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파일러 (Paul Feiler, 1918-2013)
마우스홀 v 폴 (Mousehole v Paul)
1953년
작품은 독일 출신의 영국 추상화가 폴 파일러의 초기 주요작 중 하나입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현대 미술의 중심지였던 콘월(Cornwall)의 예술가 그룹 '세인트 아이브스 파(St Ives School)'의 주요 인물 중 한 명입니다.
'마우스홀(Mousehole)'과 '폴(Paul)'은 세인트 아이브스 근처에 있는 실제 어촌 마을의 이름입니다. 따라서 이 그림은 이 지역의 풍경, 특히 항구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추상 풍경화입니다.
그림은 전체적으로 강렬한 수직선과 수평선이 뼈대를 이루는 격자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화면 중앙과 우측의 수직적인 띠는 항구에 세워진 돛대나 건물의 기둥을 연상시키며, 화면을 가로지르는 수평적인 면들은 부두, 방파제, 혹은 수평선을 암시합니다. 이러한 구조는 항구의 인공적인 건축미와 질서정然한 느낌을 줍니다.
이 그림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두꺼운 질감(임파스토, Impasto)입니다. 파일러는 물감을 매우 두껍게 바르고, 나이프로 긁어내거나 덧칠하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화면 상단의 흰색과 회색 부분은 마치 오래된 건물의 회벽이 벗겨진 것처럼 거친 질감을 보여줍니다
중앙의 검은색과 어두운 갈색 면들은 타르를 칠한 배의 선체나 젖은 나무 기둥의 느낌을 줍니다.
이러한 기법은 그림에 촉각적인 느낌을 더하며, 콘월 해안의 거칠고 비바람에 시달린 자연환경을 시각적으로 구현합니다.
전체적으로 검은색, 흰색, 회색, 그리고 흙빛(ochre)과 탁한 녹색 등 차분하고 절제된 색조가 주를 이룹니다. 이는 화려함보다는 콘월 지역의 화강암, 바다, 그리고 흐린 날의 하늘에서 볼 수 있는 본질적인 색채를 반영합니다. 우측 상단에 작게 보이는 노란색과 붉은색의 터치는 단조로울 수 있는 화면에 미묘한 활기와 시각적 흥미를 더합니다.
"그녀는 부두의 흔들리는 인파 속에서 서 있었다. 배는 검고 거대한 몸체로 선창가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희미한 불빛들을 삼키고 있었다. 그녀는 차갑고, 음울하며, 안개 같은 바다의 냄새를 맡았다. 저 검은 덩어리가 그녀를 밤 속으로, 바다 저편으로 데려갈 것이다. 그 배는 그녀의 탈출이자, 동시에 미지의 공포였다."
- 제임스 조이스, 『더블린 사람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