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삼십 대 중반에 접어든 저는 그 유명한 '끌어당김의 법칙'을 이십 대 중반이었던 소위 '취준생' 시절, 숱하게 부르짖곤 했습니다.
"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상상하는 대로, 그리는 대로 삶은 변한다."
확실히 이 마법 같은 주문은 이루어지기는 하나 봐요. 머릿속에서 선명한 그림을 그리면, 그것이 현실로 이루어진다던 R=VD (Reality=Vivid Dream)을 하루에도 수십 번 생각한 끝에 저는 당당히(?) 정규직 일자리를 꿰차게 되었거든요.
그래, 제 목표는 여기까지였던 것 같습니다.
어쭙잖게 공부를 잘해서 거창한 꿈도 없었고. 그냥 '남들이 하니까' , '정규직 정규직 정규직' 다들 그토록 정규직을 부르짖으니까. 그리고 저 또한 몇 차례의 인턴직과 파견 계약직, 그리고 계약직 끝에 느낀 것은 왠지 모를 불합리함과 차별. 이것을 벗어나려면 '정규직' 일자리를 꿰차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리고 저의 '끌어당김의 법칙'은 제 나이 서른, 드디어 '정규직' 일자리와 함께 빛을 발하게 됩니다.
그로부터 약 5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한 때 제 꿈이었던 그 정규직 일자리가 저의 발목을 옥죄는 덫이 되었어요. 이 기분을 아실까요. 여기서 내가 더 나아질 것 같지 않은 암담함, 그리고 이곳에서는 너무 지쳐서 더 노력할 수 없는, 사실 노력조차 하고 싶지 않은 무력감.
고민 끝에 남편과 동생에게 퇴사를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마침 혼자 시간을 보내게 된 어느 날, 동생에게 연락이 왔어요.
"점심은 어떻게 할 거야? 소소한 간식이 갈 건데 기대는 하지 마. 사랑해"
꾸역꾸역 참고 있던 마음속 응어리가 새어 나오는 기분. 참자참자, 다짐했지만 감동과 왠지 모를 미안함, 고마움과 따뜻함에 어느새 눈가는 촉촉.
눈물 젖을뻔한 빵. 아이스 아메리카노일 줄 알았던 음료는 '아샷추'였다.
혼자 점심도 안 먹고 있을 제 모습이 걱정됐을 동생의 마음이 너무나 잘 느껴져서 배달원께서 주신 간식봉지를 받아 들자 마음이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순간 울컥 눈물이 터졌지만 곧 생각했습니다.
'괜히 코스프레하지 마. 눈물 젖은 빵? 웃기고 있네. 네가 선택한 거잖아. 너의 선택 앞에서 당당해야지.'
퇴사 그게 뭐라고. 못 하면 그만할 수도 있는 거지. 세상 끝나는 것도 아닌데. 그리고 건강한 내 신체와 날 응원해 주는 가족이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난 다 잘 이겨낼 수 있어. 이것도 나름의 성장통인가 보지.
별별 생각을 다 하며, 눈물에 젖을 뻔 한 빵을 단숨에 먹어 삼켰습니다.
그래요, 저는 할 수 있겠죠. 할 수 있어요.
이십 대의 제가 이뤄낸 '끌어당김의 법칙'을 이제는 제가 원하는, 저만의 방향으로 발휘해보고자 합니다.
아직 퇴사는 못 했지만 곧 퇴사를 앞둔, 여전히 꿈을 찾아 이뤄가고 싶은 삼십 대 중반 사람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