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케묵은 기억 속 나의 스타트업-(1)

대환장 파티

by 똑지

지금와서 회고해보면 모든 것이 우습고 장난같지만, 당시에는 모든 것 하나하나에 전력투구를 하던 시점의 이야기이다.


202X년도 초, 나의 첫 스타트업 회사가 망하기 몇달 전, 대표는 새로운 서비스를 구상했다. 여기서 기획이 아닌 구상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당시에도, 지금도 여전히 허무맹랑한 내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시 대표가 구상한 내용은 일종의 커뮤니티 플랫폼인데, 커뮤니티에 인증할 내용을 적고 이를 인증하는 문화가 있는 그런 커뮤니티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글로 푸니 이상한데, 201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인증문화를 생각해보면 쉽게 와닿을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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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베플이된다면 김성근씨가 삽겹살을 꾸워먹을때 전옆에서 노래를 불러주며 흥을 도꾸어 드리겠습니다. 제가베플이된다면 김성근씨가 삼겹살을 꾸워먹고 조영석씨는 노래를 불러주며 흥을 도꿀때 전 옆에서 탬버린 치겠습니다. -> (실제로 진행되었고, 꽤 큰 관심을 끌었다)


이런 문화를 신규 서비스에 장착을 하고 마케팅의 일환으로 대표가 첫 글을 작성, 좋아요가 1,000개 눌린다면 제가 ~~강에 입수를 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작성하여 바이럴을 타겠다는 그런 계획을 팀원들에게 소개했다.


당시에 남아있던 팀원은 나와 대표를 포함 총 5명이었는데, 나는 당연히 결사반대, 팀원 두명은 각각 동의, 비동의를 해서 2:2의 상황이 되었다. 의견이 반반인 상황에서 나는 이 말도 안되는 계획을 실제로 구현해야 하는 입장이었기에 마지막 팀원에게 필사적으로 이 아이디어가 얼마나 별로인지에 대해 설명했다. 반대로 대표는 이를 방어했고.


마지막 남은 팀원은 곤란한듯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 했고, 대표와 나는 답하지 못하는 팀원을 닥달했다. 그리고 마침내 입을 뗀 마지막 팀원의 한 마디.

저는 두분이서 이러는 상황이 너무 힘들어요!!

기대했던 어떤 대답도 나오지 않았고, 뜬금없는 이런 상황이 힘들다는 말을 끝내 뱉어냈다. 뒤통수를 한 대 쎄게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상황이 힘들 수 있지만, 회사의 명운이 걸린 '마지막 한 발'을 결정하는 자리에서 나올 말은 아니었다.


그렇게 그 회의는 어찌저찌 마무리되었고, 집에 돌아오는 길 내내 그 팀원의 말이 멤돌았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 때의 상황을 회상해볼때마다 그 분의 격양된 목소시톤, 어쩔줄 몰라하는 그 표정, 밤 시간 등 모든 것이 생생하다.


당시에는 평소 큰 소리내지 않는 분이 그렇게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기에 기억에 남았다라고 생각했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새로운 결론을 내렸다.


그 결론은 다름아닌, 그 동안 동료들에게 가지고 있던, '당신도 해내고, 나도 해낼 수 있으니, 우리는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이 마지막으로 무너진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회사는 몇 번의 성장 이 후 꾸준한 내리막을 걷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동료들에 대한 의심이나 좌절감 등이 있었는데, 마지막 까지 믿고 싶었던 것이다. 과정은 어려울 수 있지만 마지막 결과는 성공이라는 그런 생각을.


하지만, 그 날, 그 때의, 그 말은 내게 '우린 해낼 수 없다는 마지막 선고'와도 같았고 그렇게 몇 달을 낑낑대며 버티다 그 회사는 사라지게 되었다.



누가 잘했고, 못했고를 말하고를 말하고 싶지는 않다. 조그만한 회사에서 내 역할이 작았을 것이라고도 추호도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그냥, 열심히 발버둥 쳤을 때 많이 미성숙했을 시기, 옛 기억이 떠올라 오랜만에 글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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