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림읽기

마크 로스코 : 무제

Untitled (Yellow, Orange, Yellow, Light

by 일뤼미나시옹


벽이 사람이 그리워서, 벽이 진종일 저의 맨가슴이 쓰려서, 괜히 길가는 이의 발걸음을 유혹한다. 괜실히 저의 지루한 들숨과 날숨으로 지나가는 노인을 주저앉히고 저의 들숨과 날숨을 나워준다.

그런 날이 있다. 이유 없이 외진 상점의 벽에 붙어 멍하니 붙어서서 벽의 진언을 들어버리는 날이 있다. 저의 생각에 끄달려 멈춰선 시간이지만, 사실은 벽이 사람이 그리워서 지나가는 이를 붙박아 놓은 것이다. 벽 근처는 오줌 냄새, 담배 냄새, 음식물 찌꺼기가 말라 붙어 있지만, 햇살은 구운 김처럼 파삭하고, 외투를 통과해서 피부에 스미는 햇살 받으면서, 아무도 듣지 못하는 벽의 진언을 들어버리는 날이 있는 것이다. 몸과 호흡과 햇살의 농도로만 알아채는 진언.


이 색채의 벽을 모두 마시고 돌아가면서

나는 내가 모르는 너의 문을 툭툭 쳐서

너를 불러내고 싶은 것이다.

keyword
일뤼미나시옹 인문・교양 분야 크리에이터 프로필
팔로워 3,356
매거진의 이전글주사위를 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