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려는 사람과 찾으려는 사람...
선박검사 신청이 되고 난 후 검사 일자를 확인하기 위해 수리업체 담당자에게 전화가 왔다.
관공선은 정기적인 검사를 할 때 선체, 기관 수리를 하는 업체에 대해 조달청에 공사 입찰 신청을 한다.
계약조건에는 수리의 범위와 기간을 명시한다.
공사업체는 인건비와 재료비 등 예상 금액을 계산하여 산정하여 견적가를 제출한다. 조달청에서는 입찰 금액의 적정선, 업체 실적을 반영하여 공사업체를 선정한다.
그런데 며칠 후 수리업체 담당자가 나에게 카카오톡으로 사진을 보냈다. 사진은 선체 외판의 파공이 발생한 부분을 찍은 사진이었다.
문자 내용은
“선체 파공이 발생하였으니 검사 철저히 하세요”라는 내용이었다.
검사를 하기 전 부담이 되는 문자 내용이었다. 선박 운용자인 항해사와 검사 일정을 조율하여 검사를 가는 날짜를 정하여 알려주었다. 이후 검사 현장에 도착하여 항해사와 선박 관계자들을 만났다. 선체 외판은 살펴보던 중 파공이나 이상한 점을 찾지 못했다. 문자로 보냈던 사진은 선박 내부에서 찍은 사진이라 외부의 어느 부분인지 알 수 없었다.
항해사에게
“이 배 선체에 파공이 발생한 부분은 없어요?”라고 물으니
항해사는
“네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외판을 계속해서 살펴보다가 외판에 구멍이 난 부분을 끝내 찾지 못하여 항해사를 옆에 두고 바로 수리업체 담당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과장 여기 현장인데 파공 부위를 찾을 수 없으니, 여기로 와 보세요” 하니
잠시 후 수리업체 담당 김 과장이 왔다.
김 과장이 파공이 났다고 손으로 가리킨 부분은 상가대에서 선체를 받치는 고임목이었다.
고임목을 치우자, 외판의 구멍이 난 부분으로 물이 쫙 하고 쏟아졌다.
고임목은 외판의 구멍을 감추기 위해서 고여 놓았던 것 같았다. 물이 쏟아지자, 항해사는 조금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김 과장도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외판의 파공부분은 내부에서 확인하면 그 부위가 더 클 수 있다. 그래서 내부에서 확인하려고 보니 내부는 기관실 바닥이었다. 더구나 파공이 난 부분은 엔진이 설치된 부분의 바로 아래쪽이었다. 엔진베드의 안쪽 부분은 보강벽이 있어서 진입이 불가하였다. 그래서 엔진베드 아래쪽을 확인할 수 있도록 보강벽을 절단, 철거하도록 요청하였다.
다음날 보강벽을 철거하여 기름 범벅인 엔진베드 아래쪽으로 들어갔다. 작업복을 더럽혀지지 않기 위해 일회용 작업복을 입고 들어갔다. 기관실 바닥은 곰보형 부식이 심한 상태여서 금방이라도 구멍이 날 것 같았다. 부식이 심한 부분 중에서 어떤 부분은 수십 개의 곰보형 부식이 몰려 있었다. 좌현 엔진베드 하부를 확인한 후에 우현 엔진베드 하부를 확인하였다. 좌현과 마찬가지로 곰보형 부식이 심각하여 망치로 두드리자, 구멍이 났다.
항해사에게 기관실 바닥 외판 전체를 교환해야 한다고 하였다. 항해사는 다른 방법이 없느냐고 물었지만, 철판을 교환하는 방법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하였다. 다음날 책임자인 사무관이 현장에 와서 회의하였다.
사무관은
“외판을 교환하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까?”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나는 반드시 교환을 해야 한다고 하며, 교환을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였다.
잠시 후 고민하더니. 사무관은
“그럼 알겠습니다. 배의 구멍이 난 부분은 물이 들어오지 않게 덧댐시공 후 허가를 하고 예산을 배정받아서 다시 검사를 받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약 한 달 후 다른 조선소에서 다른 업체가 외판 수리를 담당하게 되었다.
작업 내용은 기관실 외판 전체를 교환하는 것인데, 외판을 교환하기 위해 엔진을 들어올려야 하고 외판 수리 후 엔진을 설치하여야 했다.
외판의 크기를 정확히 맞추어 절단하고 삽입하였다. 그에 따라 골재도 새로 교환하였다. 용접검사 후에는 비파괴검사(초음파검사)를 하여 결함 여부를 확인하였다.
외판을 교환하고 난 뒤에는 철거한 엔진을 새로 설치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파이프를 철거하여야 했고 엔진의 상하 레벨도 다시 맞추어야 했다. 정밀도 향상을 위해 레이저로 중심을 확인하였다.
외판 수리를 마치고 배를 물에 띄워 엔진의 정렬 작업을 하였다.
엔진 정렬 작업을 마친 후에는 정박 시험 운전을 하여 진동과 소음이 없는지 확인하였다.
며칠 후 항해 시험 운전을 해보니 속도가 약 1~2노트 향상되었다. 아무래도 기관실 바닥에 볼트, 쇳조각들을 청소를 하여 중량을 줄이고, 엔진 정렬을 정확히 맞추니 성능이 향상된 것 같았다.
처음 수리를 담당한 업체에서는 파공이 생겨 예상치 못한 인건비와 재료비가 추가로 투입되기 때문에 결함 신고를 해서 수리 범위를 줄이려는 목적이었던 것 같았다.
선박의 진수 후 지난 연도를 “선령”이라고 하는데, 선령이 오래된 배일수록 부식이 심하다. 그중에서도 기관실 바닥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선박 부속품과 부품을 떨어뜨릴 수가 있다. 그러한 부품이 떨어지면 기관실 바닥은 항상 기름에 오염된 물이 고여있는 경우가 많아 바로 청소가 어렵다. 그러한 이유로 선박 부품이 바닥에 떨어지면 이종 금속 간 접촉부식으로 곰보형부식(Pitting Corrosion)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어떠한 이유에서건 부식이 발생하면 수리비가 과다하게 들기 때문에 사전에 기관실 바닥 청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수리업체의 신고로 선체 파공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선박을 검사한다는 것은 규정에 따라서 위반 사항이 확인되어야 시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검사로 모든 결함을 찾기 어렵다.
이 때문에 선박소유자 스스로 수리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나 제반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