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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엄마 Oct 26. 2022

철학적인 게 뭐야?

2018년 12월 어느 날, 첫째 일곱 살

그 해 7월부터 배우기 시작한 피아노 수업이 재미있다는 첫째에게 다시 한번 궁금해서 물었다.


"00야, 정말 피아노 치는 게 좋아?"


"응. 내가 피아노 건반을 직접 누르면 소리가 나고, 손가락으로 다양하게 누르는 게 재미있고 내 손가락이 움직이는 걸 보고 있으면 집중이 잘 돼. 그래서 재미있어."


"히야~진짜.. 근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어? 엄마는 그냥 피아노가 좋다고 느꼈지 너처럼 그렇게 표현 못했는데, 어쩜 너는 그렇게 말을 잘해?"


"사실은 내 머릿속에 검색을 해서 저장해두는 거야. 미리 저장을 해두고 엄마한테 말하고 싶어도 참고 준비해서 엄마한테 말하고 그다음에 다른 검색을 계속해. 내 머릿속에 컴퓨터가 있는 거야."


너무 놀라서 나는 입을 벌리고 그 애를 바라봤다.


"00야, 그 컴퓨터가 너 머릿속에 있다는 말, 너가 생각한 거야, 아니면 어디서 본거야, 들은 거야? 어떻게 그렇게 표현을 해?"


"내가 생각한 거야. 검색이라고 했잖아. 컴퓨터를 보니까 그 생각이 났어."


"근데 엄마한테 할 말을 그럼 언제 생각하는 거야?"


"어린이집 갈 때나 갔다 와서나 혼자 그냥 있을 때나 특히 피아노 칠 때 생각해. '도레미파솔라시도'이렇게 칠 때나 아무렇게나 내 마음대로 피아노를 치면 생각이 잘 돼."


"너는 되게 철학적인 거 같아."


"철학적인 게 뭐야?"


"음...... 엄마가 설명을 잘 못하겠어."



못한다고 하지 말고 나처럼 정리해서 말해봐. 나는 엄마한테 쉽게 설명하잖아. 모른다고 그렇게 안 하면 어떡해. 나처럼 정리해서 말하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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