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때가 인생의 전성기다
“언제가 전성기였다고 생각하세요?”
누군가 이렇게 물었다.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지만, 마음 한쪽이 조용히 흔들렸다.
그렇다. 나도 누군가처럼 생각했다.
‘그땐 빛났지. 모든 게 가능했던 시절.’
사람들은 흔히 10년 전을 전성기였다고 말한다.
건강했고,
마음은 더 단단했고,
삶은 덜 고장 났던 시절.
실수도 많았고 후회도 남았지만,
지금에 비하면 그때가 좋았던 시절이었다고.
10년 전으로만 돌아갈 수 있다면, 하고 말이다.
그 10년 전이란, 사람마다 다르다.
10대, 20대, 30대, 40대... 나에게는 50대였고,
어제 만난 어떤 분은 “70대 초반만 되어도 좋겠다”고 하셨다.
100세가 넘어 병상에 누워계신 한 분은 “80대가 인생의 전성기였지요”라고 하셨다.
며칠 전, 병상에 계신 노년의 교우들을 심방하고 돌아오며 전성기에 대한 생각을 다시 했다.
한 분은 암 투병 중이시고,
또 한 분은 파킨슨병으로 걷지 못하신다.
어떤 분은 귀가 들리지 않아 소통이 어려웠고,
100세가 넘으신 다른 분은 종일 침상에 누워 연명 중이셨다.
“하나님, 나 좀 얼른 데려가 주세요.”
매일 그렇게 기도하신다는 그분은, 삶의 끝자락에서 버티고 계셨다.
그분들이 공통적으로 하신 말씀이 있다.
“그냥 걷고, 말하고, 듣고, 보는 게 얼마나 귀한 줄 이제야 알겠어요.”
그 순간 나는 문득 깨달았다.
그 모든 ‘보통의 일상’이야말로, 우리가 전성기라 부르지 못했던 전성기였다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지나고 나서야 어떤 시간이 전성기였는지를 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면, 늘 너무 늦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지금은 늙고 병든 것 같고,
사랑은 줄고, 가능성은 사라진 것 같지만,
여전히 우리는 숨을 쉬고, 누군가를 기억하며,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도 충분히 전성기일 수 있다.
전성기는 어떤 업적이나 찬란함의 시기가 아니라, 삶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태도로 결정된다.
과거를 그리워하며 시간을 놓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나도, 지금의 나도, 모두 귀하고 아름다운 존재라는 사실을 믿고 살아야 한다.
지금 이 순간을 헛되이 여기지 말라.
십 년 뒤의 나는 또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때가 전성기였구나. 십 년만 젊었으면……”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몸이 아프고, 마음이 흔들릴지라도,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당신의 삶이 빛나는 전성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