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비 온 뒤 맑게 갠 날. 열여덟 청춘들에게는 중간고사 이틀째였다. 조례 때 모두 와 앉아 있는 아이들 얼굴을 말없이 살펴봤다. 다들 피곤해 보였다.
주니, 응도, 차인이는 분명 1~2시간만 자고 밤을 꼬박 새웠을 게 분명하다. 반면에 미리, 인환, 현수(이상 가명)는 평소보다 더 많이 잠을 자면서 휴가를 즐기듯 했을 거다.
창틀을 통해 그 아이들 볼 위로, 머리 위로 아침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푸석한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는 듯 눈동자들이 반짝거리는 것을 보다 문득 물었다.
"오늘 아침 등교하면서 하늘 올려다본 사람?".
예상했듯이 아무도 없었다.
"인석들아. 왜 그러고 사니?"라고 내뱉은 내 말에 몇몇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눈동자들을 보면서 '하기야. 하늘 올려다보는 데는 얼마 안 걸리는데, 한 번쯤 올려다봐야지 하고 마음먹는 게 오래 걸리지. 힘들지'라고 혼잣말을 했다.
눈치 백 단, 센스 천단인 영웅이가 가장 먼저 웃었다. '아하! 못 봤네. 못 봤어. 왜 이러고 사냐, 증말!' 하면서. 그제야 아이들이 피곤한 미소를 지었다.
다음날 아침. 중간고사 사흘째. 전날보다는 먼지가 살짝 껴 있었지만 맑았다. 바람도 솔솔 불었다. 다시, 조례 시간.
아이들이 고개를 떨구고 책을 보고 있을 때, 영웅이가 소곤거렸다. '샘, 샘, 저 오늘 하늘 보고 왔어요. 사진도 찍었어요. 하하핳'.
그러자 아이들이 모두 미소를 지으면서 창밖을 내다봤다.
종례 때 오늘 시험 (개) 망쳤다며 육중한 몸을 퉁기듯이 걸어 나간 영웅이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진을 보내왔다.
하늘을 찍은 건지 나무를 찍은 건지 헛갈리지만 오랜만에 하늘을 올려다본 그 마음은 충분히 와닿았다.
보내온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며 아이들에게,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떠올랐다.
'재미나게 산다는 건 큰 게 아니더라. 사소한 거 앞에서 자주 멈춰 서면 되더라.'
노을을 발견하고 잠시 멈춰 감상하는 것,
아장아장 혼자 걷기 연습하는 아기를 한참 쳐다보는 것,
좋아하는 노래가 들려오면 콧노래로 따라 흥얼거려 보는 것,
평소 다니던 길 옆 길로 들어서 천천히 구경하며 걸어 보는 것,
날리는 꽃잎 받아보려 손바닥 펼치고 이리저리 나풀거려 보는 것,
그리고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를 많이 아끼고 사랑하는 몸과 마음의 습관을 한 두 가지 정도는 꼭 가지고 있는 것!
낮 시간을 살아가면서 하늘 한 번 쳐다보지도 않고, 하루 동안 기분 좋고 생기 넘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사람처럼 불쌍한 사람도 없다.
_헤르만 헤세, 삶을 견디는 기쁨, 2016, 문예춘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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