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osophical Psychologist 철학과 심리학 사이
하이데거의 묘비에는 십자가 대신 노란 별이 새겨져 있다.
그는 끝내 철학자로서의 정체성을 선택했고, Dasein(현존재)의 본래성을 추구한 사상가로 기억된다.
하이데거가 말한 Sein zum Tode(죽음을 향한 존재)는 종말의 공포가 아니라 지금-여기를 본래적으로 살라는 요청이었다.
죽음을 직면할 때, 인간은 익명적 das Man(세인)에 묻히지 않고 자신으로 선다. “죽음은 삶의 가장 고유한 가능성이다”(하이데거).
유한성은 우리를 두렵게 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깨운다.
유진 피터슨 역시 영성을 추상적 도피가 아니라 현실의 땅에 뿌리내리는 삶으로 보았다.
그는 말했다. “말씀은 우리를 다른 세계로 도망가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 깊이 뿌리내리게 한다.” 피터슨에게 영성이란 특별한 열광이 아니라 반복되는 일상 속 충실함이었다.
하이데거가 강조한 Eigentlichkeit(본래성)과 피터슨이 강조한 ‘신실한 일상’은 서로 다른 언어로 같은 진실을 가리킨다. 영원은 먼 이상향에 있지 않고, 오늘의 순간 속에 숨어 있다.
차이가 있다면, 하이데거는 묘비에 십자가 대신 별을 새기며 철학자로서의 본래성을 택했지만, 우리는 존재의 시작을 하나님께 열어둔다. 믿음은 본래성을 인간의 결단으로만 두지 않고, 하나님께 열린 태도로 확장한다.
죽음을 직시하라는 철학자의 목소리와, 작은 일상에 충실하라는 목사의 권면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현실을 외면하지 말라. 지금-여기에서 영원을 살아내라. 그 자리에서만 진짜 영성이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