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림읽기

아프간 소녀

Steve McCurry

by 일뤼미나시옹


2002년, 아프가니스탄의 텔레반과 미국과의 전쟁 이후, 스티브 맥커리가 찍은 소녀의 두 번째 사진은 우리를 충격에 빠지게 만든다. 무장 이슬람 단체인 수니파의 탈레반이 아프간을 십수 년 지배하는 동안 여자들은 지옥과 같은 시간을 보냈다. 이슬람 원리주의자인 이들은 수구적인 율법을 강요하여 여자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박탈하였다.

스티브 맥커리는 1984년 소련과 전쟁 중이던 시절, 아프간의 한 소녀를 촬영하여 세계적인 포토저널리스트로 자리매김했다. 소녀는 남루한 누더기를 걸치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우리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표지를 장식했던 한 장의 소녀 사진을 통해서 사람들은 가슴을 관통하는 그 무엇을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 찍었던 ‘아프간 소녀’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17년 후, 텔레반 정권이 붕괴되고 스티브 맥커리와 내셔널지오그래픽 팀은 그 소녀를 찾아 나섰다. 며칠 동안 많은 제보가 있었다. 스티브 맥커리는 마침내 나타난 그 소녀를 보자마자 바로 직관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나는 소녀를 본 즉시 ‘아프간 소녀’ 임을 알 수 있었지요. 그녀는 여전히 날카롭고 강도있게 응시하는 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그녀는 결혼을 했지만 소련의 침공과 가난의 한가운데서 자신의 부모와 아이의 연이은 상실로 비극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17년의 세월 동안 늙어버린 아프간 소녀의 모습을 통해서 고달픈 삶의 역정을 읽어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사진의 힘이다.

스티브 맥커리 인물사진의 특징은 정면으로 바라보는 ‘응시’에 있다. 그의 사진 속 인물들은 표정 없이 관람자와 면대면으로 응시함으로써 언어의 서술 없이도 그들이 가졌던 ‘삶의 진동’을 충분히 교감할 수 있는 기운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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