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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처럼
[우리 동네 갤러리]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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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
Dec 15. 2024
보는 순간 화하게 미소가 지어졌어. 불안한 우울에 뜬눈으로 지새운 밤을 위로하듯 별들이 이슬을 흠뻑 먹고 알록달록하게 윙크하면서 콕콕 박혀 있더라고.
그래 맞아. 한참 동안 정말 언제나 빛나는 별인 줄 알았었지. 밤보다 낮에, 안보다 겉에, 홀로보다 무리 안에서 훨씬 더 반짝이는 화려한 별인 줄 말이야.
조금이라도 별 난 일에 맞닥뜨리면 아주 재바르게 눈부신 햇살 아래로 숨어들고, 슬쩍 파도에 휩쓸려 가는 모래 알갱이 중 하나가 되면서도.
어렵게 훌쩍 떠나 만난 위대한 숲 속에 조차 흠뻑 빠져들지 못하고, 그 숲에 맞는 보호색으로 연신 바꿔 입느라 때로는 온몸이 너덜거렸던 적도 꽤나 있었으면서도.
힘들면 힘들다고 나무에서 떨어진 채 널브러져 죽은 척하는 그 숲 속의 벌레가 오히려 더 찬란해. 솔직하고, 정말 악착 같잖아. 그래서 숲 속을 좋아하는 거였던 거야.
별보다 벌레여야 했던 거였지. 벌레에게 배워야 했던 거지. 스스로 빛을 내는 게 아니었어. 숲 속의 스며든 햇빛, 달빛, 낫빛들이 서로 비춰주는 환영幻影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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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아름답게 그리워질 [지금, 여기, 언제나 오늘]에서 1일 1여행 중에 설렘을 찾아 읽고 쓰고 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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