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딘스키 : 결정적인 장미
장미와 고양이
두 번째다. 고양이 새끼를 묻어준 게. 어린 새끼가 어른도 채 되기도 전에 배가 불렀다 그리곤 한 동안 어디서 새끼를 낳고선 현관 앞에 와 쪼그리고 앉아 문쪽을 향했다. 젖을 만들려면 우유 같은 걸 먹어야 한다. 준다. 보름여 새끼를 먹이는 우유는 어미 뱃속에서 젖으로 새끼의 입으로 흘러들어 간다. 여름이 한창인 때 왜 새끼를 낳누. 얼마나 키우기 힘들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마침내 어린 새끼 두 마리가 종종 걷기 시작한다. 담장이 넝쿨이 번져가는 담장 너머에서 새끼 두 마리가 기어코 올라타선 정원이 있는 마당 잡동사니 창고에 숨어든다. 어미는 나에게 익숙해서 겁을 내지 않는다. 하지만 갓 태어난 새끼들은 화들짝 화들짝 잘도 놀란다. 그중에 한 녀석은 유독 왜소하고 힘이 없다. 진종일 어미 젖꼭지 물고 빤다. 어미도 피골이 상접이다. 손님이 들고 온 참치 캔 멸치 닭고기를 먹인다. 그래도 어린 새끼는 살이 오르지 않는다. 한 녀석이 기가 유독 커 보인다. 내 인적이 느껴지면 황급히 달아난다. 어미는 무연히 바라보고 배를 깔고 눈을 감고 유칼립투스 나무 그늘에서 잡을 잔다. 내 인기척이 없으면 새끼는 다시 다가온다. 아무래도 한 녀석은 오래 살 것 같지 않다. 일전에도 이렇게 곯아빠진 녀석을 묻어 준 기억이 있다. 날 때부터 빈약하였다. 그러다 며칠 후 새끼 두 마리 중 한 녀석의 흔적이 없다. 빗줄기 쏟아지다 말다 하던 사이 잡풀이 무성한 정원 정리를 하는 중에 파리 떼가 달라붙기 시작하는 고양이 사체를 발견했다. 죽은 지 하루 정도 되었나 싶다. 흙담장 아래 심긴 인동초와 동백나무가 있는 붉은 장미 나무 아래 깊이 땅을 팠다. 새끼 고양이는 무게감이 없었다. 헝겊 쪼가리로 꿰맨 솜이 없는 인형 같았다. 깊이 묻었다. 부드러운 흙은 덮어주고 무거운 돌을 얹었다. 고양이를 기념하기 위해서다. 오래 살진 못했지만 잠깐 동안의 인연. 나를 겁 없이 바라보던 눈은 참 고혹했다. 며칠 간의 고혹한 눈망울은 장미의 첫 봉우리 같았다. 더 컸다면 장미라고 이름 붙여주려고 했는데.... 깊이 묻었으니 내년이나 내 후년에는 장미로 태어날 것이다. 첫 봉우리를 보면 너를 떠올려주마. 흙담장 아래 장미는 이 번이 두 번째 고양이 무덤이 되었다. 몇 해 전에는 이번 녀석보다 더 앙상하고 가벼운 어린 녀석이었다. 그 어미는 새끼 젖도 물리지 않고 내쳤다. 내가 몇 날 동안 우유를 먹이고 집안에서 보살폈지만 결코 마당의 창고에서 며칠 사이 종적 없다가 발견됐다. 그 후로 흙담장 아래 인동초가 널브러진 정원의 한 구석 검붉은 장미 고양이가 매달리는 걸 나는 매일 보고 있다. 이후로도 몇 마리의 어린 새끼가 초산의 어미로부터 태어나 버림받거나 영양실조 따위로 죽게 될지. 검붉은 장미나무 아래에는 더 이상 고양이를 묻어 줄 수 없으니, 가을이 될 때까지 쉼 없이 꽃이 나고 시드는 연분홍빛 독일장미 아래에 묻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이 정원에 어린 고양이든 참새든 나비든 블루베리를 따먹는 직박구리든 까마귀든 개구리든 잠시 잠깐 와서 내게 생명의 이유는 생의 이유를 죽음에 대하여 숙고 바라보고 몇 줄의 시를 쓰거나 무심할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