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씀과 꽃 묵상
[창세기 1:1]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
산자고는 양지바른 풀밭에서 이른 봄 피어나는 꽃입니다. 까치무릇이라고도 부르며 꽃말은 봄 처녀입니다.
서울은 남도보다 봄이 늦습니다.
들꽃에 배고픈 서울 생활, 어느 봄날, 푸른 싹이라도 보고 싶어 동네공원을 찾았습니다. 그때 동네공원 절개지에서 산자고와 할미꽃, 조개나물과 같이 흔하지 않은 꽃들을 만났습니다. 물론 꽃다지나 냉이, 민들레, 쇠뜨기 같은 것들은 기본이었지요. 서울 하늘에서는, 아스팔트 틈이나 보도블럭 틈에서 피어나는 봄도 소중하고, 척박한 땅에서도 피어나는 꽃들에게 ‘미안하다’말을 건네기도 합니다.
제주도에 살다 서울에 올라온 이후, 들꽃을 만나지 못해 안달이 나서 주말이면 차를 몰고 강원도나 경기도 같은 곳으로 나가 산야를 돌아다니며 들꽃을 만나곤 했습니다. 처음에는 제주도에서 만나지 못하던 꽃들을 만나는 기쁨에 빠져서 그리 힘든 줄 몰랐습니다. 그러나 해가 지나면서 막히는 도로에서 보내는 수많은 시간과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아름다운 들꽃을 만난답시고 대기오염원의 하나인 자동차를 끌고 다니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눈길을 준 것이 척박한 도심의 갈라진 틈이었습니다.
시멘트의 갈라진 틈, 아스팔트의 갈리진 틈, 경계를 이루고 있는 벽사이, 틈만 있으면 그곳엔 어김없이 초록의 생명이 살아 숨 쉬고 있었습니다. 그 척박한 곳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면서 마침내 꽃을 피우는 열정, 수고를 보면서 도심의 야생화를 보는 눈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시간 속에서 소중한 것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 것입니다.
하나님의 사랑도 그렇습니다. 하나님을 느끼는 것도 그렇습니다.
특별한 곳에서만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 설거지하면서 걸레질하면서도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일상이라고 여겨지는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영적으로 깨어 있지 않으면 일상을 그저 당연한 것으로, 자신이 노력해서 얻은 것으로 생각하며 살아가기 쉽습니다.
봄입니다.
볼 것이 많은 봄, 샘물 같이 솟아오르는 새싹을 보면서 그 생명을 주신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시길 바랍니다. 솟아오르는 생명을 보지 않는 것, 아무런 느낌도 없이 바라보는 것 모두 이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에 대한 실례입니다.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 이렇게 고백을 하신다면, 그 창조하신 세상으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그리하여 함께 웃고 울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