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은 잘 모르겠는데, 중소기업 정도의 규모에서는 소위 '핵심인물'들이 있다. 이들은 대표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활동하며 그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능력을 가졌으며, 어찌 되었던 대외적으로 업무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들의 갑작스러운 부재는 회사의 입장에서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을 초래한다.
작년 초에 회사의 핵심인물 1인이 갑작스러운 퇴사를 통보했다. 물론, 모든 업무를 완벽하게 마무리지어 둔 상태였으며 후임자를 구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도 회사에 주었다.
그때, 나는 나름의 충격을 받았다.
앞으로 핵심인물 없는 '저 팀'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일까. 우리 회사는 망하는 것 아닐까. 아니 그런데 왜 퇴사를 하는 걸까? 대표 옆에서 가장 강력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도대체 내가 모르는 뒷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이 있던 것일까....
아무튼 나는 혼란스러웠고 회사가 걱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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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회사는 아무 일 없었던 듯, 잘 돌아갔다.
누군가에게는 더 많은 업무가 부여되기도 했고, 또 새로운 사람이 그 역할을 대신하기도 했지만, 어찌 되었던 회사는 별 타격 없이 잘 돌아갔다.
회사란 대체제들의 집합소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저 사람 없이는 절대 못 할 것 같은 일'이란 것은 없다. 세상은 넓고, 능력자는 많고, 사람들은 또 채워진다.
숱한 '퇴사 관련' 사건들을 겪으며 쌓은 데이터 덕분에 회사에 퇴사를 알리는 것이 걱정되지는 않았다. 내가 애착을 갖고 있던 그 일은 어차피 또 다른 누군가가 (어쩌면 더 잘) 하게 될 것이다. 마땅치 않다면 사람을 구하면 그만이다.
진행하고 있던 프로젝트는 잘 마무리해 두면 되는 거고, 인수인계서를 꼼꼼히 작성하여 또 다른 대체제가 될 어느 분께 누가 되지 않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