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자 Jul 01. 2023

유럽이 처음이면 이태리는 어떨까요 (2)

콩감자네 이탈리아 여행기 2-2편 (사람)




직항보다 비교적 저렴한 경유 항공권을 구입했다.  


파리를 경유해 베네치아로 향하는 일정이었는데, 생각보다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던 게 경유를 택한 이유였다. 공항 밖으로 나가진 못했지만 그 덕에 파리도 아주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콩자씨와 나의 첫 유럽 대면은 사실 이탈리아가 아닌 파리 샤를드골 공항이었다. 난생 처음 유럽에 진출한 우리에게, 가장 처음으로 긴장을 선물해준 곳이 그곳이니 말이다.


게이트 앞 벤치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열심히 구경했다. 우리 같은 동양인은 온데간데 없고, 죄다 모델 같고 조각 같은 분들만 모여있었다. 우린 이런 광경이 신기했지만 외국 친구들에게는 우리가 더 신기해보였던 모양이었다.


우리가 그곳에서 대화한 외국인이라고는 편의점 종업원과 마카롱 가게 직원분 뿐이었지만, 이탈리아 대장정을 앞둔 우리에게는 긴장을 풀어주기 충분한 대화였다.


마카롱을 구입해내 뿌듯해하는 콩자씨

  



이태리 사람들




"이 식전빵도 가격이 붙나요?"


"아마 한 그릇에 300유로쯤 할 겁니다."


"으에??"


"ㅋㅋㅋㅋㅋㅋㅋ농담이죠 공짜입니다."


베네치아에서 처음 만난 식당 종업원과의 대화다. 우리의 베네치아 숙소는 베네치아 본섬이 아닌 메스트레였다. 처음 이탈리아에 도착해 아침을 맞이하며, 메스트레에서 베네치아로 들어가는 버스를 내릴 때의 설렘은 여전히 생생하다.


화창한 하늘 아래 수 많은 관광객들 사이로 보이는 아기자기 줄지은 건물들은, 첫 유럽을 마주한 우리에게 큰 감동을 줬다. 세상에 이렇게나 예쁜 도로들 사이로 운하가 흐르고 있다니, 상상해내기도 어려울 동화같은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립읍니다..


그렇게 처음 들리게된 한 파스타집. 날씨가 좋아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고 적당한 음식들을 주문했다. 생전 처음 시켜보는 유럽에서의 음식이었고 생전 처음 먹게 될 이탈리아의 음식이었기에, 맘 속으로 긴장을 늦추지 않으려 애쓰고 있던 우리였다.


그렇게 나온 식전빵. 어디선가 식전빵에 가격을 붙여 손도 데지말라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나 종업원에게 질문하게 되었다. 그랬더니 위와 같이 익살스러운 농담을 받게 되었고 우리는 웃으며 긴장을 풀게 되었던 것이다.


그냥 지나면 재미 없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음식 나왔습니다."


"이 파스타도 공짜죠?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건 3000유로쯤?"



이탈리아에 무장이 해제된 순간이었다.


공짜이자 3000유로 파스타. 참고로 1유로는 1400원대다.




베네치아에 가면 꼭 들려야할 작은 섬들이 있는데, 아이유 하루 끝 뮤비 촬영지로 유명한 부라노와 유리 공예로 이름난 무라노가 그곳이다. 베네치아의 시내버스 격인 바포레토라는 보트를 삼십분 정도 타고 들어가니,  또 다른 베네치아를 느낄 수 있었다.


예쁜 접시와 컵들을 보며 연신 감탄하기 바빴던 콩자씨를 따라, 무라노 유리공예 상점들을 누비고 다녔다. 하나같이 예쁜 나머지 고민의 시간이 길어졌고, 기념품을 잔뜩 고르게 되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상점이 있었는데, 나이가 지긋하신 할머님께서 계산을 해주셨다. 직접 만든 물건들이냐며 물어보니, 옆에 있던 아들이 만들었다며 자랑하셨고 아드님께서는 쑥쓰러워 하며 머릴 긁적이셨다.


모든 상점 중 이 곳이 가장 예쁘다며 엄지를 치켜세우니, 그제서야 고맙다며 쑥스러운 눈을 마주쳐 주셨다.


Murano glass




무라노와 부라노를 보고 돌아오니, 어느덧 베네치아의 거리에는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허기진 배를 채우려 구글맵에 미리 저장해둔 식당에 찾아갔지만, 이미 가득 찬 손님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렇게 배회하려던 차, 끝내주는 거리 공연과 운하를 옆에 끼고 야외 테이블이 마련된 낭만 가득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곧장 자리를 안내 받았고, 낭만 있게 운하를 내다보며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멋지게 정장을 차려입은 웨이터 분께서 매뉴판을 가져다 주셨지만, 한 번 추천에 맡겨보기로 하며 부탁해보았다. 제법 고민하시더니 베네치아에서만 맛 볼 수 있는 것으로 준비해보겠다 하셨다.



따뜻한 색감의 조명 아래 활력 있던 그 거리는, 우리가 알던 낭만을 넘어섰다. 그 곳에서 대화를 나누고 식사하던 우리의 모습은 영화 속 한 장면과 같았고, 거리를 누비며 연주하던 예술가들 덕에 낭만의 분위기가 더욱 고조되었다.


우리에게 다가와 열정적으로 연주해주신 분을 과연 잊을 수 있을까! 높은 연봉과 많은 명예를 그리는 이들의 삶에서 동떨어져, 자신이 행복한 곳에서 열정을 다 해 연주하며 즐기는 모습이 지극히 선해보인 것 아닌가.


감동적인 연주를 뒤로, 예상치 못한 멋진 음식들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옆 테이블에서 마저도 놀랄 만큼 멋진 음식이 나오자 우리 또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모습을 본 웨이터 님께서는 굉장히 만족해 하시며 따뜻한 미소를 보내주셨다.



엄청난 가격대의 식당은 아니었지만 웨이터님의 마음가짐은 여느 고급 레스토랑 직원의 마음과 다를 바 없었다. 우리의 반응에 흡족해 하시는 순수한 표정를 보니, 어떤 삶의 태도로 살아가고 계신지 가늠할 수 있었다.


어떤 직업이든 어떤 환경이든 본인의 일을 사랑하며 삶을 채워가는 그들의 여유로운 터전 덕에, 우리의 낭만이 가득 채워진 것 아닐까.


우리 여행이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 이런 낭만들 덕분이었을 것이다. 여행의 길목 마다 만날 수 있었던 이태리 사람들의 열정과 여유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풍요로이 여행을 채워주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성공의 끌어당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