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를까 기를까

#145

by 갠드무


머리카락이 자라 귀를 덮기 시작했습니다.
자를까? 기를까?
별 시덥잖은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외모적으로 보면, 머리를 자르는 게 맞습니다.
자고 나면 옆 머리가 부풀어 올라 얼굴 너비가 1.5배는 되어 보입니다.
머리를 감고 잘 안말린 채로 나서면 머리카락이 축 늘어져 무언가 관리가 안된 듯, 약간 멍청해 보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바람이라도 쎄게 불면 헝클어지는 건 둘째치고, 머리카락이 얼굴에 부딪쳐 따끔거리기까지 하네요.

머리를 자르러 가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아! 가는 것까지가 어렵지 않다는 말입니다.
가고 나면 어떤 스타일로 해달라는 말을 해야 하는데, 사실 이게 좀 귀찮습니다.
누구처럼 잘라주세요~ 라고 하기엔 어릴 때 보다 얼굴이 조금 변해서 주책맞아 보입니다.
옆머리는 이정도, 앞머리는 이정도로 해주세요~ 라고 하면 너무 정확해 피한방울 나오지 않는 사람 같아 보입니다.
그래서, 그냥 알아서 잘 잘라주는 곳, 그런 곳을 선호합니다.

어쨌든, 스타일을 말해야 하는 수고로움 따위는 사실 자를지 말지를 고민하게 하는 이유가 아닙니다.
머리를 자를지 기를지 고민하는 이유는 단 하나...

걸을 때의 머리카락 찰랑거림이 귀를 살짝살짝 스치는 느낌 때문입니다.
이게 마냥 좋은 건 아닌데, 또 마냥 싫은 느낌도 아니거든요.

머리카락 끝이 귓바퀴를 살짝 찌를 때는 간질거리기도 하고, 머릿결이 흐르며 귀 끝을 쓸어내리는 건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는 느낌 입니다.
귀를 살며시 만져주는 머리카락의 터치에서 지나간 추억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하지만, 머리카락의 간질거림이 근질거림으로 변해 손가락으로 귀를 긁게 만들기도 합니다.
귀를 긁으니 귀가 벌게지고 안그래도 안좋은 피부에 오톨도톨한 것이 올라올 기세도 보입니다.

좋음과 싫음이 공존하는 이 느낌으로 마음 속이 우왕좌왕하는 동안, 내일의 태양은 어김없이 떠오르고 머리카락은 내일 또 자라나 있겠죠?
달라진 머리카락의 길이는 오늘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줄 것입니다.

다른 느낌....

그러고 보니 지금의 느낌은 지금 단 한번 뿐이니 소중한 것이군요.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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