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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카 Oct 06. 2023

살찌기 힘들다

살 찌우기 너무 힘들다!!!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맛있게 먹으면 제로 칼로리'라는 말이 어느 매체에서든 쉽게 접할 수 있고 다이어트 식품에 대한 광고가 쏟아져 나오는 세상에서 살 찌우기 힘들다는 말은 아주 생소하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살 빼기 위해서 사람들이 고군분투하는 것처럼 생각보다 살 찌우는 것도 어렵다.


살 빼기 힘들다는 사람들은 "잘 먹으면 금방 찌는 것이 살인데 왜 힘들다는 거야?"라고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살 찌우려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안 먹으면 금방 빠지는데 왜 먹는 걸까?"라고 생각한다. 서로의 식습관이 다르다 보니 좀체 서로를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마른 사람들에게 "뭐 먹을래?"라고 물어보면 "몰라"라고 답하는 것이 일상이다. 이들은 무엇을 먹을 것인가 하는 질문에 바로 먹고 싶은 것들이 떠오르는 일이 잘 없다. 그러다 보니 먹고 싶은 것이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르고 무엇을 먹든 금방 소화가 잘 되는 이들을 보면 그렇게 신기하면서도 부러울 수가 없다.


마른 사람에 속하는 나 역시 그런 편이지만 나도 인간인지라 늘 식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달에 한 번씩 호르몬의 영향으로 식욕이 확 돌 때가 있는데 그때가 되면 먹고 싶은 것들이 넘쳐난다. 문제는 막상 이것저것 먹고 싶은 것들이 있어서 골라서 시키면 1/3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는 점이다. 함께 식사하는 남편은 자꾸만 살이 찌고 나의 체중은 언제나 제자리걸음인 이유다.


간혹 치마나 반바지를 입고 거리를 나서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야, 한 대치면 부러지겠다." "너는 그냥 다리가 아니라 팔로 걷는 것 같은데?" 그러나 주위에서 아무리 이렇게 말해도 그러려니 했다. 살 안 찌는 체질인 것을 어쩌겠어? 하면서.


한 치 앞 길 모르는 것이 사람 인생이라고, 알다가도 모를 인생처럼 갑자기 한 사람의 생각이 바뀌는 계기 역시 문득 찾아오기 마련이다.


가끔씩 길을 가다가 몹시 마른 아주머니나 어르신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그들은 노화로 인해 축 늘어진 피부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살이 아니라 살가죽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몸에 착 달라붙은 채 힘없이 늘어진 살가죽은 그들의 앙상한 뼈가 더욱 도드라지게 했고 이 모습은 사람을 더욱 마르고 노쇠해 보이게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이 80세에도 남편과 두 손 맞잡고 나란히 걸을 수 있는 정정한 노인이 되고 싶다!'는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체질 때문이라는 핑계는 멀리 던져버리고 어찌 되든 살을 찌워야 한다는 사실이 체감되었다.




살 찌워보겠다고 운동을 시작한 지 어언 3개월 차. 운동이야 어떻게든 꾸역꾸역 나가서 움직이면 되기에 할 수 있을 것 같건만 이상하게도 먹는 것은 잘 되지 않았다. 시각적으로 봤을 때 근육은 조금씩 붙은 것 같았으나 막상 체중계 위에 올라서면 여전히 그대로였다. 이대로는 백날 운동해 봐야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 뻔했다. 지금보다 더 체계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그제야 처음으로 운동에 대한 책을 찾아 읽었다.


왜 여자들의 체중 관련 도서는 키워드가 다이어트뿐인지. 새삼 남자는 마르면 안 되지만 여자는 말라도 된다는 사회적 인식이 만연하구나 싶었다. 


책 <마른 사람들의 실패 없는 벌크업>은 마른 남자들의 증량을 위한 내용들로 이뤄져 있지만 글의 골자는 마른 이들이 어떻게 살을 찌우는 것인가 하는 것이기에 남녀를 불문하고 증량을 원하는 이들은 삼시세끼 잘 챙겨 먹고 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렇게 책에서 알려주는 대로 운동 순서를 따르고 매일 아침마다 몸무게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매 끼니를 얼마나 먹었고 얼마의 칼로리를 먹었는지 적으면서 나의 식습관을 되돌아보는 습관을 하나씩 쌓아갔다. 이처럼 책은 나에게 무엇이 변화해야 하고 어떤 목표를 향해 가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주었다.


하지만 책에서 강조하듯이 헬스 트레이너님도 증량이든 감량이든 체중 조절을 위해서는 먹는 것이 70%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70%가 해도 해도 너무 어려웠다! 하루 한 끼 혹은 두 끼가 최선이던 사람이 갑자기 시간 잘 맞춰서 세끼 먹고 게다가 간식을 추가해서 네 끼를 먹어야 한다는 사실은 하루 이틀이야 괜찮지 일주일이 넘어가니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목표한 몸무게까지 10kg 증량하기란 10kg 감량하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이다. 다이어트가 딴 세상 이야기인 것처럼 살 찌우는 것 역시 딴 세상 이야기로 여겼건만 나의 일이 되고 보니 역시 세상에 쉬운 일 하나 없다.


사람들이 워낙 살 빼기 힘들다고 하길래 살찌는 것도 무척 힘들다는 푸념을 한번 늘어놓고 싶었다. 이제 겨우 어디로 가야 하는지 길을 발견했고 목표한 깃발을 뽑아 드는 날이 언제가 되려나 싶기도 하지만 그저 부지런히 먹고 열심히 운동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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