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나이고 나는 당신입니다

[다들 그렇게 살아요. 뻔한 이유로 행복하게] 01

by 정원에

['다들' 그렇게 살고 있는 '우리'는 바로 당신이고 나이다. 당신이 나이고 내가 당신인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뻔한 이유로 뭉근한 행복을 바라는 당신의 가슴이 나의 등이고 나의 가슴이 당신이 등이 되어 주면서.]


'삶은 고기서 고기다'. 지나치다 한 번쯤 본 적 있는 정육점 문구이죠. 눈길이 자연스레 가 닿습니다. 우리 동네에서 제가 한 시간 정도 걷는 반경 안에서만 두 곳에 붙어 있습니다. 한 곳은 다른 업종에서 인테리어 공사를 거쳐 개업 후 폐업할 때까지 채 2년이 되지 않더군요. 그보다 먼저 있는 곳은 여전하게 손님들이 많고요.


같은 마음으로 동일한 문구를 사용했을 텐데요. 어떤 집은 승승장구하고, 어떤 집은 왜 망할까요? 그 이유는 뻔합니다. 정육점 사람이 (안) 좋거나, 고기가 (안) 좋거나, 가게 목이 (안) 좋거나, 타이밍이 (안) 좋거나, 이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거나.


우리는 누구나, 언제나 이유를 찾아 헤맵니다. 불안해도, 기뻐도, 슬퍼도, 억울해도, 아쉬워도, 다투어도, 즐거워도 그리고 행복해도. 이런 감정에 푹 빠져 있을 때는 사실 이유를 찾으려고 신경 쓸 필요(여유)가 없죠. 더 빠져 있고 싶거나, 얼른 빠져나오고 싶어서 말입니다.


이유를 찾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지켜내기 위해서 이거나 얼른 벗어나고 싶기 때문이죠. 이유를 알아야 다음에 또 그런 감정과 상황에 푹 빠지거나, 얼른 벗어날 수 있는 당신만의 방법을 반복해서 익힐 수 있게 되니까요. 그렇게 익힌 방법을 조금씩 수정하는데 시간과 비용, 몸과 마음을 들이는 과정이 삶인거니까요.


살아가면서 가장 큰 위로 중 하나는 '다들 그렇게 산데'입니다. 정육점 문구의 일반적인 표현이죠. 누구나 몸이 덜 피곤해야 마음이 넉넉해지는 것처럼 그렇게 다 비슷한 이유로 기뻐하고, 슬퍼하고, 움츠렸다 다시 피어나고 우울했다가도 다시 살아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다 지나가기 전에 좀 더 일찍, 조금 더 많이 인생의 '뻔한 이유'를 자기 삶으로 만드는 게 유리하죠. 특별한 이유를 찾아 헤매느라 이유에 이유를 갖다 붙이느라 기분이 태도가 되고, 가라 앉은 마음이 인상의 주름이 되고, 급한 말투와 높은 억양이 인격이 되고, 저급한 손짓과 시선이 품위를 손상시키는 과정을 일찍 끝낼 수 있으니까요.


뻔하다는 것은 쓸모없거나 무의미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흔하다는 의미와 더 가깝죠. 당신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것이죠. 그 이유가 당신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언제나 비슷한 곳을 선호하고, 비슷한 것을 먹고, 비슷한 것을 사 입고, 비슷한 방식으로 놀고, 쉬는 모습처럼 말입니다.


만약 당신이 생각하는 '특별한' 이유를 찾았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흐른 뒤, 혹은 당신이 변한 뒤, 많은 경우 다른 사람의 기준에서 보면 여전히 뻔한 이유가 되어 버리기 일쑤니까요. 당신의 밖에서 별다른 이유를 찾아 헤매는 시간을 줄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당신에게 필요한 건 당신 안에 있는 뻔한 이유에 직면하는 시간을 늘려야 합니다. 당신만의 직면 방법을 찾아 다듬어 당신만의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좋고 나쁜 감정과 상황에 빠지는 이유는 남들과 다르지 않게 뻔하더라도 그 이유가 당신의 삶에 자양분이 되는 방법은 특별해야 하니까요.


행복한데도 불안감이 스물거리면 당신 안에서 그 이유를 찾아내는 방법을 당신이 직접 시도해야 합니다. 한없는 우울감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누군가가 당신 안에서 대신 찾아준다 해도 그것은 완전하게 당신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당신은 당신 안에 있는 뻔한 이유를 찾아내는 어떤 직면법을 가지고 있나요? 각자 남은 시간들이 우연하게 겹치는 지금, 우리 같이 그 방법들을 나누어 보는 건 어떨까요? 뻔한 이유 덕분에 당신도 그렇게 사는 '다들'에 좀 더 일찍, 조금이라도 더 오래 동참해서 행복하기 위해서 말이에요.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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