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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오리즈 Oct 27. 2020

4-1. 하청에 하청에 하청, 여행업(상)




코로나19는 분명 어려운 시기이다. 고객의 니즈라는 관점에서는 부풀려져 있던 수요에 거품이 가라앉는 시기이자 충족되지 못하는 수요가 어디로 향할지 모른다는 점에서, 기업의 관점에서는 최소한의 사업 단위로 규모를 줄여야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들은 코로나19를 견뎌내기 위한 일시적 대책을 강구하면서도, 장기적 관점에서 반드시 짊어지고 갈 핵심 사업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코로나19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기업의 본질을 되돌아보기에 좋은 시기일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코로나19는 분명한 위기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기회이다.






<오늘의 글 미리보기>

1. 여행업의 본질은 비일상적인 경험을 잘 제공해주는 기획일까?

2. 왜 패키지여행에서 자유여행으로 흐름이 바뀌었을까?




여행업의 본질은 기획?


    여행업의 본질은 무엇일까? 가장 답하기 쉬운 답변은 바로 ‘비일상적 경험’일 것이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에어비앤비의 슬로건이나 도쿄 도심의 마천루 한복판에 위치한 17층 짜리 수직형 료칸인 호시노야 도쿄, 코로나19로 항공길이 막히자 여행 가는 척 떠났다가 돌아오는 상품을 출시한 아시아나 항공 모두 여행에 돈을 쓰는 이유가 일상에서 벗어난 시간과 공간을 느끼고 싶다는 욕구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코로나19로 해외여행길이 막히자 제주 여행객이 급증한 것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여행업의 본질이 정말 ‘비일상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일까? 즉, 여행업계는 단지 색다를 경험을 잘 '기획'하고 여타 플랫폼 업체가 그러하듯이 '독점상품'을 공급하기만 하면 누구나 스타 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업계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곧 여행업의 본질에 대한 해답이며, 코로나19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홀로 유유히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마이 리얼 트립’의 동력을 설명해줄 수 있기도 하다. 수많은 여행사가 무급 휴직 끝에 도산하고 대형 여행사가 생존을 위한 몸집 줄이기의 일환으로 구조조정에 나선다는 소문이 파다한 가운데 마이 리얼 트립은 홀로 400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를 유치했다. 뿐만 아니라 마이 리얼 트립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회사 설립 이후 가장 많은 항공 예약 건수를 달성했다. 코로나19 이후 최다가 아니라 역대 최다이다. 전통적인 여행사가 힘을 못쓰는 가운데 마이 리얼 트립이 성장세를 유하고 있는 것은 몸집이 가볍고 민첩한 스타트업 특유의 대응 덕분일까? 아니다. 마이 리얼 트립은 여행업의 본질을 캐치한 덕분에 코로나19 속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여행업의 본질은 유통!


    거두절미하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행업(여행사)의 본질은 유통업이다. 물건의 질로 승부하는 제조업이나 고객의 체류시간을 늘려 객단가를 높이는 임대업과 다른 유통업의 본질은 규모의 경제와 회전율이다. 전통적인 여행업체는 대개 홀세일 혹은 간판(간접판매) 여행사라고 불리는 비용구조를 가진다. 국내 1, 2위 여행사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가 이 간판 여행사에 속한다. 전통적인 여행사의 구조는 하나투어의 사업모델을 도식화한 그림을 통해 알 수 있다. 


하나투어가 설명하는 여행사의 유통 체인


고객-대리점(소매점)-하나투어(도매점)-여행 관련 업종(항공사/호텔 등)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고객은 하나투어의 직영점과 대리점(프랜차이즈 매장), 홈페이지, 그리고 판매 제휴/대행사를 통해 상품을 안내 받고 구매한다. 그 한 단계 위에 위치한 도매업자인 하나투어는 모객 업무의 대가로 소매점에게 커미션을 지급하는 한편으로 여행에 필수적인 항공사나 호텔, 버스회사 등의 공급자와 단위 계약을 맺는다. 이런 전통적인 유통 방식이 유지될 수 있었던 까닭은 해외여행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성 덕분이다. 해외에 관한 정보를 접하기 어려운 시절에는 숙박과 교통 예약을 대행하고 상품화하는 간판 여행사와 상품을 수주해 고객에게 전달하는 창구인 소매업주들, 그리고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해외여행의 꿈을 꾸는 고객 간의 연결고리가 견고할 수 밖에 없었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었던 조건은 정보의 비대칭성이고, 회전율을 높이기 위한 방식이 바로 오프라인 모객 활동인 것이다. 하나투어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무수히 많은 모객 채널의 확보가 있다.



    그러나 인터넷 환경이 정비되면서 상황은 변하기 시작했다. 사실 유통의 단위는 적으면 적을수록, 사슬은 짧으면 짧을수록 좋은 건 당연하다. 그렇기에 2010년을 전후로 상품을 기획하는 종래의 범위를 넘어 직접적인 모객과 판매, 그리고 고객관리를 담당하는 직판(직접판매) 여행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일종의 패키지 직거래가 성사된 것이다. 직판 여행사의 유통구조 또한 노랑풍선의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노랑풍선의 유통 체인에는 대리점이 없다.


    하나투어와 달리 노랑풍선의 유통사슬에는 공급자와 여행사(유통업자), 그리고 소비자만 존재하며 고객과 여행사의 사이에 위치한 대리점(소매점)이 없다. 이에 여행사 입장에서는 소매 대리점에 지급했던 커미션을 광고/마케팅 비용과 패키지 상품의 가격을 낮추는데 활용하며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고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절감한 커미션 비용 덕분에 상대적으로 상품 가격이 낮고, 여행 전의 예약부터 여행 후의 관리까지 단일한 채널에서 담당하니 만족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노랑풍선은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인터넷 환경이 열위에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만 대리점을 개설하고 나머지 지역의 모객을 인터넷 상에서 대신한다. 일반적으로 간판 여행사가 대리점에 지불하는 커미션 비용이 약 5~10%대인 걸 감안하면 직판 여행사는 당연히 간판 여행사보다 가격에서 우위를 점할 수 밖에 없다




해외여행의 확산과 자유여행의 보편화


    2010년부터 전세계 항공사들은 여행사에 지급하던 항공권 판매 수수료를 지급중단하였고, 항공권 수수료에 의존하던 중소 여행사들의 경영 환경이 악화되었다. 대형 간판 여행사 중심으로 여행업이 개편되고 있던 상황 속에서 간판 여행사를 위협한 것은 직판 여행사가 아닌 자유여행의 바람이었다. 2013년을 기점으로 FIT(개인별 자유여행)이 패키지 상품을 통한 여행 비율을 추월하게 되었다. 한국관광공사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여행 행태에서 자유여행의 비중은 2013년 52.4%로 38.4%를 기록한 패키지 여행을 추월한 이후로 2014년 56.9%, 2016년 68%, 2017년 67.7%로 꾸준히 증가하였다. 


    자유여행이 주류 여행 행태가 되기 시작한지 몇 년 지나지 않아 해외 여행시장 자체의 규모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필자가 대학에 들어간 2015년부터 내국인 출국자 수는 전년 대비 20% 증가했으며, 이후 2017년까지 매해 20%가까이 증가해왔다. 2016년부터는 2천만 출국자는 기본이고 2019년에는 거의 2,900만 출국자를 기록했다.  


한 눈에 보아도 2015~2017년 사이 급증하였다. 



    해외여행객의 급격한 증가는 복합적인 요인이 결부되면서 생긴 메가 트렌드지만, 핵심적인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해외여행을 가는데 드는 비용이나 국내여행을 가는데 드는 비용이나 비슷비슷해졌기 때문이다.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대부터 50대까지 직장인 남녀 1,000명 가운데 약 60%가 국내여행보다 해외여행을 더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 이유로는 ‘크지 않은 비용 차이’가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아래 그림을 보면, 동일 기간 동안 국내 숙박 시설의 이용요금은 가파르게 증가한 반면 국제선 항공권의 값의 증가 추세는 그리 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 결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국민 여행실태 조사’에 따르면 해외여행을 한 번 갈 때 드는 비용이 2011년 230만 원에서 2016년 173만 원으로 25% 줄었다


국제항공료와 국내항공료의 가격 증가폭이 좁혀지고 있다. 


국내여행지의 숙박시설 유형별 가격 증가폭이 좁혀지고 있다.


    특히 이들이 가장 많이 방문한 국가는 일본이다. 2015년 관광에 대한 연차보고서를 보면, 중국 방문객이 전년대비 6.3% 증가한 약 444만 명으로 가장 많았으나, 일본 방문객이 약 400만 명으로 전년대비 45.2%의 성장률을 보이며 크게 증가하였음을 알 수 있다. 불매운동이 확산되기 전까지 일본을 향하는 방문객 수는 꾸준히 증가하였다. 방일 한국인 관광객이 급증한 배경에는 특히 비용이 저렴해졌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2010년을 전후로 등장한 LCC들은 아베노믹스로 인한 엔저효과에 편승해 일본 노선을 중심으로 경쟁적으로 공급을 늘려왔다. 특히 서울과 부산에 한정되었던 출발지를 지방의 공항들로 확장시키고 방일 관광객을 유치하던 일본 정부의 기조와 친화력을 가지면서 일본의 지방공항으로의 취항을 강화했다. 가령 청주 공항에서 도쿄나 오사카로 가는 편이 신규로 생겼다. LCC 입장에서도 비교적 비행거리도 짧고 취항도 자유로워 수요만 충분하다면 수익성을 내기 쉬운 구조라는게 일본행 항공편의 증대에 긍정적인 작용을 했다.


    다음 그림은 일본 노선의 수송분담률을 보여주는데, 2015년 대비 2016년에 LCC와 외항사의 비중이 커졌음을 알 수 있다. 이때 외항사도 일본 내 LCC가 대부분을 이룬다는 점을 고려하면 LCC 비중이 급속도로 커졌음을 알 수 있다.


국적LCC의 비중과 더불어 외항사의 비중이 늘었다.

 

아웃바운드 여행객이 인바운드 여행객의 3배 가까이 될 정도로 편차가 심해졌다.


    2015년을 기점으로 해외여행객의 수가 급증한 이유는 정리하자면, 1) 일본 정부의 인바운드 정책, 2) 아베노믹스로 인한 LCC의 일본 편 신규 취항, 3) 이로 인한 해외여행 가격의 하락 을 들 수 있다. 해외여행 가격이 하락하면서 여행을 가는 사람들의 유형 중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은 2030세대의 단기 여행이다. 2015년을 기점으로 시작된 변화는 2017년에 가서 극명하게 차이를 나타내는데, 20대와 30대의 해외여행 경험률이 다른 세대에 비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것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대와 30대의 여행 수요가 늘어나면서 패키지 여행에서 자유 여행 중심으로 개편되는 여행시장의 흐름에 쐐기가 박혔다.


2030세대의 경험률의 증가폭이 타 세대에 비해 높게 집계되었다.


    해외여행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들을 타겟으로 삼아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할 수 있는 여러 매체가 등장했고 가까운 거리의 짧은 여행 기간을 고려했을 때 필수 관광 옵션이나 쇼핑이 들어가있는 패키지 여행보다는 자유 여행에 대한 선호도가 커졌다. 그 결과 1조원대로 추정되는 국내 온라인 개별자유 여행(FIT) 시장에서 익스피디아 호텔스닷컴 아고다 등 글로벌 OTA의 시장점유율은 7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점유율을 확대해왔다. 2017년 기준으로 온라인 쇼핑 거래액에서 1위를 차지한 항목이 의류 및 패션(15.6%)이 아닌 여행 및 예약 부문(172.2%)이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글로벌 OTA의 매출 규모를 추산해볼 수 있다. 이 흐름은 2019년까지 이어져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결제한 온라인 여행사 중 상위 6개 회사 가운데 절반을 글로벌 OTA가 차지했다.   



2017년 기준 업계별 이커머스 거래액 1위는 여행업이 차지




여행업의 또 다른 축, 현지 여행사


    그렇다면 패키지 여행은 어째서 급증하는 해외여행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했을까? 답은 역시 모두가 아는대로 불만이 크다는 것이다. 정해진 일정에 맞춰 사진을 찍고 다음 관광지로 이동해야 하는 타이트한 고정된 스케쥴과 반드시 한 번 이상은 들러야 하는 쇼핑센터, 그리고 쇼핑센터에서 물건을 구매하지 않거나 선택 관광에 참여하지 않았을 때 가이드가 보이는 불쾌함은 모두 비일상적 경험을 느끼러 간 여행지에서 일상적 불편함을 환기시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패키지 상품은 어째서 반드시 쇼핑센터를 들르고 선택관광을 종용할까? 단지 가이드의 지갑을 두둑히 하기 위해서? 아니다. 가이드의 지갑을 두둑히 하기 위함이 아니라 가이드가 적자를 보지 않기 위함이다. 이에 대한 설명은 다시 여행업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돌아온다. 결국은 유통 구조가 핵심이다. 


 

    앞서 전통적인 여행업을 소개하면서 하나투어의 사례를 들어 간판 여행사의 구조를, 노랑풍선의 사례를 들어 직판 여행사의 구조를 설명하였다. 그러나 이 유통 사슬에는 누락된 부분이 있다. 바로 관광객이 현지에 가서 접하게 되는, 여행의 퀄리티를 결정짓는 가이드의 존재이다. 그렇다면 가이드와 여행사는 어떤 관계에 있는가? 이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현지 가이드가 소속되어 있는 랜드사라고 불리는 현지 여행사와 여행사의 관계, 그리고 랜드사와 가이드의 관계를 알아야 한다. 


    전통적인 여행업, 그 중에서도 업계 수위를 다투는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모델인 간판 여행사의 모델에 따라 고객이 여행을 경험하기까지의 과정을 재구성해보자. A씨는 B여행사 대리점에서 동남아 패키지 여행 상품을 구매했다. B여행사의 대리점은 이를 도매업자인 여행사에 보고한다. 그러면 여행사는 현지 여행사인 랜드사에 그 일정에 맞춰 가이드를 요청한다. 랜드사는 여행사가 미리 기획해둔 상품에 맞춰 현지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숙박, 식사, 티켓, 교통, 가이드 등)을 준비한다. 전통적인 여행사는 몇몇 업체에 의해서 업계가 구성되어있는 반면, 랜드사는 범람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역학관계가 형성된다. 자연스럽게 을의 위치에 있는 랜드사는 고객을 유치하는 한국의 여행사가 요구하는 가격에 맞춘 상품을 기획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현지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을 직접적으로 고객에게 전달하는 가이드는 또 을의 위치에 있는 랜드사의 피고용인이기 때문에 역학관계에서 가장 아랫단에  위치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랜드사와 가이드의 수익은 어디서 나올까? 대부분의 이들은 여행상품에 포함되어 있는 가이드 팁이 그대로 가이드의 주머니로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팁은 가이드가 속해있는 현지 랜드사로 들어간다. 왜? 한국의 여행사가 제공해주는 ‘지상비'로는 도저히 비용을 충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상비는 패키지 상품의 고객들이 체류기간 동안 지출하는 모든 금액을 뜻한다. 앞서 언급한 숙박, 식사, 티켓, 교통 등이 지상비에 해당한다. 그렇지만 국내 여행사가 랜드사에 지급하는 금액은 고객이 제공한 팁 외에 따로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선택 관광과 쇼핑이 강요될 수 밖에 없다. 선택 관광과 쇼핑에서 수익을 남겨야 랜드사의 적자를 메우고, 남은 약간의 돈이 가이드에게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이드는 이 외에도 여행객들이 체류하는 공간들에서 약간의 커미션을 받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수익을 남기기에는 부족한 구조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다음 기사를 참고하기 좋다. 


    여행업의 유통 사슬을 재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출처: DBR



본 글은 "하청에 하청에 하청, 여행업(하)"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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