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휴원이 일상이 되는 날이 오면 어쩌지...
코로나로 인해 발레학원이 닫았다. 이번이 두번째. 한번 겪었기 때문에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이번엔 저번처럼 일주일 내내 쉬지만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브런치를 시작했다.
어쩌면 이렇게 발레학원 문을 닫는 일이 일상적으로 생길 것 같다는 불안감에 글쓰기를 시작한다.
지금 발레사랑을 기록해두는 것도 미래를 위해 나쁘지 않겠다는 애틋한 마음도 든다. 내 글로 인해 성인발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발레학원을 찾게 된다면 함께 행복할 것 같다.
성인발레 5년차 30대 직장인이다. 여름 휴가를 포기하고 학원을 향할만큼 발레를 사랑한다.
처음 발레를 시작한 건 우연이었다. 취업을 준비하다가 계속 되는 실패에 낙담하다가 지나가다 충동적으로 발레학원에 들어갔다.
상상하던 우아한 발레는 거울앞에 서자마자 산산조각이 났다. 착 달라붙는 핑크색 발레복으로 비치는 뱃살이 부끄러워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기본 자세로 서있는 것조차 어려워 휘청거렸다. 내가 몸을 이렇게까지 방치했구나 싶었다. 나는 운동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고 샤워할 때 조차도 내 몸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던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내가 어떤 자세로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모습으로 걷고 있는지 어디에 힘을 주고 있는지 신경을 써 본적이 없었다.
좋으나 싫으나 1시간 30분동안 크고 깨끗한 거울 앞에서 내 몸과 마주해야 하는 발레의 특성상 나는 내 몸과 마주하게 됐다. 발 끝, 어깨, 골반, 엉덩이 구석구석 근육 쓰는 방법을 익혀갔다.
지금 나는 키가 3cm가 컸다. 그 3cm 에는 많은 절망과 고통이 담겼다. 스트레칭 하다가 피멍도 수차례 생겼고 토슈즈 신으면서 발톱이 빠졌다. 내 인생을 통틀어 피를 볼 정도로(?) 열정적이었던 적이 있었나.
키만 큰 게 아니었다. 자세도 달라졌다. 사실 자세가 좋아져서 키가 큰 것 같다.
직업 특성상 노트북 앞에 오래 앉아있는데 거북목이 되거나 어깨가 구부러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어깨를 내리고 허리를 펴다보니 지금은 의식하지 않아도 꼿꼿하다. 걸을 때도 마찬가지다.
내 몸에 집중하다 보니 식습관도 달라졌다. 살을 빼기 위해서가 아니라 수업에서 점프를 더 잘하기 위해서 밥을 적게 먹었는데 살이 빠졌다. 힘들게 만든 근육이 빠질까봐 술도 줄였니 몸무게가 줄었다. 중요한 건 다이어트를 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어느정도는 적당한 몸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신 수양에도 좋다. 생각보다 발레는 머리를 많이 써야 한다. 동작을 외워야 하고 음악도 느껴야 한다. 수업중에 딴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바쁘다. 반대로 딴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그날 수업은 망한 것이다. 제대로 수업을 듣고 난 다음 내 머릿속은 정말 아무것도 없이 깨끗하다. 그저 내 몸에만 집중했다는 것이다.
좋은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어떤 운동이든 성실하게 운동하는 사람들은 자존감이 높고 긍정적이다. 오랫동안 게으름과 싸우고 식탐과 싸우면서 인내심을 길러왔기 때문에 온화하다. 다리 일자로 찢는 것이 뭐라고, 턴을 한바퀴 도는 게 도대체 뭐라고 나머지 연습 1시간을 하고 나면 사적인 얘기 하나 없이도 끈끈해지는 무언가가 있다.
좋은 건 나눌 수록 좋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좋은 운동을 했으면 좋겠다.아등바등 사느라 방치했던, 아프고 나서야 소중함을 느끼는 우리 몸을 챙기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사람의 몸은 너무나도 정직해서 신경쓰는 만큼 달라진다. 고되고 힘들수록 유익하다. 이건 인생의 진리다.