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가람 Apr 03. 2019

홋카이도 셩지순례-프롤로그

가출하려고 떠난 여행기

 2009년에 발매된 신혜성의 홋카이도 여행 사진 에세이 ≪눈의 멜로디≫를 아십니까. 완판 되었다가 대학교 1학년 때 재판 대란이 일어나 저도 손에 넣은 기억이 나네요. 그때부터 홋카이도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 돈이 없다는 핑계를 대다가 대학 4학년이 될 때까지 못 갔네요. 취준 우울증으로 마음이 아팠을 때 여행 가면 안 되냐고 부모님께 홋카이도 패키지 상품 캡처한 거를 보냈더니 비싸다며 조용히 거절당했습니다. 웬만하면 보내주시는 분이데 말이죠.


 제가 살았던 교토-오사카면 몰라도 처음 가보는 홋카이도를 홀로 돌아다닐 용기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잊고 지냈었죠.






 한국 본가로 돌아온 지 4개월. 제가 백수 생활을 한지도 4개월이네요. 백수 4개월 차가 되면 어떻게 되는 줄 아십니까? 눈치가 보여서 집에 가만히 못 있습니다. 하다 못해 친구라도 만나서 사교성이 퇴화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야 가족들이 안심합니다. 거기다 오랫동안 떨어져 살다 보니 부딪히는 일이 만만치 않더군요. 일어나는 시간에서 밥 먹는 스타일, 글 쓰는 것에 대한 불만까지. 그렇게 우리 가족은 0.1도씨만 넘으면 끓어 넘칠 것 같은 화를 삭이며 아슬아슬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샤워를 하다가 샴푸통을 봤는데 샴푸가 다 떨어졌더군요. 그때 그냥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집을 나가야겠다!



 그렇게 생각한 게 3월 22일. 씻고 나와서 비행기부터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당장이라도 떠날 구실을 만들어 머리를 식히지 않으면 누구 하나 마음 다치는 건 시간문제일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실은 교토를 갈 생각이었습니다. 백수이기에 가능한 월화수목금 4박 5일 동안 오사카에서 옛 동료들도 만나고, 교토에서 Y교수님과 친구도 만나며 천천히 걷다 올 생각이었지만, 간사이 지방이 벚꽃 시즌에 들어간 걸 깜빡했네요. 어마어마하게 비싸더군요. 비행기도 호텔도. 최대한 싸게 잡아 교통비, 식비, 유흥비 다 포함해서 130만 원 정도. 아무리 탕진하러 가는 여행이라지만 이건 아닌 듯싶더라고요. 제가 브리핑한 내용을 듣고 엄마도 반대했습니다. 여행은 물 건너 간 건가 하고 풀이 죽어있던 때, 엄마가 홋카이도 여행을 추천했습니다.






 홋카이도는 비수기라서 아시아나 왕복 24만 원, 4성급 호텔 4박 5일 25만 원. 바로 결제하고 일정 잡았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저 돈 조금밖에 없는 백수입니다. 블로그 검색하다 보니 버스 투어가 있다길래 그것도 예약하고, 신혜성 사진집 보면서 여유 있게 일정 잡다 보니 하루 금방 가더라고요. 다음 날 일어나서 필요한 거 사고, 와이파이 신청하고, 드라이 맡겼던 겨울 옷들 비닐 뜯어서 캐리어에 집어넣으니 나 홀로 여행 D-2일. 하루 전날에는 브런치에 연재하는 매거진 업데이트하고, 어디 서류하나 제출하고 침대에 누웠습니다. 새벽 4시에 집에서 나가야 했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눈을 붙이려 했지만 설렘 반, 긴장 반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알람 소리가 울리기도 전에 일어났습니다. 나중에 1일 차를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여러분, 여행 전날에는 안정제 먹고서라도 무조건 자는 게 답입니다.






 이번 여행 테마는 #가출 #즉흥 #리프레쉬 #신혜성 #신혜성 사진집 눈의 멜로디 #성지 순례입니다. 팬들이 신혜성을 부르는 애칭이 '셩'인데요, 성지 순례랑 합쳐서 '셩지 순례' 여행이라고 지어봤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4박 5일 동안 걷고 생각하고 먹고 마시고 나불대고 끄적거렸던 이야기 풀어보려 합니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