓰기처럼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순간에

뇌는 '위험!!'이라고 외치는 것이다.


이 경고를 피하려면

'더 준비해야 해' , '지금은 아니야', '다음에 해야지' 같은 신호가 따라온다.

그리고 우리는 그 신호에 순응하다 기회를 놓치게 된다.


우연히 본 허준이 교수 영상은 이와 반대되는 메시지를 던졌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모든 걸 망칩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진짜 힘입니다."


그는 필즈상을 받은 수학자지만,

늘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카페에 가며 일상을 단순화한다.

불필요한 자극을 줄이고, 생각이 자랄 여백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의 연구 방식 또한 완벽해 보이지만,

실은 실수와 시행착오로 가득하다고 말한다.

구불구불하게 지나온 길이

자기에게는 최적의 길이었다고 하는 분이다.



잘하려는 마음이 나를 갉아먹을 때


내가 그동안 자격이 없다고 느꼈던 이유는,

사실 '잘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처음부터 잘해야 한다'는 완벽주의 때문이었다.


나는 실수 없이 시작하고 싶었고,

누구보다 뛰어나게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마음이 결국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결과는 언제나 '아직 준비 중'인 상태였다.


사실, 그래서 이 브런치 글도 계속 미뤄지고 방치되었었다.

나를 돌아보고 감정을 정리하면서

배우고 있는 것들이 큰 전환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길을 돌아가도 괜찮다. 그것이 나에게는 최적의 경로였다"는

허준이 교수님의 인터뷰처럼, 큰 위로이자 응원이었다.


나는 질문을 바꿔보기로 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에서

"내가 좋아서 해볼 수 있을까?"로 말이다.


자격이란, 완벽한 상태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이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이 곧 자격이었다




자격은 내 안에 있다.


여전히 수백 번을 다잡아야 하지만 실천하는 것이 있다.

작고 쉬운 행동으로 나의 자격불안을 줄여주는 방법이다.


1. 오늘의 작은 성취 기록하기

오늘 내가 해낸 '작은 일'을 기록한다.

"스레드를 올렸다.", "브런치 초안을 썼다", "아이와 눈 맞추며 대화했다"

아주 사소한 행동들이 쌓여,

"나도 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내적 근거가 된다.


2. 근거 없는 자신감 반복하기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하이파이브를 하며 말한다.

"나는 할 수 있다. 이유는 알게 뭐람"

자기 암시일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거울 속 나 자신에게 하이파이브를 건네며

반복된 동작에 반응하게 만드는 것이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나의 뇌를 설득하는 강력한 도구가 되어준다.


3. 실패 일기를 쓴다.

아주 가끔이긴 해도, 엉망이었던 것, 대차게 망한 것을 쓴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것으로 나갈지 딱 하나 제안해 본다.

그럼 신기하게도 무게가 줄어들고

이후엔 나를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게 해 준다.


4. 질문을 바꾸는 연습

"나는 자격이 있을까?" 대신 "나는 이걸 하고 싶은가?"

"지금 나는 어떤 기분이지?"로 질문을 바꾼다.

질문이 바뀌니 뇌가 반응하는 방식이 평가가 아닌 탐색이 되었다.



나에게 허락할 수 있을까?


허준이 교수님은 서울대학교 졸업 축사에서 말했다.


"자신에게 친절하라.

그리고 그 친절을 미래의 나에게 잘 전달하라"


우리는 너무 자주 자격을 외부에서 찾는다.

자격증, 인정, 성과 등등.


하지만 결국 자격은 '나에게 허락해 주는 일'이다.

'지금 해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내면의 목소리.

그걸 듣는 순간, 나는 이미 자격을 얻은 것이다.


오늘 나는 나 자신에게 어떤 허락을 해줄 수 있을까?


이 질문 덕에, 나는 오늘도 글을 쓸 수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화가 터질 때, 감정의 언어를 읽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