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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Feb 12. 2019

벤샨  : 붉은 계단



  파국의 지경에 다다랐는데도 저 늙은이는 그래도 붉은 계단이 좋은가 봅니다. 다리 하나를  잃은 검은 옷의 남자는 대홍수에 흰 옷의 민중이 위기에 처해  있어도  못 본 척 붉은 계단에 첫발을 디디는 중입니다. 검은 옷과 붉은 계단. 
 모두 부서졌고 물에  잠겨 버렸는데 저 붉은 계단은 온전하고 파국을 회피할 수 있는 유일한 비상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어깻죽지에 바구니를  이고  물에 잠긴 남자는  당당히  수몰된 세계를 당당히 헤쳐 나가고 있습니다. 등을 보이는 검은 옷의 늙은이와  정면을 향한 흰 옷의 사내의 이 세계를 대처법을  우리는  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렇듯  모두가 절뚝거리며 자기만의 붉은 계단을 찾고 있습니다. 세상이야 어찌 됐든 나만의 붉은 계단을  찾아 절뚝거리며  오르고 싶은 것입니다. 
검은 옷은 법복 혹은 성직자 따위를  상징합니다.  외다리 목발이란 자기 몸뚱이  하나만을 위해 이 세계에서의 주어진  자기 역할을 애써  외면하는,  이 세계와 등진 자들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보고  있는지요. 저 계단  꼭대기에서  그는 무엇을 보게 될까요. 바로 그들이 파괴한 세계를 보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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